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영화 Historical Films
역사극(歷史劇) 영화는 말그대로 역사적 사건과 유명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 장르이다. 연대기적으로 분류할 때, 근대 이후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극(時代物)’으로 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편의상 사극과 시대극을 통칭하여 ‘사극’으로 쓰겠다. 그리고 사극은 어디까지나 극(劇) 형태의 문학 서사의 일종이므로 고증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전부 포괄하겠다.
상술하자면,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정통사극’, 역사적 사실(Fact)을 중심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사극’, 허구와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퓨전 사극(트렌디 사극)을 굳이 구분 짓지 않고 집계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렘브란트의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적극 사용한 《태양》의 화면은 어둑어둑하다. 은유적인 의미에서, 태양의 나라가 지고 있다. 패망을 앞둔 히로히토(오가타 잇세이)은 어전 회의에서 시를 읊으며 빠져나오고 미군의 공습에도 게의 표본이나 연구하고 있다. 해양 생물학자로 살았다면 행복했겠지만, 왕으로서 패전의 책임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어 보인다. 히틀러의 사진을 본 히로히토의 표정이 굳어지고, 나폴레옹 상을 조용히 서랍 속에 숨긴다.
맥아더가 보내준 차량의 우측보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미국과 일본은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히로히토는 전쟁 명분으로 1924년 캘리포니아의 반이민법을 삼으려고 할 정도로 몰염치하지만, 영화는 구체적으로 그가 저지른 전쟁범죄를 그리지 않는다) 그는 과학원장에게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도쿄에서 오로라를 볼 확률을 묻는다. 제로라는 답에 절망적인 그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패전으로 고통받는 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재자는 신의 지위가 버거워 하루빨리 인간이 되고 싶어 황후의 손을 붙잡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비극적 희극 《언더그라운드》는 1941년부터 1992년까지 ‘베오그라드’라는 공간에서 유고슬라비아의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적 현실과 결합하고 있다. 1부 〈전쟁〉은 독일의 침공으로 지하로 내려가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를 보여준다, 2부 〈냉전〉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는 줄 알고 지하에 갇힌 사람들을 통해 언론(정보)을 통제하는 공산당 통치를 비판한다. 3부 〈또 하나의 전쟁〉은 유고 내전을 통해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걸 가슴 아파한다. 다혈질이지만 순진한 블랙키(라자르 리스토프스키)는 지하실에 노동력을 갈취당하고, 교활하고 현실적인 마르코(미키 마노즐로빅)는 지상의 현실에서 티토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여배우 나탈리아(미르자나 조코빅)를 두고 이 두 부류 사이를 왕래하며 살아남기 위해 늘 힘 앞에 굴복하는데, 외세에 시달리는 다민족 국가 유고슬라비아를 상징한다.
민감한 정치 사항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사실적 묘사를 하기보다는, ‘환상성’과 ‘알레고리’의 방법을 통해 보다 은유적이고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비유’의 방법으로서 벤야민식 의미의 ‘알레고리’를 사용하고 있다. 비현실적 상황의 현실적인 전개 방식인 ‘마술적 사실주의’에 따라서 관객에게 ‘역사적 진실’을 일깨워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경각심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라는 끝맺음은 아직도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어리석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개봉 당시 상당한 논쟁이 빚어졌다. 그리스, 터키, 멕시코, 아르헨티나, 필리핀, 칠레, 싱가포르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이 때문에 마틴 스콜세지가 자살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서양은 19세기에 이미 니체와 다윈, 프로이트에 의해 기독교의 절대적인 신앙 체계를 무너뜨린 지 오래다.개인적으로 바울이 예수를 만나는 장면에서 천사와 악마로 구분된 ‘이분법적 세계관(신 플라톤 철학)’을 예수가 거부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이런 신성에 대한 관용이 서양문명이 보편 문명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확신한다.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여우주연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얼핏 사라(레이철 와이즈))와 앤(올리비아 콜먼)의 러브스토리 같기도 하고, 애비가일(엠마 스톤)의 권력 투쟁기 같지만, <더 페이보릿: 여왕의 여자>는 ‘정치철학’이 부재한 채 오로지 사리사욕과 야심만 가득한 궁중생활을 통해 정치적 무관심의 폐해를 보여준다. 정사를 등한시한 '앤 여왕'처럼 주권자(국민)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같은 진짜 중요한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사라 처칠이나 애비가일 매섬 같은 측근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를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앤 여왕 시기가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정식으로 통합되어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이 된다. 둘째, 토리당과 휘그당이라는 양당제가 확립된다. 앤 여왕은 (숙종 임금처럼) 토리당과 휘그당을 번갈아 중용한 후에 한 세력이 너무 강해진다 싶으면 실각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토리당 와 연결된 사라 제닝스와 애비게일도 이런 방식으로 실각한다. 셋째,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의 결과로 지브룰터를 손에 넣는다. 참고로, 영국군 사령관, 존 처칠(사라의 남편)은 영국 육군에 손꼽히는 명장 중 하나이다. 어쨌든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보면 좀 더 깊이 즐길 수 있다.
