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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05. 2020

뮬란_22년 전보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올바름(PC)

《뮬란 (Mulan, 2020)》 영화 후기

90년대 원작 애니메이션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다, 먼저,실사영화에서 원작보다 화씨 가문이 더 가난하게 각색됐다.  근대 이전 동서양에 관계없이 군인으로 소집되면 장비를 손수 장만해야 했다. 극 중 뮬란은 징집되었을 때 병기, 갑옷, 군마를 챙겨간다. 기병은 고급 병종이므로 그녀의 아버지는 기병인 기사 계급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그의 가문이 명망이 높고, 대저택을 소유한 지주 계급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가 계속되는 전쟁으로 손실된 기병이 충원되지 못했다는 것은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이다. 


그런 연유로 <뮬란>은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가족영화'다. 전투보다 모녀관계에 더 신경을 썼다. 전투장면에서 피 한 방울 안 보이는 것은 가족관객을 위한 배려다.


니키 카로 감독은 현실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며 뮤지컬, 코미디, 말하는 용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해서 ‘충성, 용기, 진실(勇實)’을 주제로 내세운다. 메시지를 위해 영화는 진지한 시대극을 표방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스타워즈>와 <슈퍼히어로>스럽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몰입을 방해한다.    


극 중 뮬란(유역비)은 엄청난 ‘기(氣)‘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런 천재성은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탁월한 무예로 명성을 얻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여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마녀’로 지탄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이런 시대적 한계가 '뮬란'과 같이 타고난 재능을 지닌 '시아니앙(공리)'이 타락한 이유다. 여전사를 마다하지 않는 보리 칸 (제이슨 스콧 리)은 자신이 중국을 손에 넣으면 그녀를 추방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이렇게 시아니앙은 보리 칸의 정복활동을 돕는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2차대전 당시 엘리자베스 2세도 중위계급으로 복무했다던가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열심히 싸운 여성들에 관한 사료가 남아있는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도 전쟁에 동원된다. 디즈니를 뮤란을 '잔다르크의 중국버전'으로 각색했다. 유럽에서야 부유하거나 재능이 있던 여성이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진 기록이 있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이 부분이 여성주의(페미니즘)인지 여부는 관객들의 평가에 맞기겠다.     


디즈니는 동양의 ‘기(氣)‘를 <스타워즈>의 포스로 해석한다. 포스는 동양의 ‘기(氣)‘를 참조했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표현방식은 동양 무협영화와 확실히 달랐다. 감독은 뮬란의 천재성을 모두 ’기(氣)‘로 설명한다. 

<스타워즈 시퀄 3부작>에서 레이가 제다이 수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포스'로 제다이 검술을 쓸 줄 안다고 퉁 치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악당 시아니앙이 '매'라서 뮬란에게 '불사조'를 붙여준다. 원작에도 불사조가 조상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뮬란을 도와주나, 영화에서 그런 설명이 없이 무작정 뮬란을 보호한다. 영화는 설명을 아낀다. 이런 신비주의적인 경향이 영화를 더욱 비현실적인 판타지 물로 이끈다.

 


디즈니의 액션 연출은 마블 영화와 매우 흡사하다. '와이어-푸(Wire Fu)'를 섞고, 카메라를 옆으로 기울여 찍는 정도를 제외하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매우 흡사하다. 고속촬영을 통해 슬로우 모션을 자주 반복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객들은 중국 무협물에 굉장히 익숙하다. 서양 관객들도 장예모의 <영웅>이나 이안의 <와호장룡>등을 통해 우아하게 물리법칙을 초월한 액션을 기억하고 있다. 


무협 액션에서 별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니 드라마에 집중하며 관람했다. 일단 주인공 유역비의 로봇연기가 너무 뻣뻣했다. 그녀에게 역할을 제대로 주지 않은 탓도 크다. 그녀의 재능은 전부 '타고난 천재성'이라고 설명한다. 주인공에게 고난과 수련이 주어지지 않으니 드라마가 밋밋해졌다.


또 말하는 용과 자의 캐미스트리를 삭제하는 결정도 악수였다. 주인공에 관해 우리가 제대로 아는 것은 '무술천재'뿐이다. 그러니 도대체 뮬란이 왜 그리도 용기, 진실, 충성에 목숨을 거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영화는 원작의 남자 주인공 리샹과 악당 산유를 둘로 쪼갰다. 그것도 오판이었다. 리샹은 텅 장군(견자단)과 홍위(요손 안)으로 나누고, 악당도 보리 칸과 시아니앙 두 명을 내세웠다.      


원작에서 리샹과 뮬란은 결말에서 암시될 뿐 그렇게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었다. 상대역 홍위와의 썸을 내세우는 바람에 링(지미 웡), 치엔포(두아 무아), 야오(첸 탕)와의 전우애 분량은 통째로 삭제됐다. 그렇다고 둘의 연애가 로맨틱하지도 않다. 더욱이 뮤지컬과 코미디가 빠지면서 중매장면, 병영장면 등 중요 플롯들이 전부 투박해지거나 밍숭밍숭해졌다. 

 

악당쪽도 보리 칸보다 훨씬 더 센 시아니앙을 왜 우두머리로 추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성이 중원을 정복하는 그림이 더 정치적 올바름에 충실한 게 아닌가 싶다. 극중 시아니앙이 왕좌에 앉은 모습이 등장해서 이렇게 그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녀를 퇴장시키는 방식도 너무 급작스럽다.  


결론적으로 니키 카로 감독은 '리얼리즘'을 추구한다면서 '판타지'를 만들었고, 드라마에 강점을 갖고 있으면서 드라마가 더 밋밋해져 버렸다. 중국 공산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원작 애니메이션을 무리하게 각색을 한 게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 (2.2/5.0)      


Good : 애틋한 부녀관계, 맨디 워커의 시원시원한 촬영

Caution : 왜소한 스케일, 밋밋한 드라마, 어색한 연기


■쿠키영상은 없이 수현(악뮤)이 부른 한국어 주제가와 중국어 주제가가 연이어 나온다.    

■정패패와 밍나 원이 특별 출연한다.

■뉴질랜드 로케비용 때문인지 생각보다 스케일이 크지 않다.

●자막이 설마 그분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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