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럴 2021 후기

형사물로 소프트하게 리부트!

by TERU

《쏘우》 시리즈의 9번째 영화 <스파이럴(Spiral: From The Book Of Saw)>은 《쏘우》 2편부터 4편까지 연출한 대런 린 보우즈만이 감독했다. 안타깝게도 그에 의해 시리즈에서 미스터리는 사라지고 점점 '고문 포르노'로 퇴색되어 갔다. 이것은 보우즈만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하게 보여주는가'가 최고의 미덕이긴 하지만,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미스터리와 개연성은 점점 바닥났다.


8편 <직쏘>이 존 크레이머의 과거를 다루며 장기 프랜차이즈의 설정 붕괴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 시리즈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쏘우》를 만든 베테랑 스태프들이 모두 모였다. 원안을 낸 리 워넬과 제임스 완과 6편과 7편을 연출한 케빈 그루터드이 제작에 참여했고, <직쏘>의 각본을 쓴 조쉬 스톨버그와 피트 골드핑거가 작가로 돌아왔다. 이들이 내놓은 해답은 1편의 ‘미스터리 스릴러’로의 복귀였다. 그리고 8편의 설정은 안고 가되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존 크레이머와의 결별이다. 소프트하게 리부트한 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의 복귀는 어떨까? 희생자가 되는 과정에 인과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잔혹한 오프닝은 강렬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수위가 적절히 조절되어 있다. 크리스 락과 사무엘 잭슨 같은 A급 배우를 캐스팅한 마당에 메이저 상업영화다운 결정이다. 트랩이나 미스터리에 신경을 꽤 썼다. 여러 명의 용의자들을 하나씩 처단하면서 힌트를 관객들에게 주는 방식이 나쁘지 않았다. 퍼즐을 맞추는 두뇌게임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어떤 범인이 도덕적 결함을 가진 자들을 고문한다는 설정’에서 더 무엇을 추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스파이럴>이 내세운 미스터리가 뒤로 가면 갈수록 흐지부지 해결되고, 범인과 사건의 전말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보우즈만은 쫄깃쫄깃한 서스펜스보다 점프 스퀘어로 관객을 깜짝깜짝 놀랠 뿐이다.


1편 감독 제임스 완이 속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연출을 포기했다는 인터뷰를 미뤄볼 때 다음과 같은 가설이 세워볼 수 있다. 《쏘우》 시리즈는 5대 직쏘, 6대 직쏘를 등장시킨다고 해서 회생할 수준이 아니다. 가학적인 트랩과 희생자 사이의 개연성을 플라톤 수준으로 철학과 논리를 무장하더라도 '사적제재' 자체가 범죄다. 그것도 '연쇄 살인'방식이기에 죄질도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도 피해자에 아무리 도덕적 결함·부조리·비리를 들먹여서 실드를 칠 수 없다.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그 허점을 가리기 위해 '트랩쇼'를 멈출 수 없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다른 슬래셔 연쇄살인마에 비해 직쏘가 특별했던 지점이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영화가 형사를 내세워 수사학을 등장시켰으니 한마디 더하겠다. 역사에서 벌어진 참극이 방지하고자 형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가 생겨난 것임을 왜 모를까? 특정 개인의 판단으로 가치를 판단 내리는 것 자체가 오만한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마다 명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직쏘의 철학은 일관성이 없다. 어떤 피해자에게는 기존의 윤리관을 극복하라며 고문하고,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기존의 도덕률에 기초한 '비윤리성'을 이유로 벌을 주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적 오류를 제작진도 모르지 않지만, 연쇄 살인을 멈추는 순간 공포영화가 아니게 되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희생자와 트랩 사이의 개연성이 매번 망가질 수밖에 없다.



★★☆ (2.5/5.0)


Good : 시리즈 내에서는 꽤 상위권에 속함

Caution : 여전히 프랜차이즈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속편이 나올 것 같다. 다른 호러 프랜차이즈들 <엑소시스트>, <텍사스 전기톱 학살>, <13일의 금요일>, <사탄의 인형>, <스크림>, <나이트메어>, <파라노멀 액티비티>처럼 <쏘우>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테니까 그렇다.


●크리스 락에 따르면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라이온스게이트 사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포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 본 영화의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락이 라이온스게이트에 찾아가 쏘우 세계관을 확장시킬 아이디어를 나누게 되면서 제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락은 2004년부터 쏘우 시리즈의 팬이었다고 밝히며, 제작자들인 버그와 콜스에 언급에 따르면 락이 쏘우 시리즈의 방향을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쪽으로 틀었다고 한다.


■각본가 조쉬 스톨버그에 따르면 이것은 리부트가 아니며, 전작들인 쏘우 1 ~ 7, 직쏘 모두 다 세계관에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바로 이어지는 형식의 후속작이 아닌 스핀 오프 형식의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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