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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13. 2021

야쿠자와 가족 The Family 후기

ヤクザ と家族The Family (2020)

<1> 갱스터 에픽답게 가족 서사로 풀다.

《야쿠자와 가족 The Family》를 야쿠자 출신의 아버지를 잃고 십 대에 야쿠자가 된 겐지가 주인공이다. 1999년, 각성제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야마모토 켄지는 시바사키 조장 시바사키 히로시의 위기를 구함으로써 야쿠자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다. 주인공에게 야쿠자가 삶의 방식이었고, 조직이 가족이었던 사내의 일생을 쫓는다. 우리가 잘 아는 야쿠자 두목의 별칭 오야붕(親分)은 부모(親)에 해당한다(分)는 의미로, 수하 조직원들인 꼬붕(子分)들의 아버지라는 의미다.


이같이 야쿠자 단원의 일생을 추적하는 ‘야쿠자 실록’ 장르는 후쿠시마 긴지의 <의리 없는 전쟁 5부작(1973-4)>이 원조다. 후쿠시마에게 영향을 미친 <대부>가 그러하듯 후쿠시마는 ‘갱스터 에픽‘에 도전했고, 이를 5부작 프랜차이즈로 장대하게 펼쳐놓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대부 2>가 개봉한다. 즉 야쿠자 시리즈물은 일본이 원조인 셈이다.


《야쿠자와 가족 The Family》의 특별한 점은 1999년, 2005년, 2019년, 일본의 세 시대를 야쿠자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추적한다는 것이다. ‘갱스터 장르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한 코스타 가브리스의 어록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이 말을 풀이하자면,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고, 변화된 시대의 조류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를 묘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폭대법이 야쿠자에 미친 영향을 사실적으로 담다.

2005년 야쿠자로 이름을 날리는 켄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자란 여자를 만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그 후 시간은 흘러 2019년, 14년간의 형무소 생활을 끝낸 켄지였지만, 시바사키 조직은 폭력단 대책법의 영향으로 격변하고 있었다. 폭력단 대책법은 헤이세이 3년(1991년) 5월 15일에 법률 제77호로 제정된다. 이를 강화한 폭력단 배제 조례가 2011년에 일본 전 지자체에서 시행된다. 이 조례는 야쿠자를 사실상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야쿠자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 개설, 은행거래, 자동차 명의, 사회보장 보험도 안될뿐더러 모임 장소를 빌려주거나 주택을 빌려주거나 하는 일반인과의 접촉 자체를 막음으로써 정상적인 사회생활 자체를 아예 못하도록 막고 있다.


영화는 <아이리시 맨>처럼 쇠락해가는 조직과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되는 야쿠자 단원의 무력감과 자괴감을 잘 표현했다. 2018년 말 야쿠자는 인권이 없는 시대에 돌입했다.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재류 외국인도 발급되는 건강보험증이 발급되지 않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며, 야쿠자라는 사실이 들키면 은행에서 서비스를 거부한다. 이미 개설해놓은 계좌도 현금을 싹 빼주고 강제 해지 당한다. 이사를 가도 야쿠자 신분이 노출되면 쫓겨난다. 폭대법 적용을 면하려면 야쿠자에서 탈퇴하고도 5년은 지나야 한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린 야쿠자 조직은 대거 해산되거나 타인 명의를 빌리거나, 한구레(半グレ)에 하청을 주는 식으로 점조직화된다.


범죄조직이 아웃소싱을 주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이다. 미국 마피아는 바이커 갱단으로 대표되는 미국 내 다양한 거리 갱단을 사용하며, 이탈리아 본토의 마피아 조직도 알바니아계나 나이지리아계 이민자 조직에 하청을 준다.




<3> 양식미로 승화된 비장함

《야쿠자와 가족 The Family》는 폭대법에 의한 야쿠자의 몰락을 다뤘음에도 ‘임협(任俠)영화’의 전통을 저버리지 않았다. <의리 없는 전쟁>은 야쿠자 협객 영화를 벗어나 사실주의적 야쿠자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히로시마 야쿠자의 몰락을 역사적 배경으로 이익 앞에 인의와 의리는 없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았었다. 4편 <정상작전>에서 일본 정부의 소탕작전을 다뤘고, 5편 <완결편>의 “우리의 시대는 끝났어."라는 대사로 확인 사살한다.


임협 영화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 남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장르이다. 임협 영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전근대와 근대의 충돌을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협 영화의 형식적인 특징으로 선악, 신구의 대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연출이 곳곳에 시각적인 요소로도 나타난다. 야쿠자를 대체해 조직범죄를 일삼는 한구레(半グレ)를 미화하고, 야쿠자를 시대의 변화로 붕괴되는 전통사회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놓는 점도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야쿠자와 가족 The Family》는 야쿠자의 임협 신화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임협 영화의 특징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특이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3.7/5.0)


Good : 도태되는 자들의 몸부림

Caution : 임협(任俠) 영화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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