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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0. 2018

창궐_물괴 시즌 2

《창궐 (Rampant·2018)》 후기·리뷰·관람 가이드

창궐 _물괴 시즌 2

[창궐]은 <부산행·2016>에서도 감탄을 자아냈던 특수분장과 관절을 꺾어대는 수백 명의 야귀 떼는 정말 장관이다. 미술과 의상도 꽤나 신경 썼는지 조선과 청나라 의상, 선혈이 낭자한 궁궐의 풍경 모두 이색적이다.  특히, 200평 규모의 인정전, 150평 규모의 옥사 등 170억 원이 들어간 세트에서 야귀 떼를 이청은 순백의 도포 하나만 입고 쉴 새 없이 칼을 휘두르며, 민초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뭉클하다.


사람도 짐승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猖獗)한 조선, 아귀들은 날이 저물면 나타나 사람을 물어뜯는다.  다만, 물린 부위를 절단해 심장으로 피가 도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정도를 빼면 기존의 좀비와 큰 차이는 없다.


청나라에서 제물포에 도착한 강림 대군 이청(현빈 분)은 민초들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옥좌에도 백성에도 관심 없는 이청에게  죽은 형(소원 세자/김태우 분)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귀국했다. 돌아온 이청은 얼떨결에 야귀 떼를 척결하며 백성들의 기대를 부응하게 되고 민초들의 지지를 얻게 된다. 그를 방해하는 김자준(장동건 분)은 포스터에 담긴 곤룡포를 두르고 역성혁명을 꿈꾸는 야망가로 분했다. 조선을 무너뜨리려는 야귀와 김자준를 막으려는 이청과 민초의 구도다. 마치 슈퍼히어로 장르처럼 선과 악이 뚜렷하다.


야귀의 포스가 강렬한 오프닝으로 기대치를 높였지만, 이내 엄근 진한 정치 드라마가 펼쳐진다.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정쟁의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데 [물괴]처럼 이에 실패한다.  사실 [창궐]은 인조시대를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인조시대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설정들에 의존한다. 이조(김의성 분)의 장남인 소원 세자가 자결했다는 스토리는 인조가 독살했다고 의혹을 재해석했다고 치자,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조는 적통인 세손뿐 아니라 둘째 아들 강림 대군들한테도 물려줄 의사가 없다. 종묘사직이 제1원칙인 왕조국가에서 왕이 후계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대에서 망하겠다는 소리랑 똑같다.


실제 역사 속, 김자준은 인조 따위 억누르고 꼭두각시로 만드는 대단하고, 노회 한 권신이 아니다. 그는 인조의 철저한 꼭두각시이자 장기짝에 불과했다. 효종이 즉위한 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선왕이 흉했는데 울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참해질 뻔했을 만큼 왕의 총애를 잃자 단번에 추락했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관계에 신경 쓰지 않고 스토리를 전개하기는 했지만, '역사발전의 주체는 민중'이라는 민중사관을 주제로 삼았다. 이청은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야귀와 김자준의 난을 수습하려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천관 사상 혹은 맹자의 덕치사상을 내세우면서 왕조국가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실하다. 특히, 백성은 안중에 없고, 권좌에 집착하는 왕(김의성 분)이.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 싶다", "이게 나라냐",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다" 같은 촛볼혁명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내뱉는다. 정치에 대한 고찰 없이 현상만 다루니 잠시 피식할 뿐 깊은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호평이 쏟아지는 액션을 한번 뜯어보자, 김성훈 감독은 전작 [공조]처럼 전개과정에서 우연이 남발하고, 이야기의 맥은 뚝뚝 끊긴다. 수백 명의 야귀 떼에 포위되었는데도 이청은 상처 없이 혼자서 무쌍을 찍고 있다. 손을 잃어도, 칼에 찔려도 멀쩡한 김자준, 천리안을 지녔지만, 바로 옆에 일어난 일은 듣지 못하는 덕희 등은 자연스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거기에 더해서 비통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야귀 떼에게 당하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클로즈업한다. 관객이 슬프다고 느끼기도 전에 영화가 먼저 울고 있다.  솔직히 좀비영화라서 곳곳에 개연성 없이 넘어가는 상황들은 너그러이 넘어가 줄 수 있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소재검술 위주의 단조로운 액션 연출은 아쉽다. 박력은 느껴지는데, 액션연출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  (2.0/5.0) 


Good : 조선표 좀비 액션은 충분히 즐겁다. 

Caution : 들끓는데 가끔 짜게 식는다. 


·엔딩 크레딧에 야귀로 출연한 보조출연자 분들 사진이 나와서 좋았다.

·원래 소원세자로 캐스팅된 故김주혁이 촬영을 마치지 못해서 김태우가 대신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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