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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02. 2021

바람의 검심 최종장-더 파이널, 시리즈 최종결전병기

るろうに剣心 最終章 The Final (2020)

오오토모 게이시 감독은 ‘교토편’을 실사화한 2부작 <교토 대화재편(2014)>와 <전설의 최후편(2014)>에서의 단점을 보완하고서 돌아왔다. 볼륨이 큰 원작을 한정된 상영시간에 다양한 인물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극의 부드러운 진행을 끊었었다. 또 원작 ‘인벌편’이 평이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감독은 작년 12월 좌담회에서 1부 《THE FINAL》은 원작 재현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되며, 2부 《THE BEGINNING》은 원작과 OVA 추억편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THE FINAL》은 기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액션을 위주로 하는 가볍고 대중적인 영화이며, 《THE BEGINNING》은 이와 다르게 진중하고 잔인한 요소가 들어간 찬바라 스타일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1.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감독은 원작의 테마 ‘속죄’에 집중하며 6인의 동지 설정을 과감히 축소했다. 그러면서 2부  《THE BEGINNING》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추고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본만화 실사영화들이 원작 코스프레에 나가떨어질 때 오오토모 게이시 감독은 MCU의 경우처럼 오리지널 스토리로 승부한다.


《THE FINAL》은 ‘유키시로 에니시(아라타 마켄유)’가 누나 유키시로 토모에(아리무라 카스미)를 살해한 주인공 히무로 켄신(사토 타케루)을 개인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켄신의 속죄와 에니시의 고통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쳐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이 2부의 히로인 ‘토모에’로 이어지도록 서사를 짜 놨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추억편’은 켄신과 토모에와의 비극적인 결혼생활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에니시가 원작과 마찬가지로 ‘중증 시스콘(시스터 콤플렉스)’이라는 핸디캡이 약점이다. 마켄유는 미국에서 연기를 배워서 그런지 일본 특유의 과장된 연기톤을 꽤 자제해서 그나마 보기 편했다.    

 

원작에서도 실사영화에서도 에니시가 전작의 빌런이자 시리즈 최광(最狂)의 적 ‘시시오 마코토(후지와라 타츠야)’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추억편의 OVA에 바탕을 둔 《THE BEGINNING》와의 연계에 집중한 연출 의도가 2부작 기획와도 부합한다. 회상장면이 너무 잦아 극의 흐름을 끊는 것은 단점이다. 그러나 에니시와 6인방의 전사를 쳐내서 최종장 2부작의 주제인 ‘폭력의 유전’에 집중한 선택은 옳았다. 원작 자체가 평이 나쁘고, 인벌편의 의의는 '추억편'을 낳은 것일 뿐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원작 팬들의 반발은 이해하지만) 악당의 범행 동기가 사(私)적이고, 주인공의 속죄 테마에 부합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각색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방식을 본받은 것 같았다. <시빌 워>에서 원작 코믹스의 ‘초인 등록법안’을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의 개인적인 의견 불일치로 각색했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2. 바람의 검심 최종결 전병기 

 《THE FINAL》은 대중적인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만큼 액션이 훌륭하다. 무술감독 타니가키 겐지는 자신이 영향받은 ‘홍콩 와이어 액션’을 이번에도 독특하게 재창조한다. 홍콩 영화들이 공간감에 초점을 둔다면 그는 속도감에 집중한다. 재현하기 힘든 빠른 칼놀림과 비현실적인 필살기도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총기 액션이 등장할 때마다 켄신은 피하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그런 방식으로 검술 액션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면서도 극의 스피드를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 근접전 위주의 액션 합을 세분화하여 정교하게 배치한다. 이를 통해 타격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인물의 대립을 선명하게 한다.     


교차편집을 통해 다른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짚어줄 뿐 아니라 템포를 조절하는 데서 혀를 내둘렀다. 액션에서 ‘리듬’은 타격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겐지 무술감독의 액션 코디네이팅은 약점이 있다. 노가다 액션, 배우가 몸소 열심히 소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캐스팅이 만족스럽다. 브레이킹 댄스롤 소화하는 사토 타케루의 운동능력만큼이나 액션스타 소니 치바의 아들 아라타 마켄유의 운동능력이 상당했다. 소니 치바는 《킬빌》에 등장할 만큼 할리우드에도 알려졌다.     



3. 메이지 유신 시기의 제이슨 본

히무로 켄신은 유신 지사 측의 암살자이자 유격검사이며, 에도 막부에 존재하던 쇼군 직속 정보기관 ‘어정번중(御庭番衆)’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일본어로는 ‘오니와반슈’로 읽는데 원피스에 나오는 그 단체가 맞다. 히무로 켄신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암살과 테러가 실존했던 것은 사실이다.      


<바람의 검심>은 켄신 자신이 속한 조슈 번 즉, 메이지 유신 세력이 내세운 사민평등의 기치를 이루기 위해 공무원을 척살하던 암살자가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속죄의 여정에서 "메이지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정부가 아니야."라며 무능한 메이지 정부를 수도 없이 비판한다.      


《THE FINAL》 초반에 '타이완 침공과 조선 개국에도 성공했다'는 언급이 있는데, 원작은 메이지 유신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함으로 그 침략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조슈 번, 오늘날의 야마구치 현에서 아베 신조가 9선 의원을 지냈다.     


★★★☆  (3.5/5.0)    

  

Good : 피와 땀으로 만든 시리즈 최고의 액션

Caution : 후속편을 예고하는 잦은 회상 장면     


■마약 소지 협의로 입건된 이세야 유스케가 맡은 시노모리 아오시 역을 축소한 점도 나쁘지 않았다. 인벌편에 등장하지 않던 ‘세타 소지로(카미키 류노스케)’의 복귀도 이런 사정으로 인해 결정된 것 같다.    

 

■오해할까봐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 액션은 《THE FINAL》이 최고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1편이 베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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