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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30. 2021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닻을 올린 페이즈 4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

1. [각색] 원작과의 차이점은?

‘샹치(上氣)’는 이소룡의 인기에 힘입어 1973년에 스페셜 마블 에디션 #15에 공개됐다. 동양계 히어로로는 최고참이다. ‘쿵후의 대가‘답게 여러 코믹스에 출연했지만, 조연 캐릭터로 주로 활약해왔다. 케빈 파이기는 <가오갤> 같은 듣보잡 코믹스도 MCU에 안착시켰듯이 중화권 시장을 노리고 제작됐다. 빌런으로는 인종차별 요소가 다분한 푸 만추를 배제하고 <아이언맨 1>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텐 링즈' 조직과 <아이언맨 3>의 '만다린'으로 대체했다.


원작에서 텐 ‘링’즈는 10개의 반지로 등장했지만, 영화에서는 손목에 차는 강철 완갑(수환)으로 묘사되었다. 아무래도 인피니티 스톤과 비교를 피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며, 텐 링즈의 진짜 주인은 초록색 동양용의 모습을 한 외계인 ‘위대한 수호자’라는 점에 미뤄보면, ‘위대한 수호자’에게는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의 사이즈지만, 인간에게 너무 커서 손목에 차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쿵후 허슬>에 나왔던 ‘홍가삼보(洪家三寶)’ 중 하나인 ’ 철선권(鐵線拳)’으로 수환을 활용한 무술 장면이 등장한다. 참고로 불교철학에 바탕을 둔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달한 홍가권은 황비홍을 1대 조사로 친다. 그러나 실제 황비홍이 창안한 무술은 아니다.





2. [스토리] 살부신화(殺父神話) 모티브

‘샹치(시무 리우)’는 아버지 ‘웬우(양조위)’의 손에서 벗어나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션’이란 가명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샹치에게 텐 링즈의 조직원인 ‘레이저 피스트(플로리안 문테아누)’가 찾아오자 샹치는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샹치는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많은 영화들이 제우스나 프로메테우스 같은 '살부신화(殺父神話)'를 차용한다. 이 서사의 특징은 대략 아래와 같다. 부모의 보호 하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사춘기 시절’에 부모의 반항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영웅 서사에서 ‘신화’적 모티브를 활용하는 것은 코믹스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일반적인 이야기다.

  

디즈니는 이미 <크루엘라>에서 살부신화를 비틀어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성의 세계에 대한 ‘이반’을 새로운 주체적 빌런 탄생의 서사로 전환시킨 바 있다. 남성의 세계에 대항하는 여성이라는 서사에 집중해왔던 기존 스토리텔링과 달리, 여성이 자신을 낳아준 모성의 세계를 극복하고 주체적 존재로 성장한다는 서사로 식상함을 이겨냈다. 그러므로 <샹치>에서도 또 한 번 살부신화 모티브를 통한 가족드라마로 승부한다.     


마블의 히어로들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처럼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면서 성장한다. 히어로도 인간적인 결점을 메워가면서 영웅으로 각성하는 기원담을 갖고 있는 셈이다. 토니 스타크가 개과천선하며 아이언맨이 된 것처럼 샹치도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며 성장해나간다.   

  

 



3.[캐릭터] MCU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빌런, 웬우

3장에서 캐릭터를 살펴보자!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웬우다. 양조위는 마치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일대종사>, <동사서독>에서와 같은 눈빛으로 자신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표현한다. 샹치 가족사를 설명하기 위해 중요한 대목마다 플래시백이 잦아 페이스(흐름)가 매끄럽지 못하다. 그럼에도 관객을 설득하는 것은 전적으로 양조위의 공이다. 최소한의 몸짓, 표정, 대사로 우리의 심경을 울린다.


