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COVID-19 대유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 블랙 라이프 매터 운동, 검찰개혁 등 4가지로 정의된다. 대중음악은 과거 시제를 지향했다. 방탄소년단, 위켄드, 두아 리파 등 디스코 열풍, < 미스 트롯 >,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조정석이 부른 주제가'아로하'가 바로 그 증거다.
그런 가운데 케이팝은 세계화를 이뤄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블랙핑크, 슈퍼M, NCT 127의 미국진출이 활발히 이뤄졌다. 또 언택트 시대를 맞아 온라인 콘서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격동의 2020년 음악계를 정리해보자!
#10 : 암순응, 조광일
Essential Tracks: 자소서, 곡예사, 언더그라운드 락스타
조광일은 인맥에 찌든 국내 힙합 신을 배격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한다. 천민자본주의에 찌든 국내 힙합 시장에 분노하고 외국 힙합 트렌드나 영어 가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치 켄드릭 라마처럼 수록곡들 ‘암순응’, ‘언더그라운드 락스타’, ‘곡예사’에 실제 악기가 등장하고, 블루스와 붐 뱀 사운드 위에 2000년대 스타일의 래핑으로 국내 힙합시장의 타락을 꾸짖는다.
이미 싱잉 랩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칼박과 가사를 저는 것의 효용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방송사와 기획사는 ‘SHOW ME THE MONEY 시리즈’가 국내 힙합의 정체성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조광일은 ‘명반(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아티스트의 본분이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다. 아직 앨범 전체의 완급조절에서 미숙한 면도 보이지만,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음악인이 좋은 음악 만들기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목매는 현실이 안타까운 사람이 비단 조광일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9 : BE, 방탄소년단
Essential Tracks: LIFE GO ON, Blue & Grey, Stay
https://youtu.be/amnspvOH-EE
2018년 그래미 시상자로, 2019년 그래미 공연자로, 2020년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개척자로서 차근차근 미국 주류 음악계에 K팝의 입지를 넓혀왔다. 이런 자신감이 축적된 BTS는 미국이 보는 K팝의 편견을 깨고 자신들이 왜 세계에서 가장 큰 팝 그룹이 될 수 있었는지를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하려고 한다. 왜 그들이 그 타이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그 위치에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성실히 응답한다. 우선 ‘K팝’이라면 떠올릴 법한 역동적인 군무를 보여줄 댄스 플로어를 떠났다. 그 껍질을 깨고서 힐링과 위로의 메시지를 A.R.M.Y. 에게 던진다.
그들은 <BE>를 통해 김민기, 정태춘, 서태지, 신해철의 후예를 자처한다. 선배 뮤지션의 선례에 따라 과거 독재정권의 검열 등에 의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거나 사회적 이슈에 입장을 표명하기를 꺼려했던 K팝의 관행을 거부한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거대한 세계관, 팝스타의 성장 스토리, 삶을 고민하는 청춘의 캐릭터는 여타 K팝 아티스트가 갖지 못한 ‘유니크한 차별성’이다. 그래서 <BE>는 분명한 목적 아래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내 방을 여행하는 법>, <병>, <Blue & Grey>는 코로나 19 사태를 겪은 멤버들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 또 <잠시>와 <STAY>에는 병역의 의무로 인해 잠시 곁을 떠나야 하는 멤버들의 심경이 담겨있다. <BE>는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지만, BTS 자신의 성공에 감사하고, 오피니언 리더로서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인다. 즉, 암울한 시대에 인류에게 위안을 건네고 있다.
#8 : Women In Music Pt. III, 하임(HAIM)
Essential Tracks : The Steps, Now I'm In It, I Know Alone
2017년 뉴욕타임스가 ‘록은 죽지 않았고, 여성이 지배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힙합에 잘 가려져있었지만, 여성 로커들은 꾸준히 양질의 음반을 발표해왔다. LA 출신의 알라나, 다니엘레, 에스테 하임(Haim) 자매의 최신 개봉작은 우울한 세상을 잊게 하는 캘리포니아 로큰롤의 해피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린다. 자매들은 힘을 합쳐 대 봉쇄로 인한 우울증, 불안감을 떠않으며 어둠과 씨름했다. 그녀들이 겪은 관계에서의 좌절과 절망이 기저에 깔려있다.