1947년 5월 1일 `포르텔라 델라 지네스트라(Portella della Ginestra) 학살'로 악명 높은 시칠리아 산적 살바토레 줄리아노는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에 따르면 ‘민중의 마지막 의적’이다.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를 사용해 줄리아노의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50년대 ‘서민의 친구’에서 갑자기 공공의 적으로 돌아선 것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다. 너무나 가난한 시칠리아의 환경, 부패한 정치가들과 경찰들, 이들과 결탁하며 부를 증식하는 마피아들, 문맹률이 높은 무지한 주민들 이탈리아의 정치 및 역사에서 그 힌트를 엿볼 수 있다.
엔도 슈사쿠의 1966년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하는 2번째 영화다, 근세 일본의 가톨릭 탄압 속에서 고뇌하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종교적 성찰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절망 속에 있을 때 목놓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신의 침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거대한 질문이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길 강요받는다. 첫째,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으나 신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유신론). 둘째,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무신론). 셋째,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신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불가지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각 개인의 몫이겠으나, 세 선택지 모두 그 전제 자체는 동일해 보인다. 즉, '우리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스콜세지는 신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가정 한다. 감독은 시냇가에 비친 주인공의 얼굴이 예수의 모습으로 바뀌는 환영 장면으로 답변한다.
NASA에서 1961년부터 근무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마고 리 셰털리의 《히든 피겨스: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이 원작이다. 유리천장에 굴하지 않은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의 도전기는 아직도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지 않은 오늘날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힌트 혹은 위로를 안겨준다.
베네딕트 14세는 국적도, 성격도, 종교관도 다른 사람을 후계자로 지명한다. 너무나 상이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갈등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두 교황>을 로마제국사에 대입해볼까? 오현제로 평가받는 예민한 성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침착한 성품의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지명한 것과 흡사하다. 원로원은 하드리아누스의 법령을 폐기하고 기록말살형에 처하려하자 안토니누스는 선대황제의 정책을 못마땅하면서도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원로원을 설득하는데 설득한다. 성향이 판이한 후계자를 지명한 하드리아누스의 혜안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세상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개혁의 어려움을 말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2002년 시즌 개막에 발맞춰 빌리 빈(브래드 피트) 단장은 '세이버 매트릭스'로 팀을 재조직한다. 이는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신흥세력과 경험·직관·재능을 내세워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기존 세력과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혁을 도와줄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가 가져다 줄 혜택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미루어볼 때 <머니볼>는 개혁의 어려움과 리더가 왜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돌이켜보면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작품이 왜 이리 늦게 제작되었을까? 다큐멘터리와 영화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국군과 반란군 사이의 9시간을 실감나게 중계한다. 역사대로 전두광(황정민)은 ‘쿠데타’를 성공시키지만, 역사의 패배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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