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위기를 보듬아주다.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이찬실(강금실)’은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라고 자신을 한탄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한국영화 주인공으로 청년문제가 아닌 ‘중년의 위기’를 내세운 점이 독특하다. 사실 중년기는 인생의 다른 시기에 비해 소득과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이니만큼 이 시기에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중년들은 외로움, 책임감, 가족과 주변의 기대 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40대 한국 남자 자살률은 여자보다 3배 높으며, OECD에서 최상위권이다.
그럼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어떻게 중년의 위기를 위로할까?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죄다 인간적이고 다정하다. 평생 영화일을 했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주인공을 비롯해서 연기 때문에 고민하는 배우 ‘소피(윤승아)‘, 소피의 프랑스어 선생님이자 감독 지망생 ‘김영(배유람),’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그리고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를 오마주한 ‘장국영(김영민)’까지 모두 단점이 명확하지만, 왠지 밉지 않다. 이렇듯 김초희 감독은 자전적인 경험과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들을 레퍼런스 하며 영화를 진행시킨다.
영화의 머리는 홍콩영화와 오즈 야스지로와 에밀 쿠스투리차를 추종하지만, 홍상수 영화의 즉흥적인 측면이 포착된다. 그래서 톡톡 튀는 캐릭터로 90분을 버티기에는 후반부가 다소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찬실의 고민은 누구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도움을 줘야 할 대상으로 미래의 희망을 읽어버리고 있는 청년세대, 그리고 일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 어르신들이다. 이는 너무다 당연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고 나니까 가끔은 중년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크지 않나 하고 한번쯤 생각해줘야겠다.
★★★☆ (3.5/5.0)
Good : 웃을 일이 적은 세상에 사랑스러운 캐릭터쇼!
Caution : 장국영으로 버티기엔 다소 즉흥적인 후반부
●감독인 김초희는 홍상수의 영화 스태프로 영화 제작에 참여해오다 내놓은 첫 작품이다. 실제 그녀는 홍상수의 여러 작품의 프로듀서 크레디트에 감독의 본명인 '김경희'라는 이름으로 올라가 있다.
●찬실 아버지가 편지를 보낸 부분은 감독의 아버지가 직접 읽은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 작가 본인의 삶을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 본인이 밝히길 할머니가 일본인인 한일 혼혈 가정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의 레퍼런스가 엮여있다. 지 감독은 홍상수를 모티브로 했고, 아비정전, 집시의 시간,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등이 직간접적으로 언급한다.
■몇 년 전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알렉산더 와이스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것은 ‘유인원도 중년의 위기 느낀다?’는 것이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