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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24. 2021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영화리뷰

기획 수사의 참극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영화가 시카고 7인 재판 도중 흑표당의 설립자인 바비 실에게 재갈을 물린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와 관계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블랙 팬서>가 왜 블랙팬서인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1966년에 설립된 흑표당(블랙팬서 파티)은 흑백 평등을 추구하고, 공권력에 맞서 무장 방어를 하던 정치정당이자 자경단이다. 1960년에만 17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할만큼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운동(독립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이 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프란츠 파농의 철학이 흑표당 설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흑표당의 정보국장 엘드리지 클리버가 쿠바를 거쳐 알제리 민족 해방 전선(FLN)과 연대를 맺으며 방어적 폭력이 아니라 게릴라적 폭력 저항으로 노선을 바꾼다. 실제 클리버는 소련, 중국, 북베트남, 북한과 교류하거나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J 에드가 후버(마틴 쉰) FBI 국장은 당시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던 'Cointelpro프로그램'에 흑표당을 추가한다. 그 백미가 ‘프레드 햄프턴 암살사건’이다.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칼루야)은 20살의 대학생으로 단순한 흑인 인권 운동의 차원을 뛰어넘어 다인종을 화합시켜 ‘레인보우 연합’을 창설할 만큼 정치력이 출중했다. 이 암살사건은 나중에 공작정치 혹은 기획수사로 판명받게 된다. 13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미국 정부와 FBI가 과잉적 살인이라는 판결을 받아 유족에게 185만 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사캬 킹 감독은 이것을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치범 사건’과 결부 짓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교 성직자에게 고발해 신성모독으로 기소되어 유대 지방 최고 의회(성전)에 출두했는데, 속주의 최고 의회에서는 사형을 내릴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성직자들은 예수를 정치범으로 몰아 빌라도의 법정으로 보냈다. 유대 장관 빌라도(폰티우스 필라투스)는 당시 예수 같은 종교지도자는 흔했고, 빌라도 입장에서 유대 지방의 토호와 유대교 성직자들 여론에 따라 처형해버렸다. 당시는 민중 소요가 드물지 않게 일어났으며 이에 대한 진압과 지도자의 처형도 드물지 않았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탄압, 이스라엘 팔레스타일 분쟁, 미얀마의 학살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군부독재자들도 정국이 어지러울 때마다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프락치(내부 첩자)를 심어 학림사건, 부림사건 등을 조작했었지 않았는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도 마찬가지다. 제목의 유다는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을, 블랙 메시아는 프레드 햄프튼(대니얼 칼루야)을 가리키는 것이다.


영화는 FBI가 심어놓은 내부 첩자(프락치) 오닐의 시선을 따라간다. 언제 자신이 첩자란 걸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프레드 햄프턴과 함께 하면서 그에게 동화되고 갈등하는 윌리엄 오닐의 심리묘사가 <무간도>, <도니 브래스코> 등 언더커버물을 연상케 한다. 예수 서사를 따라가면서 배신자의 눈으로 본 위인은 불안과 경탄 사이를 종횡무진 활보한다. 그리스 비극 같은 장엄한 분위기에 다니야 칼루야, 라키스 스탠필드, 마틴 쉰,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가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휘어잡는다. 랩처럼 쏟아내는 연설이나 흑인음악을 적절히 활용해서 영화의 리듬이 처지지 않게 보완한 연출도 좋았다.


실화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가운데, 우리 영화들 <내부자들>, <변호인>, <1987>, <택시운전사>, <부당거래>, <밀정> 등이 떠올랐다. 그만큼 우리나라, 중국, 이스라엘, 미얀마 어디에 적용해도 먹힐 보편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


★★★☆ (3.5/5.0)


Good : 빈민가 20살 대학생이 왜 그리 두려웠을까? 마틴 쉰의 대사를 참고하시길

Caution : '흑인'만의 문제라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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