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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03. 2021

영화《블랙 위도우》차기주자에게 배톤 터치

Black Widow (2021) 리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아이언 맨 2》의 첫 등장 이래 11년 만의 솔로 무비로써 《어벤저스: 엔드게임》에게 퇴장한 캐릭터에게 제대로 된 헌사를 보낼 수 있을까? 

 


<1> 《시빌 워》에서 《인피니티 워》까지 다룬 프리퀄

영화는 1995년 오하이오 교외에서 어린 나타샤를 등장하며 시작한다. 나타샤 로마노프의 과거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처음 드러났다. 그녀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감금하여 전문 첩보원으로 육성하는 러시아의 암살 훈련 프로그램 ‘레드 룸’에서 양성되었다. 이때 나타샤는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그리고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 러시아의 슈퍼 솔저 프로그램 ‘레드 가디언’에 참가한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데이비드 하버)와 함께 훈련받았다. 이때 동생 옐리나, 엄마 멜리나, 아빠 알렉세이, 넷이서 이뤘던 유사가족애가 《블랙 위도우》의 핵심이다. 


그 프롤로그 이후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후일담으로 시작한다. 나탸샤는 스티브 로저스를 도운 혐의로 은신 중이다. 그러다 레드 룸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에 연루되고, 과거의 유사가족과 재회하여 과거의 트라우마에 맞서게 된다.


영화는 나타샤 일행이 레드룸을 쫓고 쫓는 추격과 도주로 설계되어 있다. 음모를 추적하는 미스터리는 다소 엉성하고 서스펜스는 느슨한 편이다. 그러나 레드 가디언, 멜리나, 옐레나와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정서적인 모멘텀을 가져온다. 나타샤 혼자 등장할 때보다 세 캐릭터가 같이 했을 때 생동감이 넘친다. 왜 그럴까? 

 



<2> 빼앗겼던 여성들의 삶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시스터후드

플로렌스 퓨는 인터뷰에서 “블랙 위도우는 본질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여성들에 관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시스템에 관한 것이든 신체적 학대에 관한 것이든 모든 학대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들이 빼앗겼던 삶을 나타샤와 옐레나가 돌려놓는다.”라고 밝혔다. 


'레드 룸'으로 상징되는 냉전 당시 운영된 첩보기관의 세뇌 프로그램이나 암살 요원 양성계획은 원작 코믹스의 설정에 충실한 편이다. 나타샤는 평생 자신을 옭매인 폭력에 대해 속죄하려는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치 제이슨 본처럼 살인 병기로서의 회의감, 죄책감이 영화의 주된 정서다. 전체적인 형식미는 냉전시절 만들어진 로저 무어의 007 시리즈와 흡사하다. 후반부 주요 액션 장면들에 그런 면모가 발견된다. 특히 비밀기지 시퀀스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갈등구조를 볼 때 앞서 첩보 스릴러라기보다는 디즈니식 가족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이 부분은 3장에서 심도있게 다뤄보자!




<3> 왜 ‘가족’이 주요 테마인가?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의 화두는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블랙 위도우》은 어떤 카드를 꺼냈을까? 영화는 그녀에게 어벤저스가 일종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 중요하게 자리 잡은 유사가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내세우기 위해 영화는 첩보 액션보다 종종 가족 드라마에 치우치고 말았다.


알다시피 코믹스에서 나타샤 로마노프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을 유사 아버지로, 블랙 위도우의 후임이자 경쟁자였던 옐레나 벨로바는 《겨울왕국》처럼 애증의 자매 관계로 바뀌었다. 두 자매를 차별화시키는 것은 두 명의 유사 아버지 ‘레드 가디언’을 돕거나 ‘드레이코프 장군(레이 윈스턴)’을 적대시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학대의 피해자였던 레드룸의 동료들과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는 자꾸만 가족으로서 어벤저스가 갖는 의미를 되짚는다. 즉, 가족드라마를 통해 《엔드게임》에서 희생한 나타샤의 고결함을 부각할 심산이다. 


조금 더 파고들면, 나타샤의 인간적인 면모보다 옐레나와의 관계 형성에 더 신경을 쏟는다는 얘기다. 액션과 추리 과정 등으로 말미암아 제한된시간 내에 옐레나를 짧게 소개하는 것이 충분하다기에 부족할지 모른다. 그래서 두 자매의 화학작용이 어색해질 무렵 유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마블의 공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잦다. 가족 코미디로 받아들여질 만큼 자매 사이의 화학작용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차기 MCU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이 같은 결정이 첩보 액션과 가족 드라마의 밸런스를 깨뜨렸다. 그렇기에 시원시원한 첩보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 호불호가 생길 빌미를 제공했다.

    


★★★ (3.1/5.0)      


Good : 마블 얼마만이냐? 반갑다!

Caution : 10년 전에 나왔어야 할 솔로 무비다. 요한슨보다 퓨에게 초점이 가있어 아쉽다.    

 


●감독에 의하면 영감 받은 영화는 <도망자>, <로건>, <에이리언>이다, 또, 블랙 위도우를 제외한 어벤저스 멤버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 태스크마스터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으로 고려되었지만, 고스트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고, 결국 이 영화의 빌런으로 낙점되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엘레나와의 관계에 대해 “두 여자가 서로 경쟁하고 서로를 무너뜨리고 서로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이야기가 재미없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그건 아주 구식으로 느껴지고 사실이 아니었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공유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시스터후드에 바탕을 둔 관계다.” 플로렌스 퓨 역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혼란스럽고, 건방지고, 감정적인 자매 관계다. 신경질적이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영화 내내 독특하고 강인한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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