(앨범을 찬찬히 들으면서) 올해 개정된 롤링스톤 500대 명반에서 왜 소프트 록 밴드들을 대거 포함시켰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녀들은 고전적인 1970년대 소프트 록을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실험한다. 로큰롤 역사의 변방에서 영감을 잔뜩 끌어와서 모두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쓴 가사는 가슴 아픈 구석을 정확히 코너웍 한다.
70년대 루츠 팝 ‘The Steps’, 티렉스의 잔향이 느껴지는 글램 록 “Up From A Dream”와 "3 AM"은 90년대 R&B에서, "I Know Alone"은 완벽한 일렉트로니카처럼 하임은 시대착오적인 기타 팝을 부활시킨다.
#7 :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
Essential Tracks: Describe, Jason, On The Floor
‘퍼퓸 지니어스’로 알려진 마이크 해드레어스는 난치병인 크론병과의 사투를 음악에 녹아낸다. 4집 <No Shape, 2017>은 투병생활에서 느낀 죽음 앞에서 느낀 삶의 환희를 노래했었다. 이번 5집 역시 생(生)의 의지를 음악 곳곳에 투영시켜 놨다. 이 앨범은 여러분을 신나게 춤추도록 디자인되어있다. 그는 앰비언트, 챔버 팝, 고딕, 글램, 신스팝, 소울, 인디 록을 넘나들며 수 십 년 팝의 역사와 엄격한 형식미를 해체한다. 먼저 바로크 팝 ‘Whole Life’부터 기독교적인 회개로 지난 삶을 회고한다. 앰비언트 'Describe'로 보다 높은 경지를 추구한다. 감미로운 연가 'Jason', 글램 록 ‘Nothing At All’, 펑키한 ‘On The Floor’까지 웅장한 현악과 뿌연 전자음 사이에서 6070년대 록의 뉴런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음악에 담긴 개인적인 고민, 성찰, 공허함, 그리고 음악을 하는 즐거움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 설득력은 인간 존엄에 대한 공감대에서 출발하지만, 그는 결코 음악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 인내심과 절제력, 침착함이 그가 만지는 감정적인 주제에 깔린 어둠을 단숨에 빛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6 : Future Nostalgia, 두아 리파(Dua Lipa)
Essential Tracks : Physical, Break My Heart, Don't Start Now
펜데믹 선언 이후 이 별난 앨범은 우리들 자신의 집에서 클럽에 갈 수 없는 괴로움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앨범 제목은 현대 건축가 존 로트너가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가오갤>, <데드풀 2>, <범블비>, <레디 플레이어 원>, <블레이드 러너 2049>로 대표되는 80년대에 대한 향수와 맞닿아 있다. 팝 음악계는 할리우드보다 앞선 2010년대 초반부터 이런 뉴트로 붐이 있었다.
한마디로 80년대 전자음악과 70년대 디스코에 큰 빚을 진 ‘신스 웨이브(Synthwave)’라는 유행을 이해하는 데에 적격인 앨범이다. 마돈나에게서 영감을 얻은 ‘Hallucinate’, INXS의 ‘Need You Tonight’에서 기타 리프를 영리하게 참조한 ‘Break My Heart’, 올리비아 뉴튼 존을 벤치마킹한 'Physical', 80년대 전자음악의 후계자인 다프트 펑크의 프렌치 하우스 장르를 재해석"Don't Start Now"까지 우리를 타임머신에 태운다. 그녀의 정확한 역사인식은 팝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를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지난 45년 동안 클럽 음악, 사람들이 춤추게 하는 방법에 대한 축적된 지식이 <Future Nostalgia>에 전부 담겨있다.
#5 : Fetch The Bolt Cutters, 피오나 애플(Fiona Apple)
Essential Tracks: Shameika, Ladies, Heavy Balloon
피오나 애플이 8년 만에 내놓은 5집은 그야말로 평단을 초토화시켰다. 연말 결산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그럼 이 걸작은 왜 칭송받을까? <Fetch The Bolt Cutters>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으레 그러하듯 예술가의 고뇌로 가득하다. 또, 은둔을 즐기는 그녀답게 대중의 환호에 대한 어떠한 욕구도 버렸다. 그저 대중가수로 살아온 20여 년의 세월 동안 겪은 불안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곡을 쓰며 카타르시스를 찾는 한 인간의 기록이 담겨있다.
