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e From Mogadishu 정보·해석·후기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는 그간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김재화를 캐스팅하며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 대사관 사람들의 합동 탈출극을 그린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1991년 우리나라는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등을 마치고 ‘세계화’라는 과제의 완성을 위해 UN 가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북한도 UN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UN 회원국의 투표로 가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말리아의 한 표는 남북한 모두에게 중요했다. 더욱이 북한은 남한보다 20년 앞서 아프리카에서 대외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남한은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벌이는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 와중 반군의 약탈을 받고 탈출한 북한 대사관이 도움을 요청하며 일시적으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소말리아에서 남북이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로비전을 펼쳐야 했을까? 아프리카는 미국에 비해 우호국가가 적은 중국이 많이 공을 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55개국은 UN 회원국 약 1/4에 해당하는 표밭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영화 초반 우리나라와 북한 모두 UN가입 찬성표를 얻기 위한 외교적 대립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신성(김윤석) 주 소말리아 한국대사와 안기부 출신 참사관 강대진(조인성)과 서기관 공수철(정만식)이 바레 소말리아 대통령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북한 대사인 림용수(허준호)와 참사관 태준기(구교환) 측이 소말리아 반군을 이용해 훼방을 놓거나 역으로 강대진이 언론을 통해 소말리아와 북한 사이에 이간질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모습은 냉전 말기의 긴장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전반의 외교전과 후반의 탈출과정으로 정확히 나뉜다. 남북 간의 외교전에서 서로를 향한 불신과 경계가 쌓다가 소말리아 내전을 빌미로 결코 가까워질 수 없던 남북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게 된다. 류승완 감독은 서로에 대한 의심이 신뢰로 바뀌는 과정을 냉철하고 담백하게 그린다.
아마 <공동경비구역 JSA>이래로 이념 대립을 ‘같은 동포’라는 유대감으로 승화되는 시나리오는 아마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이는 류승완 감독이 즐겨 쓰는 장치다. <베를린>에서 서로 적대시하던 남북 첩보원이 ‘휴머니즘’을 위해 뭉치는 모습이나, 일제에 맞서 한민족이 대탈출을 벌이는 <군함도>가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그 연상 지점에서 류승완은 과거에 비판받은 단점을 피하고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이는 캐스팅부터 아예 계획된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액션키드 류승완답게 ‘카체이싱’이 기막히다. 아프리카 100% 올 로케이션에서 빛을 발하는 최영환 촬영감독과 이재혁 조명감독의 역량도 훌륭하고, 군중신에서 통제와 설계도 놀랍다. 특히 애너모픽 렌즈로 담아낸 사막의 건조한 풍광은 실로 장관이다.
한마디로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상업영화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군함도>에서 지적받은 단점을 전부 보완해서 돌아왔다. <베를린> 때 있었던 북한말이 잘 들리지 않던 대사 전달력 문제는 자막으로 해결했다. (살벌한 총격 사운드에서 드러나듯 음향에 공을 많이 들였다.)
<군함도>에서 지적받은 신파(정확히는 사연팔이, 국뽕)는 최소한으로 절제했다. 남북 간의 친근한 대사 몇 마디와 동포애를 담은 몇 장면 외에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그럼에도 김윤석과 허준호가 최소한의 표정과 몸짓으로 덤덤하게 연기해서 감정 전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두 배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다만, 너무 드라이하게 진행되어 극적이어야 할 결말의 여운이 지나치게 담백해진 게 흠이다.
《모가디슈》는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군함도>의 비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류승완의 장점을 조금 희생하고 단점을 최대한 커버하자는 것에 연출 목표인 것 같았다. 초반에 어수선한 편집과 처지는 리듬감이 점점 회복되면서 영화가 재밌어진다. 평소 그가 잘하던 쉬운 스토리와 호쾌한 진행이 살아있지만, 강렬한 캐릭터에서 손해를 봤는데, 문제는 류승완의 단점들인 이야기 내러티브와 유연하지 못한 캐릭터가 도드라진다는 데에 있다.
즉, 분명히 오락성이 있는데 큰 감흥은 없다고 느끼실 관객이 많을 것 같다는 뜻이다. 왜 평범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여질까? 설계도가 뻔히 보인다고나 할까? 전반에 코미디를 배치하고 후반에 액션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 순탄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긴장감을 주는 액션 장면 사이에 약한 빌드업이 곳곳에 엿보인다. 텐션이 10까지 올라야 하는데 5-6에서 멈추거나 짧게 끊어버린다.
<군함도>에서 식민사관 논란을 의식한 듯 시대와 역사적 맥락을 크게 고려치 않았다. 소말리아의 비극은 독립당시 이탈리아와 영국이 지배하던 식민지 2곳이 병합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에티오피아 개입과도 상당히 연관된 복잡한 정황이라 생략했을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복잡한 정세는 배제한 채 남북간의 외교전으로 간략화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정치외교적 설명이 지나치게 간략한 것은 이야기 내러티브가 얇아지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또, 전작 <군함도>에서도 온갖 인간군상에 사연을 부여하다 중심을 놓쳤던 실수를 반복했다. 여러 인물과 방대한 사건을 아우려다보니 이야기 내러티브가 얇아졌고 캐릭터가 납작해졌다. 그렇게 됨으로써 관객이 마음을 둘 캐릭터가 사라졌다. 이것이 결말에서 큰 여운이 남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 (3.3/5.0)
Good : 탈출(카체이싱)의 공감각적 쾌감
Caution : 규모를 얻고 개성을 잃다.
●실제 사건을 많이 각색했다. 당시 한국 대사의 실제 이름은 강신성이고 당시 북한 대사의 실제 이름은 김용수이다. 남북한 외교관들은 사건 이전에 서로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고, 모가디슈 공항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며 그 뒤에 합류했다고 한다.
●2-3년 전부터 한국영화는 해외 로케이션에 주력했다. 이런 점만 봐도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의 모범생이다. 개인적으론 대단히 환영하지만, 적응기랄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산술적으로 규모를 늘린다고 스토리에 착착 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단순히 예산이 많다고 상업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노하우를 얻기 위해 <국제수사> 같은 망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모가디슈》를 보니 충무로가 빠르게 습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