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모드 '성녀와 마녀 사이에'

Saint Maud (2019)

by TERU

[줄거리] 젊은 간호사 모드(모피드 클락)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세상을 등진 채 극단적으로 기독교에 몰두해 살아간다. 모드는 심각한 암에 걸린 은퇴한 무용수 아만다(제니퍼 엘)의 호스피스를 맡게 된다. 모드의 독실한 믿음은 아만다의 영혼을 영원한 지옥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고, 모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만다를 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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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열정과 광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동전의 양면 같은 이 질문은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1928)>부터 로버트 에거스의 <더 위치(2015)>에 이르기까지 영화에서 자주 탐구되어 온 질문이다. 영국 출신 로즈 글래스는 데뷔작 <세인트 모드>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는데, 추상적인 관념을 누구나 알기 쉽게 표현한다. 모드의 독실한 신앙심을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어.“라는 아만다의 대사를 통해 ’확증 편향‘으로 단정 짓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페이크다. 감독은 ’예수가 겪은 40여 일의 고행‘과 ’잔 다르크의 종교재판‘을 통해 여성의 내면세계를 관객에게 공개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드 역을 맡은 웨일즈 출신 여배우 모피드 클락이 인간관계에 서툴고, 정서가 불안하며, 확증편향에 빠져있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연기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영화는 주인공 모드의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공포를 쏙쏙 뽑아낸다.



1. 그릇된 신념과 동성애적 애착

자유분방했던 모드가 어떤 계기로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짐작할 뿐이다. 대신에 모드와 아만다의 관계에 집중한다. 아만다는 간병인으로 온 모드에게 ‘나의 구제주’라며 책을 선물한다. 이 말을 들은 모드는 트라우마를 잊고 아만다와 함께 있는 시간이 일종의 구원처럼 다가왔다. 심지어 두 사람은 일종의 은총을 경험한다. 신과의 직접적 의사소통을 오르가슴처럼 대담하게 표현한다.


아만다는 84분짜리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성격이 아찔하다. 전임 간병인이 모드에게 인수인계하면서 “그 X는 XX야”라고 디스하는 대목에서 한 성격하겠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만다 역을 맡은 제니퍼 엘은 변덕스러운 시한부로써 허무주의와 자유방임주의, 쾌락주의 등 복잡한 성격을 표현한다. 겉으로는 굳센척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에 두려움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만큼 연약하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며 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위신(체면), 사회성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드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친절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질게 구는 변덕이 심하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감정이 요동치는 여성의 심리를 여성 감독답게 섬세하게 그린다. 그리고 여성끼리의 관계에서 흔히 겪는 무리 지어 동질감을 나누거나 배척함으로써 자존감을 확인하고 공감을 갈구하는 모습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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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여성의 우정은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길 원하는 방향으로 발현된다. 모드는 아만다에게 경건한 신앙생활을 강요하고, 아만다는 모드에게 외톨이 생활을 그만하고 친구들과 삶을 즐기라고 권한다. 둘 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그리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리가 만무하다.


그렇게 주인공은 아만다를 성심성의껏 보살피지만, 거리낌 없이 술과 담배, 마약을 하는 아만다의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혐오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만다의 영혼을 구원하려는 사명감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연인인 캐롤(릴리 프레이저)에게 강한 성적 질투로 격화되면서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대담하게도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려했을 때 동성애적 뉘앙스로 갈등구조를 짜놨다는 점에서 놀랍다.


영화의 후반부는 여성의 고립감과 광기를 ‘예수가 겪은 40여 일 고행’에 비유한다. 신은 때때로 그녀의 벽면을 기어 다니는 딱정벌레로 나타나며 모드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또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면서 그녀도 마치 예수가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시달린 것처럼 당한다. 그러나 그녀의 고귀한 신앙심에 비례하여 그녀 주변 관계로부터 점점 더 단절된다. 과거의 술친구인 조이(릴리 나이트)와 전화 통화가 안 되거나 술집에서 남자를 유혹해보지만, 그럴수록 더한 고독에 시달린다.




2. 잔 다르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약 스포일러)

모드는 끔찍한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종교에 매달리게 되고, 그럴수록 주위로부터 고립되어간다. 어느 날 아만다로부터 ‘나의 구세주’라는 칭찬을 받게 되고, 기적이나 하느님의 음성이라는 영적인 체험을 공유한다. 스스로를 신에게 위대한 사명을 받은 사람이라고 믿게 되고, 현실도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고독에 시달린다. 그렇게 절박하게 종교에 매달리던 그녀는 그럴수록 그녀가 구원해야 될 양이지만, 무신론자 ‘아만다‘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보상심리의 역작용이 발현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군에게는 성녀로 적국에서는 마녀로 불린 잔 다르크가 연상된다. 문제의 결말에 이르면 더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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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는 ‘종교적 광신’과 ‘트라우마’라는 영화화하기 어려운 소재를 세밀하게 다룬다. 그러나 <세인트 모드>는 추상적이거나 설교가 많지 않고, 오히려 직설적이며 감각적이다. 종교로 위장해놓았지만, 과거의 의료사고를 잊기 위해 다른 환자를 위해 간호사로서의 사명을 다하려는 일종의 보상심리로 그리고 있다. 그것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반대로 복수하게 되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듯 감독은 ‘동성애적 애착’과 ‘보상심리’라는 심리학에 기초하여 종교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심리적 공포를 기획한다.


다른 스태프의 공로도 크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아만다의 저택의 화려한 벨벳 색상과 모드의 금욕적인 방의 베이지 색상을 뚜렷하게 대조시킨다. 또, 마크 타운스의 편집은 거침이 없다. 설명을 생략함에도 맥락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벤 포데스먼의 촬영도 특별하다. 설정 숏 혹은 롱 쇼트를 잡다가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전환되며 불안과 상처를 극대화한다. 그리고 화각을 바꿈으로써 낯설기 때문에 공포심을 자아낸다. 그리고 음악도 인간성을 1도 포함하지 않은 차가운 전자음으로 채색하여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힘든 아싸의 고독을 극대화한다.



★★★★ (4.2/5.0)


Good : 아리 애스터의 신인시절을 보는 듯한!

Caution : 한국인에게 낯선 잔 다르크 이야기!



■극중 등장하는 책의 저자 ‘윌리엄 블레이크’는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요 판화가이다. 성경을 사랑했지만, 교회에 출석한 기록은 한번 있고, 부패한 종교와 교회를 비판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비로운 환영을 보고 그것에 대해 말했으며 작품을 남겼으나 사람들은 망상이라 비난했고 무명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독한 여성의 정신적 광기를 다룬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 린 램지의 <모번켈러의 여행>도 함께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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