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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26. 2021

007 시리즈 영화 순위 TOP 27

James Bond Movies Ranked

본드, 제임스 본드 007 살인 면허를 부여받은 요원이다. 60년 동안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장수 프랜차이즈로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Eon 프로덕션의 후원으로, 그는 6명의 배우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연기되었다: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 이 책들은 활기차고 잔혹한 읽을거리들이었고 (JFK가 팬이었다) 영화들은 점차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화되어갔다. 007시리즈는 여러 번 길을 잃었지만, 지금까지 제작자들은 젊은 관객들을 개선해 나갔다. 


제임스 본드 영화 중 최고는 무엇일까? 어떤 장점이 시간의 시험을 견뎌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조류에서 살아남게 했을까? 007 시리즈 중에 최악의 영화부터 최고의 영화까지 순위를 매겼다. 


선정기준


1. 본드 포뮬러(공식)를 탈피할수록 높은 점수를 줬다.

2. 해당작품이 프랜차이즈 전반에 끼친 공로를 고려했다.

3. 당대 영화계 수준을 고려해서 시대보정이 이뤄진 리스트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27 : 20편 어나더데이 (DIE ANOTHER DAY, 2002) 리 타마호리 

20번째 작품은 40주년 기념작이다. 시놉시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재탕했고, 액션 구성은 셀프 패러디로 불릴 정도로 시리즈 오마주에 기댔다. 제2의 <문레이커> 같은 허무맹랑한 전개를 감추려고, 1억 4천2백만 불의 물량공세에 나서지만, 도리어 어색한 CG 때문에 몰입을 방해한다.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물소와 밀림, 사무라이 갑옷, 손자병법이 왜 필요한지? 이런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는 시리즈 최초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출신 본드걸인 할 베리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겼다. 오직 미란다 프로스트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를 발견한 것이 유일한 장점이다.





#26 : 外傳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1967) 존 휴스턴 外

이언 플레밍의 첫 번째 소설은 이온 프로덕션이 제작하기까지 53년이 걸렸다. 플레밍은 CBS방송국에 먼저 넘겼기 때문에, <카지노 로얄>과 <썬더볼>을 제외한 판권만 이온 프로덕션이 소유하게 된다. CBS의 판권이 우여곡절 끝에 찰스 펠드만이 손에 넣게 되지만, 숀 코너리나 이온 프로덕션이 참여를 거부한다. 


존 휴스턴이 감독을 맡았으나 제작진과의 불화로 켄 휴즈, 발 게스트, 로버트 패리쉬, 조셉 맥그레스 5명이 메가폰을 잡은 것으로 크레디트에 표기되었다. 실제로는 리차드 탈맷지, 미키 로즈, 프랭스 벅스턴, 오손 웰즈 등이 관여했다. 피터 셀러스와 오슨 웰스가 불화로 셀러스가 촬영을 끝마치기 전에 그만둬버려서 영화는 수습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런 연유로 <오스틴 파워>에 가까운 코미디 영화이지만, 스토리가 엉망이다. 


그런데, 의외로 흥행에 성공한다. 데이비드 니븐, 오슨 웰스, 우디 앨런, 데보라 커, 장폴 벨몽도, 우슬라 안드레스, 데이빗 프라우스, 피터 오툴 등 명배우들이 사정없이 망가지는 모습과 멋진 주제곡 'The Look Of Love'를 후세에 남겼다.





#25 : 7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1971) 가이 해밀턴

2대 본드 ‘조지 레이전비’가 제작진과 불화로 하차하자, 어쩔 수 없이 원조 007 ‘숀 코네리’를 당시에 역사상 가장 많은 출연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억지로 복귀시킨다. 제작비의 1/5를 주연 배우 한 명에게 몰아준 탓에, 어쩔 수 없이 볼거리를 축소한다. 


배우교체로 말미암아 전편에서 아내를 잃은 본드의 원작내용을 거의 대부분 들어낸다. 각본가 톰 맨키비츠는 <골드핑거>와 패러디 코미디로 삭제분량을 채워 넣는다. 더 큰 문제는 <골드 핑거>을 맡았던 가이 해밀턴이 앞으로 줄줄이 망작을 쏟아낼 엑스맨이었다는 사실. 결국 오늘날 남는 건 칸예 웨스트가 샘플링해서 화제가 된 '주제가'뿐이다.





#24 : 23편 퀀텀 오브 솔라스 (QUANTUM OF SOLACE, 2008) 마크 포스터

블록버스터를 처음 연출한 마크 포스터는 <본 시리즈>의 액션 구성을 따라 한다. <본 시리즈>의 원작자 로버트 러들럼은 '007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제이슨 본을 창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이러니하게 이언 플레밍 탄생 100주년 기념작은 흔히들 '007시리즈'에서의 <라스트 제다이>로 불린다. 왜냐하면 본드 포뮬러를 무시하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전면 부정한다. 또 007시리즈는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걸 간과했다. 다니엘 그레이그 시절의 본드 영화들은 속편과 연속성을 강조하는 우를 범했다. 원작 소설이 다 소진한 007 시리즈가 오리지널 각본으로 계속 제작되고 있기에 이런 연작 형식은 도리어 작가진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제작 기간이 길어진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23 : 24편 스펙터 (SPECTRE, 2015) 샘 멘데스

아카데미 주제가상

앞서 '분위기 쇄신'으로 흥했던 다니엘 크레이그와 제작진은 본드 포뮬러(공식)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것은 '반동'이자 '자기부정'이었다.


