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 (JAMA, 2017) 식민주의 풍자극

영화해석 결말 줄거리

by TERU

1.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주인공 vs 한 몫 챙기려는 총독

1776년 아르헨티나 일대는 스페인 제국에 의해 '라 플라타(Río de la Plata) 부왕령'을 설치했다. 18세기 말 아순시온의 행정판사(후에 행정관)로 임명된 디에고 드 자마는 아내와 딸이 있는 '레르마(멕시코)'으로의 발령을 간절히 기다리지만,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총독에게 왕에게 전근발령을 요청하는 서신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문제의 코코넛 원석

당시 스페인의 관료체제는 과거시험 같은 선발제도가 없었으므로 매관매직이 일반적이었다. 왕실에 기부하는 자에게 식민지 관직을 주었고, 딸이 시집갈 때 사위를 위해 관직을 사주는 귀족들까지 생겨났다. 매관매직으로 식민지에 파견된 관료들은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현지에 가서 일종의 강매인 ‘상품나누기’를 했다. 지방 관리들은 상인들과 결탁해 원주민에게 의무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면서 ‘나눠 준다’는 표현을 썼다. 극중 총독도 스페인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일명 ‘코코넛’이라 광물을 수집하거나 관료들의 재산현황을 조사하여 부하들의 일부 재산을 자신에게 귀속시킨다. 도적떼도 코코넛을 얻고자 관료들을 납치하고 협박한다.


귀환을 앞둔 총독은 부하들의 재산을 뺏으려 한다.

당시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산출되는 생산품에 대해 ‘5분의 1세’를 부과했다. 부왕이나 20%의 고율 세금을 본국에 바치면서 자신들의 이권을 따로 챙겼고, 그 아래에 있는 총독과 관리들도 별로로 이익을 챙겼다. 결국 최하층인 노예와 원주민들이 수탈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남미지역의 백인 농장주와 원주민 간의 빈부격차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2. 남미에 혼혈이 많은 이유는?

루엥가 부인에게 들이대지만, 그녀에게는...다른 남자가 있었다.

자마는 재무관의 아내인 루씨아나 루엥가 부인에게 추파를 던지나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어서 그에게 무심하다. 또 그는 원주민 여성과 사생아를 낳게 된다.



멀리서나마 아들을 지켜봄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찾아옴

스페인 식민지에는 혼혈이 많다. 영국이 지배한 미국과 캐나다의 식민자들은 가족 단위로 건너왔기 때문에 혼혈이 적다. 반면에 스페인과 포르투갈령은 남성 군인들이 파견되어 현지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 여성들을 강간하면서 혼혈에 의한 새로운 인종을 양산했다. 문제는 스페인 왕실, 교회, 백인 아내들은 혼외 자식인 혼혈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혼혈인들은 원주민 즉 모계의 지위를 물려받아 원주민의 대우를 받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원주민 혼혈이 주인공을 구해준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3.재판 장면의 의미는?

백인 이주민의 후예가 일가족을 대동하고 재판정에 찾아오다.
손녀딸은 이미 원주민과 피가 섞였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원주민 노예와 토지를 요구한다.


어느 날 재판정에서 백인 이주민의 후예가 원주민이 자기가 살던 터전을 빼앗아갔다며 그에게 청원한다. 그는 명문가의 후손이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하지만, 판사보 벤투라는 권리증서나 토지문서도 없는데 원주민 노예를 허락할 수 없다고 반대한다. 이에 두 사람은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인다. 이 장면은 오늘날 남미의 인종문제와 경제적 격차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스페인은 카톨릭을 신봉하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노예제를 부정했다. 원칙적으로는 인디오 원주민도 노예로 부릴 수 없었다. 예외적으로 식인종에 대해서는 인간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노예로 삼을 수 있었다. 이 애매한 규정을 악용해 원주민을 노예로 삼고 토지를 강탈했다.





4.침략자에게도 식민지 생활은 고달프다.

토벌대
원주민에게 사로잡히는 장면은 스페인 군대의 원주민 학살을 뒤집은 장면이다.

“비쿠냐 포르토” 라는 도적떼에 대한 소문이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는 가운데,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자마에게 새로 온 총독은 체포 명령을 내린다. 자마와 토벌대는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에 납치되어 겨우 목숨만 건진다. 우여곡절 끝에 비쿠냐 일당을 만나게 되지만 큰 위기를 맞게 되고 혼혈인 소년에 의해 구출된다.



그를 구하러온 혼혈아
혹시 그의 아들인가?

이 영화가 비범한 이유는 침략자인 자마의 시선에서 식민지의 열악한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것이 마치 카프카의 작품들처럼 꿈처럼 형상화되어있다. 비논리적이고 답답한 꿈의 바보짓을 정확히 흉내냄으로써 남미 식민주의의 기괴한 그림자놀이를 비웃고 있다. 남미 사람이 아니면 피부에 체감하기 힘든 역사적 맥락을 우리가 쉽게 공감하지 못할 뿐이지 내용은 전래동화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5. 우리나라도 일제의 잔재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씬스틸러 '라마'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은 현대 아르헨티나의 사회 모순이 식민주의 약탈에 기원한다는 점에서 세상을 똑바로 볼수 있게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 아티스트의 일이라며 《자마》를 제작한 배경을 밝혔다. 즉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바로 우리나라의 사회모순은 일제의 잔재에 기원한다는 점이 그렇다.


《자마》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가볍다. 주인공이 총독과 신경전을 벌일 때 갑자기 라마가 집무실로 들이닥친다거나 스페인이 고용한 하급 흑인관료가 바지를 입고 있지 않는 장면에서 유쾌하게 식민지배의 잔재를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영화의 행간이 비어있어서 그렇지 적응하는 순간부터 마음편히 웃으면서 볼 수 있다.



★★★★ (4.1/5.0)


Good : 라틴아메리카 정체성 형성에 대한 기묘한 영화적 탐험

Caution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자마》는 안토니오 디 베네데토의 1956년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음악이 굉장히 모던하다. 특히 브라질 기타 듀오인 로스 인디오스 타바자루스의 음악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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