이 예술품은 자기감정에 충실하다. 불안과 분노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빨간 선을 그었다. 그녀는 우리 내면에 가장 끔찍한 것을 발견한다. 바로 짓눌린 악마와 부적절한 욕망들을 발견했다. 나쁜 남자에게 이끌리는 점, 자포자기, 여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다른 여자들을 미워하도록 길들여진 점, 우울증을 안고 사는 것, 사랑에 대한 굶주림 등 리듬을 강화하면서 그녀의 관계를 탐구하고 다듬었다. 베네치아의 집에서 녹음된, 개 짖는 소리든 손뼉을 치든, 집 안에 굴러다니는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우리 주변에 산재해있는 소리들을 채집하며 자신이 살아오며 느껴온 감정들을 오선지에 옮긴다. 그녀는 우울증, 성폭력, 왕따 등 골치 아픈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결코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특히 멜로디가 그러하다.
자기 자 신와의 내적인 투쟁기는 저항정신과 강인함이 녹아들어 있다. 이는 세계가 이렇게 분열된 적은 없었던 오늘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2020년에 몹시 필요하다. <Fetch The Bolt Cutters>는 혐오에 맞서는 구호가 될 수 있고, 함께 이겨내자는 연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덧붙여 그녀의 주관적인 오선지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음악의 중력이 미치지 못한다. <Fetch The Bolt Cutters>는 우리 세기의 음악을 끝내고 다음 세대의 음악을 여는 좌표가 될 것이다.
#4 : Punisher, 피보 브리지스(Phoebe Bridgers)
Essential Tracks: Chinese Satellite, Kyoto, I Know The End
1집에서의 그녀는 스스로를 ‘카피캣’이라고 셀프 디스할 정도로 오마주와 레퍼런스가 노골적이었다. 그러더니 2집에선 아예 그녀 자신이 문화의 용광로가 되기를 작정한 모양이다. 앨범 수록곡을 들을 때는 스네일 메일(Snail Mail), 왁사해치(Waxahatchee) 등의 인디 포크 뮤지션들이 애용하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음반 전체를 들을 때 인상이 180도 달라졌다.
잔잔한 포크송 안에 <테넷>처럼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역설이 가득하다. 그녀는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절망의 음영을 팝에 새겨 넣는다. 자기 파괴적인 성향, 허무주의, 트라우마, 세상의 종말을 배경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생하다. 예를 들어 신앙과의 내적인 투쟁을 다룬 ‘Chinese Satellite’은 오케스트라를 동반한 오페라 록처럼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음표가 시시각각 움직인다. 전 남자 친구 '마셜 보어'와의 사연을 담은 ‘I Know The End'는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어느 순간 토네이도처럼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이처럼 브리저스의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숨김없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거나 어릴 적 우상이었던 가수의 무덤에 헌화할 서정적인 선율의 꽃다발을 준비한다. 그래서 <Punisher>의 어쿠스틱 기타와 관현악이 청춘의 상처를 꿰매 준다. 나이를 뛰어넘는 통찰력의 목소리가 우리의 잠재의식에 숨어있는 절망과 두려움을 이겨내라며 응원해준다. 세상이 무너질 때 부드럽게 안아주는 느낌마저 든다. 이것이 이번처럼 종말론적인 느낌이 드는 1년 동안 <Punisher>는 본인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시대정신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3 : Sawayama,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
Essential Tracks: Comme Des Garçons (Like The Boys), XS, Bad Friend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정치학, 심리학을 공부한 이 일본 태생의 영국 음악가는 올해의 신인이다. "Comme des Garsons (Like The Boys)"은 버블 팝에서 "STFU!"의 뉴메탈에 이르기까지 사와야마는 Y2K 시대의 대중음악을 업데이트한다. <Sawayama>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엔싱크, 림프 비즈킷 등의 어릴 적 그녀가 즐겨 듣던 밀레니엄 대중음악에 대한 러브레터다.
