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정치학의 어두운 이면
<프라미싱 영 우먼>은 드라마 <킬링 이브> 시즌2의 작가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했으며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카밀라 파커볼스를 연기하는 등 배우로도 활동해온 에메랄드 펜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는 클럽에서 술에 취한 것처럼 행동해 남성들을 속이는 카산드라(캐리 멀리건)의 밤을 따라가며 시작한다.
7년 전 의대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카산드라(캐리 멀리건)는 남성이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접근해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시도하려고 할 때 다시 취하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와 남성을 혼란에 빠뜨리고 밖으로 나와 버린다. 그가 이런 위험한 연극을 반복해온 데는 이유가 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제목대로 전도유망한 남성과 여성의 비교우위에 놓는다. 영화는 과연 남성의 잠재력이 여성의 행복보다 더 가치 있는가를 묻는다. 주인공이 화가 난 것은 희생자 니나의 친구들과 대학 관계자들이 성폭행 사건을 빨리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캠퍼스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성폭력을 다룬 일종의 『젠더정치학』이다. 특이한 점은 래디컬 페미니즘이 여성으로 용납하지 않는 트랜스젠더가 중요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화는 그 가해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등하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카산드라가 친구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안타까워하는 반면에 어머니는 남편과 같이 딸을 동정하면서도 젊음을 낭비한다며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생일 선물로 독립을 하라는 의미로 여행용 캐리어를 줬을 정도다. 이런 부모와의 관계에서 카메라가 주인공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놀랍게도 주인공이 처음 복수하는 대상은 '여성'이다. 니나의 친구였던 매디슨(앨리슨 브리)이다. 그녀는 니나에 대해 여자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지 않은 잘못이라며 2차 가해를 방조했다. 두 번째 가해자도 의대 학장인 엘리자베스 워커(코니 브리튼)이다. 그녀 역시 니나를 성폭행한 가해자인 알과 그 패거리들을 두둔하였다. 그다음, 가해자 측 변호사인 조던 그린(앨프리드 몰리나)과의 회개와 용서 그리고 니나의 어머니를 만난 이후부터 영화는 한 차원 높이 비상한다.
과거 사건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는 주인공이 사적으로 실행한 복수가 정당할까? 그의 칼날은 남성과 여성, 중년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으며, 협박과 속임수를 동반한다. 이쯤 해서 영화는 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카산드라가 실제로 좋아하는 남자가 생긴다면 어떨까? 그녀가 근무하는 가게에 대학 동창 라이언(보 버넘)이 방문해 카산드라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흥미로워진다.
카산드라가 행하려는 복수는 정의롭지 못하다. 그녀는 술에 취한 여성을 덮치려는 남자를 싫어하지만, 그 복수를 하기 위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는 거악을 처단하기 위해 악행을 저질러도 되는가라고 묻는다. 그녀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방법 역시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에 가깝다. 이런 도덕적 딜레마가 여타 강간 복수극의 플롯과 몇 억 광년 앞서 있다. 복수를 감행하는 인물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1978)>나 <살인 예술가 (M.F.A. 2017)>의 피해자 본인 혹은 <처녀의 샘 (1960)>나 <왼편 마지막 집(1972)>처럼 피해자 부모도 아니다.
그녀는 피해자의 친구이자, 주변인이자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거리를 둠으로써 피해자의 아픔과 억울함이 객관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어찌 보면 제3자인 주인공이 갑자기 길을 막고 서서 소리를 지르며 상대 차량을 파손하는 행위에서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영화가 호평받는 이유다. 대중음악과 파스텔 톤과 비비드 컬러로 그 복잡한 내면과 죄의식을 대변하는 감각적인 연출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초반부의 미스터리와 중반부의 로맨스에서 후반부의 스릴러로 여러 장르를 포괄한 유연함과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사건을 처리한 그 영리함에 매혹될 수밖에 한다.
★★★ (3.2/5.0)
Good : 시종일관 냉정한 중립적 태도
Caution : 통쾌한 복수인데 씁쓸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수상했고, BAFTA에서도 영국 작품·각본상을 받았다.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성추문 사건이 벌어졌고, 그 주범인 브록 터너를 어느 대학 관계자가 "촉망받는 젊은 청년"이라 부른 바 있다. 제목 "프라미싱 영 우먼"은 그것을 비튼 것이다. 그리고 에머랄드 판넬은 이 시나리오의 출발점이 한 장면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 장면이란 만취 연기를 하던 주인공이 자신을 성추행하려는 남자에게 "뭐 하는 거냐"라고 거듭 물어보다, 갑자기 연기를 멈추고 정색하며 "뭐 하는 거냐"라고 물어보는 장면이며, 영화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클랜시 브라운이 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자상한 아버지로 등장해서 반가웠다. 덧붙여 사운드트랙이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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