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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14. 2021

영화 기적, 명절 영화의 정석

<기적>은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간이역이 생기길 소망하는 수학천재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준경은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반대에도 오늘부로 청와대에 딱 54번째 편지를 보낸다.



1. 실화의 힘, 80년대 레트로 감성!

실제 모델인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위치한 ‘양원역’은 1988년 도로 교통이 매우 열악한 탓에 철로를 걸어 다녀야만 했던 주민들이 지자체 지원 없이 직접 만든 국내 최초의 민자역이다. 제작진은 1988년 설립 당시와 유사한 공간에 대합실과 승강장, 이정표에 이르기까지 오픈 세트를 제작했다. 더욱이 카세트테이프, 폴라로이드, 빨간 우체통 같은 추억의 소품도 배치해놨다.


그리고 단숨에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안내하는 김완선의 ‘기분 좋은 날‘,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라붐의 주제가)’ 등의 추억의 명곡이 흘러나오며 80년대에 향수를 자극한다.





2. [장점] 황순원의 <소나기>을 재현하다.

주인공 준경에게 대담하게 다가오는 ‘라희’(임윤아)의 아기자기한 썸은 무공해 저염식 영화에 걸맞게 순박하고 투명하다. 윤아는 <공조>, <엑시트>와 비슷한 결의 인물 해석을 보여주지만,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여주인공같이 천연덕스럽다. 어색한 사투리 연기만 빼면 ‘만찢녀’라 불러주고 싶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17살로 분한 박정민은 상당한 무리수로 읽혔지만, 그 부분만 익스큐즈 한다면 큰 무리 없다. 이수경과 이성민이 주연배우를 묵묵히 뒷받침해주며 담백한 연출과 시너지를 발휘한다. 또, 누나 ‘보경’역의 이수경이 로 씬스틸러로 맹활약한다.




3. [단점] 명절 가족영화의 정석

중반부부터는 기차역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는 준경을 위해 기구한 사연팔이가 이어지나 감동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이장훈 감독은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같이 서브플롯에 매달리며 이야기의 동력을 늦춘다. 그 과정에서 보석처럼 빛나던 준경과 라희의 로맨틱 코미디를 기능적으로 소비해버리는 우를 범한다.



★★☆ (2.5/5.0)


Good : 청순한 로맨틱 코미디 

Caution : 지나친 쥐어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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