"STFU!"에는 그녀가 겪은 인종차별에 대한 뉴 메탈적 분노를 절묘한 성과로 보여준다. “XS"는 소비주의의 의해 예술의 불안감을 드러냈고,”Bad Friend “는 도교에서의 하룻밤 외출을 통해 우정의 실패와 같은 감정의 황폐화를 탐구한다. 우울증, 일본인과 영국인의 정체성, 세대차이 등 이러한 주제들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팝 공식으로 각 주제들의 호소력을 잃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사회의 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언어의 그물망(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녀의 융합적 사고방식은 한계가 없어 보인다. 세기말의 R&B, 힙합, 뉴메탈을 통합하고 연결한다. 아마도 가사에 빼꼭히 채워진 그녀 자신의 다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불안한 탐구가 그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2 : Untitled (Rise)/Untitled (Black Is), 수(SAULT)
Essential Tracks: Free, Fearless, I Just Want To Dance/Wildfires, Black, Stop Dem
2020년 지구촌을 황폐화시킨 대유행 속에서 수세기 동안 지속된 불평등이 표면화되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켰고,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늘어갔다. 빈부격차, 인종차별, 억압에 항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기생충>이 한국어로 되어있음에도 세계인의 마음을 휘어잡았듯이 앨범 2부작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4인조 리듬 앤 블루스 밴드 Sault는 미디어 노출을 극히 꺼린다. 그들은 SNS 뿐 아니라 음악 산업의 관행을 거부한다. 불현듯 3집 <Untitled ((Black Is)>이 출시되자마자 음악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즈와 휭크, 아프로비트를 넘실거리며 정밀하게 설계하는 건축물은 방대한 흑인음악 역사와 예술의 스펙트럼가 망라되어있다. 로파이한 힙합 ‘"Stop Dem"’와 소울“Wildfires” 일렉트로 휭크 “Bow”가 그 증거다. BLM운동과 코로나 펜데믹이 몰고 온 고통이 한데 응축되어 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 "Miracles”에서 우리를 안심시킨다. 그 해방의 목소리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다.
그로부터 불과 3달 후 내놓은 4집 <Untitled (Rise)>은 그야말로 2020년 음악계가 내어놓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다. 이 음반은 80년대 R&B부터 브라질과 남아공 음악까지 이질적인 하위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장엄한 경탄의 메들리를 창조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창의적이고, 애절하지만, 희망적이며, 쉽다. 한마디로 2020년의 트라우마을 치유하는 앨범이다. 'Rise Intrually'나 'The beginning & The End'에 과격한 연설문을 낭독하지만, 리듬은 전작보다 훨씬 활기차고 템포는 여유가 넘친다. 2장의 앨범을 통해 Sault가 얼마나 폭이 넓으며 관용적이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창작 집단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1 : RTJ4,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
Essential Tracks: Walking In The Snow, Ooh La La, A Few Words For The Firing Squad (Radiation)
4편에 다다르면 대부분의 대중문화 프랜차이즈는 상당히 피곤해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정도 빼면 명성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RTJ4>는 훌륭한 속편의 미덕으로 가득하다. 앨범의 첫 곡 "Yankee And The Brave"부터 우리를 액션 코미디 영화의 한가운데로 떨어뜨림으로써 문을 연다. 그들이 약자에게 보내는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한편 두 사람이 수년간 고심해온 미국 사회의 모순에서 웃음을 뽑아낸다.
그들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행하며, 언행일치(言行一致)하고 있다. 래퍼 마이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애틀랜타에서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미용실을 운영 중이고, 갱 단원들의 갱생을 돕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딴 콜라(Crip-a-Cola, Blood Pop)를 출시해 판매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BLM운동이 격화되자 그들은 <RTJ4>의 가격을 자율 지불로 설정해 배포하고 모든 수익을 BLM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건 이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차마 누구도 발설하지 못하는 미국인 80%가 이룰 수 없는 번영의 꿈을 미디어와 기업들이 팔고 있다고 폭로한다. 마이크는 인종차별주의, 제도적 빈곤, 공공의 적을 저격하며, 힙합의 역사가 곧 흑인이 현실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수단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엘피는 빌보드 차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붐 뱀 사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한다. 결국 <RTJ4>은 듀오가 살아오면서 가장 파란만장한 한 해를 완벽하게 표착한다. 즉, 미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담은 아주 솔직한 품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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