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윤가은의 <우리들, 2016>, 김보라의 <벌새, 2018>에 이어 <남매의 여름밤>을 만든 윤단비 감독은 대만 뉴웨이브를 추억하는 최근 국내 다양성영화의 흐름을 뒤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대만 뉴웨이브란 무엇인가? 자서전적 서사, 담담하고 사실적인 묘사, 스타시스템의 배제, 인물의 보통화, 당대 경제와 역사의 반영 등으로 그 특징이 정리된다. 이런 경향은 50년대 오즈 야스지로나 6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나 프랑스 누벨바그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영화는 주인공 옥주(최정운)와 남동생 동주(박승준) 그리고 아빠(양흥주)와 고모 미정(박현영), 두 남매가 겪은 어느 여름날을 회고한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민중의 생명력, 대한민국 현대사와 개인의 관계성, 도시와 경제에 대한 분석을 서술한다. 인천 어딘가의 2층 양옥집, 누군가는 언젠가 보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가족애와 어린 시절을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정교하게 꾸며 놓았다.
그러나 <남매의 여름날>의 노스탤지어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벌새>와 마찬가지로 그때 그 시절의 고통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집을 팔려고 할 때 주인공은 이에 반발하지만, 그녀 역시 아버지가 팔고 있는 신발을 몰래 훔쳐서 남자친구에게 건네준다. 이렇듯 감독이 추억하는 그 시절은 낙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카메라는 정적인 롱 쇼트로 2층 양옥집을 바라본다. 또 의도적으로 느린 호흡으로 2층 양옥집을 마치 정물화처럼 조망한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척 한다. 결국 <남매의 여름날>은 감독이 추억하는 아련한 정서 즉 시뮬라크르다. 반면에 대만 뉴웨이브의 에드워드 양이나 허우 샤오시엔은 시대성을 포착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대만의 현대사에 휩쓸린 민초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김보라나 윤단비 감독은 ‘그리움’이라는 핵심 정서만 취하고 구체성을 지워버린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추억하고 있는가를 파악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남매의 여름밤>의 영어 제목이 왜 <Moving On>인지를 따져봐야한다. 영화 전반 내내 <남매의 여름밤>보다는 ‘(시대가) 이동하다’ 즉 ‘시대가 변했다’라는 제목이 영화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남매의 여름밤>이 전달하는 노스탤지어는 이젠 존재하지 않는 정서적 공감대를 (영화적으로) 현재형으로 되살렸음을 깨닫게 된다. 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 ‘혼족’이 증가세인 2020년대에 삼대가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다. 지금은 다들 아파트에서 살겠지만, 예전에 그들이 모여 살았던 2층 양옥집을 추억한다. 이것이 가난에 찌든 주인공의 고난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법의 실체다.
★★★★ (4.0/5.0)
Good : 유년시절의 아련한 정서!
Caution : 형식만 빌린 탐미주의적인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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