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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5. 2020

애니메이션 영화추천 100편 (10)

TOP 100 ANIMATED FILMS : ~01위

애니메이션은 법률적으로는"실물의 세계 또는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를 2D, 3D, CG, 스톱모션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이용하여 가공함으로써 움직이는 이미지로 창출하는 영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만화나 그림과 같이 정적인 매체에 목소리와 역동성, 배경음을 넣은 예술 분야를 촬영한 영화를 일컫는다. 


애니메이션은 만화 같은 과장된 시각적 스타일을 특징으로 의인화된 동물, 슈퍼히어로 또는 인간 주인공으 모험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움직임을 재현(mimesis)하는 미학을 중시하여 단순한 손그림이 아닌 클레이 애니메이션, 페이퍼 애니메이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픽실레이션 같은 다양한 방법을 적용했다. 반면 일본 아니메(アニメ)은 만화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차이점을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연출상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인간의 상상을 그대로 영상에 반영시킬 수 있다. 반면에 제작과정에 노동 집약성이 극도로 요구되며 러닝타임이 곧 인건비로 환상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10 : 아키라 (AKIRA·1988) 오토모 가쓰히로

<아키라>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정표로 꼽힌다. 보통 극장판 작품의 평균 3배에 달하는 15만 장의 셀화, 총 컷 수 2200컷에 달하는 물량공세와 70mm 프린트, 선시 녹음(프리스코어링), 3DCG 기술 도입으로 일본 밖에서 성공한 선구자이자 아니메의 표준을 확립하게 되었다. 2,182페이지 분량의 원작 만화를 두 시간으로 압축한 스토리가 불친절했음에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아마도 이것의 가장 큰 공헌은 <드래곤볼>, <포켓몬스터>, 스튜디오 지브리 같은 ‘아니메(Anime)’ 현상의 물고를 터주면서 지구 행성에 소개한 것이다. 경이로운 애니메이션과 역동적인 에너지는 <터미네이터 2>, <매트릭스>를 포함한 21세기의 영화 TV, 게임에 그 유전자를 남겼다.


<아키라>가 진정 위대한 점은 패전 이후 군국주의 세력이 청산되지 않아 그들이 사회지도층으로 일본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언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된다. 회의 장면을 보면, 코로나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아베 내각의 무능이 저절로 떠오르고, 도쿄 올림픽 유치를 두고 찬반 양상이 벌어지는 광경도 정확히 예측했다. 딱 하나 틀린 게 있는데, 오토모 가쓰히로는 신세대들이 정치투쟁과 시위를 벌일 것이라 내다봤지만, 일본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늘날 일본이 쇠퇴한 이유다. 



#9 :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2003) 앤드류 스탠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픽사 최초의 걸작, 부모도 태어나서 처음 맡는 역할인지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즉, 부모도 자식과 더불어 성장해야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픽사 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연령대에서 각자 저마다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다층적인 깊이와 재미가 갖추고 있다.



#8 : 인크레더블 3부작 (The Incredibles·2004-) 브래드 버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음향효과상

근래 CG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픽사가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은퇴한 슈퍼히어로 가족이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고뇌와 역경을 딛고 다시금 슈퍼히어로와 일반시민으로서 재기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왠지 짠하다. 우리가 영화라는 상품에서 기대하는 순수한 재미 그리고 사람을 안도시키는 감동. <인크레더블>은 이 둘을 에누리 없이 충족시킨다.      


1편에서 은퇴를 번복한 '인크레더블한' 가족이 14년 만에 돌아왔다. 1편이 은퇴한 영웅가족이 히어로로 복귀하는 과정이라면, 2편은 워킹맘과 주부아빠의 고충에 집중한다. 동시에 밥과 헬렌의 자연스러운 성역할 전환은 최근 페미니즘 이슈를 흥미롭게 반영했다. <토이스토리4>의 극본을 전면 수정하느라 개봉이 1년 앞당겨지는 바람에 급조된 내러티브가 아쉽지만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가 물러나는 위기 속에서 이정도면 선방했다.   



#7 : 피노키오 (Pinocchio·1940) 벤 샤프스틴 

아카데미 음악·주제가상

만약 우리가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코가 자랄 것이다. 이탈리아의 피렌체 출신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피노키오의 모험(Le Avventure Di Pinocchio, 1883)』는 매우 혁신적인 동화다. 전통적인 동화의 방식을 이어받으면서도 연극, 성서, 신화의 여러 요소를 도입하고, 인간처럼 말을 하는 동물들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후의 애니메이션 역사는 의인화가 대세를 자리매김했다. 반대로 '인간' 주인공을 다룬 애니메이션은 소수로 전락한다.