반면에 샹치는 아버지 웬우(양조위), 어머니 장 리(진법랍), 여동생 샤링(장멍얼) 이모 장 난(양자경), 여사친 케이티(아콰피나) 등 여러 캐릭터 때문에 정작 주인공인 샹치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후속작에서는 샹치의 분량이 늘어나길  


시무 리우는 캐스팅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무난했다. 아콰피나의 연기는 시무 리우보다 좋았다.케이티는 여사친 포지션이라 그런지 이 가족드라마에 약간 겉돈다. 차라리 여자 친구나 약혼녀로 등장시키는 편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다.   

  



4. [액션] 홍콩 영화마저 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MCU에 동양계 히어로가 등장했다는 점과 양조위, 양자경을 등장시켜 홍콩 영화의 추억을 되새긴다는 점이 그러하다.


 아마 무술영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현대적인 권격 액션을 구현하려는 고(故) 브래드 앨런 세컨드 유닛 감독의 노고가 느껴진다. 예를 들면, 웬우에게는 텐 링즈를 두르고 타격감을 살리는 쪽으로 가고, 장리에게는 도교계 무술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도록 차별화했다. 액션은 성룡이 자동 소환되는 주변 사물과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했다. 물론 이 부분은 성가반(성룡 스턴트 팀)을 기용해서 얻은 결과물이기는 하다. 이 쿵후 액션은 홍콩 영화에 친숙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에 따라 온도차를 보일 것 같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샹치 어머니의 고향인 탈로 마을에서 MCU에서 처음 보는 오리엔탈 판타지가 펼쳐진다. <쿵푸 팬더>에서처럼 물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설정을 강조한다. 동양풍 숲을 배경으로 신비한 고대 유물을 이용해 용, 해태, 산해경에서 영감을 얻은 신비한 영물이 등장하는 대목에 이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렇듯 액션이 기발하지 않지만, 나쁘진 않다. 개인적으로는 액션과 정서적 감흥을 연결한 지점이 좋았다. 이에 감독은 "샹치는 자신의 안에 어머니 쪽과 아버지 쪽이 맞붙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샹치는 한쪽만 선택하고 한쪽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다 수용해서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라고 설명했다.    




5.[MCU과의 연계성] 독립적인 솔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베네딕트 웡)과 아이언맨 3의 트레버 슬레터리(벤 킹슬리), 인크레더블 헐크의 어보미네이션(팀 로스)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마블 영화인지 모를 정도로 솔로 무비로서의 독립성이 강하다. 최근들어 MCU에 종속된 솔로 무비들이 많았던 반면에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는 쿵푸로 차별화하려고 하지만, 구성은 마블 영화답다. 관람 전에 <아이언맨 3>를 꼭 봐야지만 되는 인물과 상황이 있다. 또, 유머(K-POP을 활용한 조크가 제일 웃겼다.)로 완급 조절하고,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하는 방식이 그러하다.  

    

끝으로 디즈니는 <뮬란>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서구인의 동양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묻어있다. 스포일러라 설명하지 않겠지만, 텐링즈를 너무 신비화한 것 같다. 영화가 동양인의 관점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입장이 반영된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한··일은 <블랙 팬서>와 달리 상업대작들을 만들어온 경험이 충분하다. 디즈니는 이 점을 간과한 듯 싶다. 서양인이 보기에는 신비로울지 모르나, 동양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시감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닌자는 일본꺼다.



★★★ (3.3/5.0)      


Good : 양조위, 양자경의 카리스마!

Caution : 여전한 할리우드식 오리엔탈리즘!

 

●중국에서 검열에 걸린 이유가 시무 리우의 외모가 젊은 시절 시진핑을 연상시켜서라는 루머가 돌았다.     

■2개의 쿠키 영상은 앞으로 이 작품이 괜히 페이즈 4의 실질적으로 첫 번째 작품이 되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이 영감을 받은 작품은 모든 성룡 영화들과 이연걸의 <태극권>, <엽문> 시리즈, <와호장룡>, <쿵푸허슬>, <굿 윌 헌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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