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al Movies : -41위 (6)
(역)사극(歷史劇)은 역사적 사건과 유명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 장르이다. 연대기적으로 분류할 때, 근대 이후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극(時代物)’으로 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편의상 사극과 시대극을 통칭하여 ‘사극’으로 쓰겠다. 그리고 사극은 어디까지나 극(劇) 형태의 문학 서사의 일종이므로 고증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전부 포괄하겠다.
상술하자면,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정통사극’, 역사적 사실(Fact)을 중심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사극’, 허구와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퓨전 사극(트렌디 사극)을 굳이 구분 짓지 않고 집계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베네치아 영화제 은사자상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헤이안 시대(794-1185)를 배경으로 가족애, 메이와쿠(迷惑, 일종의 염치문화) 등의 일본의 인권 경시 문제를 그리고 있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풀어가면서 감정적인 동일화보다는 롱테이크를 통한 냉정한 응시를 통해 기어이 ‘파토스’를 이끌어낸다. 단순한 이슈로서의 사회성을 인간 조건의 비극성에까지 끌고 가는 미조구치 특유의 미학은 결코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어이 관객들을 굴복시킨다.
2001년, 9월 11일. 4대의 비행기가 하이재킹 당했다. 그중 셋은 각자의 목표에 도착했다. 이것은 4번째 항공기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테러 사건’을 다룬다. 치우치지도 흥분하지도 않는 ‘악몽의 생중계’를 전한다. 테러 당시 관제 센터에 재직했었던 관계자들이 당시 역할 그대로 출연할 만큼 고증이 철저하다.
1920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민자들의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과 애환을 그린다. 생존하기 위해 점점 나락으로 떠밀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충격과 비애를 자아내며,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쥐가 셰익스피어 희곡 같은 삼각관계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남우주연상)
차별은 불행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콤 X의 사상은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말콤 X는 블랙 파워(흑인 자결주의)에 기초한 흑백 분리론을 주장한 미국의 민권운동가이다. 그의 사상은 흑인이 열등한 인종이 아니라는 자부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했다. 패배주의와 열등의식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은 김구, 안창호, 신채호, 백남운, 박은식 같은 독립운동가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아카데미 작품·편집·각색·감독·남우주연·시각효과상
<포레스트 검프>는 경계성 지능을 이겨낸 인간승리지만, 미국 현대사에 대한 현실 풍자가 상당한 작품이다. 올드 팝 사운드트랙과 주인공의 인생승리가 상징하는 것은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이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16세기 중엽 전국시대 말기 영주 다케다 신겐이 죽음을 앞두고 그와 외모가 닮은 무식한 범죄자를 카게무샤(그림자 무사)로 세운다.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타자가 되어가는 한 인물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구로사와는 평생토록 한 가지 의문을 풀고자 노력했다. 왜 사람들은 상대보다 더 행복해질 수 없냐는 물음에 진척해왔다. 이처럼 진지하게 정체성을 고찰하면서도 스펙터클 넘치는 영상과 배합한다. ‘정중동’의 미학이 절정에 달하는 나가시노 전투(1575년 6월 29일) 장면에 이르면 점점 무엇이 실체이고 허상이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 지을 수 없는 회색지대로 관객들을 몰아넣는다.
어른들은 단지 굴종했다는 것, 혹은 충성했다는 것만 가르쳤다. 교실에서 '집단 괴롭힘'은 그렇게 자행된다.
급기야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현대사에 빗대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대상은, 엄석대 밑에서 부조리에 순응한 자들이 때때로 그 앞잡이 노릇까지 하면서 질서를 수호하려 했던 ‘독재에 순응한 구성원’들이다. 하염없는 소시민적 속성이 부당한 권력관계를 재생산하고 지탱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재형의 의미가 있다. 각종 비리나 권력 유지를 위한 언론, 인권 탄압 등을 통해 정적들의 도전은 용납하지 않은 경찰국가주의로 나가게 되며, 이 과정에서 ‘독재유지’이외에 모든 가치가 배척받는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들의 바람은 다양화되는데 반해 가치가 획일화되어 버린 것이다. 독재가 지향하는 바는 점점 국민과 유리되어가고, 그들을 무력으로 억압하게 된다. 독재가 하나의 쇠고랑이 되어 사회는 분열되고 만다.
그렇게 독재가 무너지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끈 떨어진 권력에 손가락질 하는 군중심리가 소름끼친다. 이때 가장 모자라 보이는 친구 영팔이 ‘니네들도 나쁘다’며 울먹인다.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이다.
언더스로 투수가 주인공인 만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정공법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야외 천막 아래 회갑연, 광주의 어느 골목, 학교운동장, 목욕탕 등의 장면마다 1980년 당시 광주의 공기가 살아 숨쉰다. 광주 시민의 펑범한 일상 속에 담긴 민주화 열기가 무덤덤하게 묻어있다. 비극의 날이 가까워지는 광주의 평화로운 일상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영화 곳곳에 남자의 순정을 애틋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중화시킨다. 옛 사랑에 대한 미안함을 속죄하는 과정은, 반인륜적 행동을 지시하는 상부에 순응하는 평범한 사람이 '악'을 행하는 악의 평범성을 주제가 밝혀진다. 시대에 무관심했던 청년이 무심히 행했던 폭력, 그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던 무지함을 반성한다. 영화는 국가 폭력의 가해자가 희생당한 시민들에게 이제는 용서를 구할 때가 됐다는 제스처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현대사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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