이에 흥미를 느낀 월트 디즈니는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히 뛰어들어 그의 애니메이터 혹은 이야기꾼으로써의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귀뚜라미(지미니 크리켓), 존(여우)과 기디온(고양이), 푸른 요정, 고래(몬스트로)를 등장시켜 애니메이션을 인간의 영역에서 해방시킨다. 더욱이 호러, 판타지, 실존주의, 자유주의를 만화의 영토에 귀속시켰다. 


기발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이때부터 디즈니의 필살기로 자리 잡았다. 새로이 도입한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은 <인어공주, 1989>의 바다 표현에 토대가 됐다. 주제가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지금도 디즈니를 상징하고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디즈니 영화 오프닝 로고에 짧게 등장하는 그 곡이 맞다.  



#6 : 스파이더버스 3부작 (The Spider-Verse·2018-2025) 켐프 파워스 外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영화 전체가 ‘3D 만화책(코믹스)’를 읽는 기분이 든다. 더욱이 평행우주를 <어벤저스: 엔드게임, 2019>보다 한 발 앞서 시도한 점도 높이 사고 싶다.



#5 : 월-E (WALL-E·2008) 앤드류 스탠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2805년, 오염된 지구에 청소로봇 ‘월-E’ 혼자 일하다가 식물을 탐색하러 온 로봇 ‘이브’를 만난다. 700년 전 제작된 구형 모델 월-E는 오래된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 1969>를 즐겨보고 최신 모델 이브는 애플의 매킨토시를 참고 삼아 디자인되었다. 옛 것과 첨단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소비활동을 제외한 모든 노동을 인공지능에 일임한 인류가 사랑스러운 기계 ‘월-E’와 접촉하며, 환경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대목에서 앤드루 스탠턴은 과학기술의 폐해를 경고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로봇 월·E를 통해 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치유의 기능까지 돌아본다. 그렇다고 드라마 약하냐? 그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대사만 가지고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울컥해지는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며 미소가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의 기억 속에 <월-E>를 미리 프로그래밍해놓은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추정을 해본다.  



#4 :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1988) 미야자키 하야오

단연코 '픽사(Pixar)'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 비밀은 보는 순간 저절로 풀린다. 힌트를 주자면, ‘<이웃집 토로로>는 갈등과 위협이 아닌 경험·상황·탐구에서 기반한다.’는 로저 에버트의 평에 정답이 숨어있다. 토토로는 이스터에그로 <토이 스토리 3>에 등장한다. 어쨌든 아이로 되돌아가는 마법,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는 기적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된다. 

 


#3 : 토이 스토리 시리즈 (Toy Story·1995-2026) 존 라세터 外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1995년 11월 애니메이션 산업을 영원히 바뀌었다. <토이스토리>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획기적인 3D기법은 비디오 게임 제작과 인공지능과 같이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것의 영향을 단순히 영화산업에 한정 지을 수 없다. 아카데미는 특별공로상을 수상했으며, 참가자격이 주어진 지 1년 만에 국가 영화 등기소에 보존될 6편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사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부담은 곱절로 커진다. 시리즈 팬들이 좋아했던 전편의 요소들을 존중하면서 신선한 사건, 인물, 설정을 새로 만들어야만 하는 부담은 속편이 짊어진 숙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1편보다 2편이, 2편보다 3편이 더 놀라운 기적을 보여줬다. 특히 감독인 존 라세터가 중간에 교체되고, 시나리오 전면 수정으로 개봉 연기되었던 4편까지 전부 훌륭한 시리즈를 만드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던 도전을 용케도 완수했다.   


4부작이 의미하는 바는 ‘장난감’을 통해 ‘가족의 해체’를 은유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작품을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현장 스태프들이 처한 상황과도 크게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3D 애니메이션으로의 급격한 이행은 전통적인 2D 드로잉/셀 애니메이터들이 일자리를 잃고 이 세계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픽사가 애니메이터 선배들에게 보내는 위로는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2 : 업 (Up·2009) 피트 닥터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음악상, (미녀와 야수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전설이 된 5분짜리 '결혼 생활(Married Life)' 시퀀스가 지나고 나서 주인공 칼의 모험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다. 죽은 아내가 꿈꾸던 이상향을 향해 날아가는 78세의 노인은 평생이 담겨있는 집에 풍선을 달고 떠난다. 이것은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그에게 자신과 아내의 우상인 모험가 찰스 먼츠과 대립한다. 과거 좋았던 시절에만 함몰된 늙은이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적응한 늙은이의 대결구도가 짜인다. 이렇듯 <업>은 카르페디엠 이외에도 다층적인 함의와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진정한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1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2001) 미야자키 하야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많은 미디어 믹스들이 ‘모험’을 다루지만, 이 영화 만큼 톡톡 튀는 상상력이 마치 자연법칙처럼 자체 발현되는 작품은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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