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 Kanye West
어머니 돈나 웨스트의 사망과 약혼녀와의 파혼의 여파를 다룬 4집<808s & Heartbreak (2008)>은 오토튠 싱잉과 랩이 혼재된 앨범은 당시에 평론가와 대중들을 당혹시켰지만, 얼터너티브 R&B 혁명을 일으켰다. 이번엔 아내 킴 카다시안과 이별과 어머니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10집 앨범 제목을 《Donda》로 정한다. 1시간 48분 59초에 달하는 27트랙이 담긴 음반은 도대체 무엇을 속죄하고 구원하는 걸까? 앨범의 첫인상은 대략 7집<The Life Of Pablo (2016)>과 닮았다.
왜냐하면 그가 이제껏 해온 프로듀싱과 아이디어가 총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Pure Souls"는 1집과 유사한 사운드와 주제가 담겨있으며, “Keep My Spirit Alive”과 ”Jail" 은 3집에 수록되었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고, "God Breathed"은 6집의 프로듀싱과 결이 같다. 그러나 그가 자기복제에 갇혀있다는 뜻은 아니다. “Lord I Need You“은 5집의 아이디어를 재활용했고, "Tell The Vision" 은 팝 스모크(Pop Smoke)의 앨범에 수록된 원곡과 달리 하이 햇을 제외하고, 피아노 루프만으로 리듬을 감량했다.
이 음반의 주된 특징은 드럼 비트를 덜어내고, 힙합을 리듬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피아노(건반)과 소울 샘플, 스트링이 사운드를 채운다. 때때로 ‘No Child Left Behind’은 Sunday Service Choir의 성가대 합창이나 ‘Junya’는 교회 오르간 샘플로 대신했다. 또 "Off The Grid"은 드릴에 도전했고, 로린 힐 샘플을 초창기 때처럼 적극 활용한 "Believe What I Say"은 확실히 흥미롭다. 어머니에 대한 추모를 내세워서 그런지 지나치게 침울한 앨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점은 아무래도 곡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Junya"나 신앙심과 스웨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Praise God"나 "Tell The Vision"은 앨범의 통일성을 크게 해친다. 이런 트랙들을 덜어냈다면 더 앨범이 탄력적으로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
종합적으로 이번 10집은 ‘가스펠 힙합’이라는 7집 이후의 경향이 그대로 이어진다. 어쩌면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조울증과 양극성 장애가 심해진 칸예의 분열상을 그대로 노출한다. 종결부의 Jail Pt 2, Ok Ok Pt 2, Junya Pt 2, Jesus Lord Pt 2가 4곡 연달아 다른 버전의 작업물이 등장할 때 그의 음악적 결단력이 흐려졌음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음반의 통일성을 해칠 뿐 아니라 앨범에 대한 인상을 미완성적으로 몰아간다. 오해를 염려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그 변주가 미흡하다기보다 앨범의 방향성이 올곧지 못하다는 쪽에 가깝다.
그런 확고하지 못한 그의 결정 장애와 불안 증세 덕택인지 몰라도 10집은 우울하다 못해 지나치게 무거워진 8집<Ye (2018)>과 9집<JESUS IS KING (2019)>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 자신을 예수로 비견하던 래퍼가 그 누구보다 신앙과 간증에 열을 올리며 속죄와 구원을 갈구한다. 앨범을 아직 5번 정도 밖에 못 들어봐서 판단 내리기 좀 성급하지만, 그의 삶을 지탱해 주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그에겐 신앙에 의지하는 길 외에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거기다 아내와의 이혼은 불길에 더 기름을 부었다. (최근 재결합 소식이 들여왔지만 녹음 당시에는 결별 상태였다.) 그를 지탱해 주는 동아줄이 끊어져달까? 그래서 앨범은 게스트 아티스트에게 의존한다. 가디언 지는 “The harsh fact is that the best verses on Donda don’t come from Kanye. 가혹한 사실은 《Donda》에서의 최고의 벌스들이 칸예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팩폭한다. 따지고 보면 “Heaven And Hell”와 “Come To Life”만 칸예 혼자 불렀을 뿐이다.
더욱이 피치포크나 인디펜던트지가 다베이비, 크리스 브라운와 마릴린 맨슨 등 논란이 있는 아티스트를 참여시킨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정치적 올바름적 견해는 팬들이 내릴 문제이지 평론가가 감놔라 배놔라 할 성질의 것이 못된다. 평론가들도 지나친 의존을 비판하면서도 파이보 포린, 제이 일렉트로니카의 벌스를 칸예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최고의 피처들이라고 칭송한 것은 아무래도 아시타비(我是他非)한 것 같다.
정리하자면, 이 앨범의 장점은 6집<Yeezus>이후 최상의 트랙을 공개했다는 점을 꼽을 것 같고, 단점은 앨범의 통일성과 방향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10집의 유일한 가치는 랩을 드럼 비트를 배제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렇게 칸예는 그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는 땅을 개척한다. 이 씨앗이 힙합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아직 판단 내릴 수 없다. 다행히 10집은 기존에 했던 작법들을 정리하면서 리듬의 부재를 이겨내려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힙합의 뿌리는 '리듬'이다. 원래 길거리에서 춤추기 위해 탄생한 장르이니만큼 이런 도전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다행히 앨범을 들으며 안심한 것은 아직까지는 양극성 장애가 그의 창의성과 실험정신 전부를 앗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 (3.3/5.0)
Good : 회복기미가 보이는 창작력
Caution : 정리가 덜 된 어수선함
1.Donda Chant
2.Jail
3.God Breathed
4.Off The Grid
5.Hurricane
6.Praise God
7.Jonah
8.Ok Ok
9.Junya
10.Believe What I Say
11.24
12.Remote Control
13.Moon
14.Heaven And Hell
15.Donda
16.Keep My Spirit Alive
17.Jesus Lord
18.New Again
19.Tell The Vision
20.Lord I Need You
21.Pure Souls
22.Come To Life
23.No Child Left Behind
24.Jail pt 2
25.Ok Ok pt 2
26.Junya pt 2
27. Jesus Lord p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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