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Collectors, 2020)》영화 리뷰
<도굴>을 한국형<인디아나 존스>,<미이라>, <내셔널 트레저>인가 싶었으나 막상 보니 <인사동 스캔들>의 모작을 소재로 한 케이퍼 무비였다. <도굴>은 최동훈식 범죄오락물을 벤치마킹한다. 그런 흔적은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훈이 연기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은 <범죄의 재구성>의 박신양을 닮았다. 자신이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이라는 도굴 전문가 '존스'를 연기한 조우진은 코미디 연기에 힘을 쏟지만, 배역 자체가 뭘 할 수 있을만한 개성이 엿보이지 않았다. 임원희가 맡은 삽질 마술사 '삽다리'는 생각보다 역할이 작었고, 고미술계 큐레이터 '세희'를 연기한 신혜선은 기존 이미지와 달라서 나쁘지 않았다.
영화 초반 40분간 인물의 전사(백스토리)와 사건의 계기를 설명한다. 대사가 워낙 많다 보니 작가가 재치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문어체와 구어체, 인터넷에 유행하는 줄임말도 아닌 제4의 해괴망측한 언어파괴가 살짝 함유되어 있다. 겉멋이 잔뜩 들어갔거나 유치함 그 중간쯤에 위치한 오그라듬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그렇지만,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는 말맛을 살리려고 노력한 작가의 공이다.
불행히도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 박정배 감독 혹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최동훈만큼 역량을 발휘하라는 것은 무리다. 본 사건에 들어가는 빌드업에 무려 40분이나 걸리다니 만화<협객 붉은매>이 불현듯 떠올랐다. 주인공이 '대대붕' 한명을 퇴치하는데 무려 5권부터 14권까지 무려 3년동안 월랑촌편을 연재되던 악몽이 연상됐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5명의 캐릭터가 동상이몽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아무래도 인물 자체의 개성이 부족한데다가 범죄자들 사이의 배신과 암투가 빠져있어서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편집과 연출은 생략이 많아 보였다. 전반부에는 뭔가 있어보이려고 일부러 감춘 것을, 후반부에 그 일부만 공개한다. 몇몇 역사적 사실과 전문적인 설명으로 치장하지만, 도굴 과정에서 기발한 착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케이퍼영화는 얼마나 어려운 난관을 뚫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범행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 부분을 너무 소홀히 취급했다. 부족한 시각적 쾌감도 문제지만, 요즘에는 쓰지 않을 구식 장비는 시대착오적으로 보였다. 결국 CJ표 흥행공식대로 환단고기식 '국뽕'으로 포장하지만. 별 특색 없는 사건이 가져다주는 흡인력이 너무 떨어져 보였다.
물론 감독도 허술한 설정과 부족한 스케일을 의식해서 '미술'에 공들였다. 이점은 칭찬받을 점이다. 하지만, 주요 사건을 3개로 쪼개서 병렬로 배치한 연출은 아무래도 패착이다. 가뜩이나 예상 가능한 지점을 향해 진행되는 매력 없는 스토리의 속도와 리듬을 더 늦췄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전하게 가려는 욕망이 이야기를 더 심심하게 만들어버렸다고 밖에 결론 내릴 수 없다.
★★ (1.9/5.0)
Good : 별 두개를 몽땅 미술팀에게 주고 싶다.
Caution : 누구나 아는 맛!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선릉을 주요 배경으로 설정한 만큼 세트장은 실제 선릉 크기의 80%에 달하는 스케일을 갖춘 것은 물론, 제작진이 리얼리티를 위해 5톤 트럭 100대가량의 흙을 사용하여 실제로도 좁고 어두운 땅굴 세트를 직접 만들어 활용했다.
■도굴 팀의 첫 시작을 알리는 황영사 9층 석탑과 금동 불상은 기존 사찰에 있는 유물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하고 중국 지안의 고구려 고분 벽화는 실제 고구려 시대의 고분 벽화를 참고해 새로운 유물을 탄생시켰다. 현존하지 않지만 강남 한복판 선릉에 묻힌 조선의 보물은 유물을 복원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해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재해석했다.
■유물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의미 있는 영화 홍보를 위해 이제훈, 조우진, 임원희는 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한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