결정적으로 <스펙터>는 무리하게 '다니엘 크레이크 4부작'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과부하에 걸린다. 멘데스 역시 <스카이폴>와 동일하게 본드의 정체성에 매달려보지만, 여타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열등하다. 애초에 샘 멘데스는 감독직을 거절했었는데, 크레이크가 억지로 메가폰을 맡긴 게 패착이었다. 제작자로 참여한 크레이그가 007에 출연하느니 손목을 그어버리겠다는 강한 발언을 했던 이유다.





#22 : 8편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1973년) 가이 해밀턴

로저 무어는 TV 시리즈 <세인트>의 계약으로 인해 (오디션을 봤던) 6편에 출연하지 못해서 45세의 늦은 나이에 3대 본드로 선택된다. 그런데 이온 프로덕션은 2대 본드 ‘조지 레이전비’의 실수를 반복한다. ‘로저 무어’에게 또 한 번 숀 코네리처럼 연기하기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하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을 어설프게 따라 한 톰 맨키비츠의 극본은 초현실적인 주술(부두교와 타로카드 점)에 의존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가이 해밀턴은 2층 버스 체이스, 모터보터 장면은 박진감 있게 찍어놓으면서 악어 징검다리, 풍선처럼 부풀어 터져 죽는 악당과 같은 황당한 장면도 연출했다.


시리즈 유일의 흑인 악당 'Dr. 카낭가(야펫 코토)'와 처녀 점성술사 '솔리테어(제인 세이모어)' 같이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영화보다 폴 매카트니의 주제곡 <Live And Let Die>가 오늘날 더 유명하다.





#21 : 9편 황금총을 든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가이 해밀턴

감독 가이 해밀턴과 각본가 톰 맨키비츠의 조합은 7편부터 9편까지 3연속으로 말아먹는다. 특히 맨키비츠는 <007 시리즈>를 코믹스로 전락시킨 주범이다. 당시 화제였던 오일쇼크와 무협영화를 반영한 건 좋았는데, 영화는 과장된 개성, 황당한 플롯, 만화적 유치함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태국의 끄라부리 강을 건너는 자동차 스턴트로 대표되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으며, 둘째, 007보다 가제트(특수장비)가 많은 유일한 악당 프란시스코 스카라망가(크리스토퍼 리)가 등장한다. 리가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사촌이라서 그런지 악역으로 제임스 본드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20 : 外傳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Never Say Never Again·1983) 어빈 커슈너

1983년은 ‘본드 전쟁’이 벌어진 해였다.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옥토퍼시>와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같은 시기에 박스오피스에서 격돌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 이언 플레밍은 친구인 케빈 맥클로이와 함께 쓴 시나리오 <썬더볼>을 탈고한다. 그러나 제작이 지연되자 단독으로 출판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플레밍과 이온 프로덕션은 맥클로이를 공동 제작자로 임명하고 영화화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개봉 후 갈라선 두 제작자는 향후 30년간 법정분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2014년에 가서야 완전 정리된다. 이 일에 크게 충격을 받은 플레밍은 일찍 죽어버리고, 맥클로이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판권을 무기로 독자적인 본드 무비를 제작하기로 맘먹었다. 18년 만에 <썬더볼>을 리메이크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만들었다. 


그래서 숀 코너리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로 작별 인사한 지 12년 만에 제임스 본드로 돌아왔다. 코너리의 앙코르 공연을 둘러싼 떠들썩함에도 영화는 캐릭터의 핵심 본질에서 벗어나 뻣뻣한 느낌을 준다. 유일한 장점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바라 카레라의 악역 연기뿐이다. 





#19 : 18편 네버 다이 (TOMORROW NEVER DIES, 1997) 로저 스포티스우드

EON 프로덕션의 설립자이자 그동안 시리즈를 총괄하던 알버트 R. 브로콜리의 추모 작품이다. 딸 바바라 브로콜리와 의붓아들 마이클 G. 윌슨이 2대 제작자로 취임한다. 그런데 18편은 이게 007시리즈인지 홍콩 영화인지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 이때부터 007시리즈는 할리우드 시스템에 종속된다. 경쟁작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가 자신들의 과거를 벤치마킹하며 절치부심할 때 제 발로 안전한 팝콘 무비로 전락한다.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앤서니 홉킨스가 원래 악역을 맡기로 했는데 완성된 촬영 대본이 나오지 않았고, 매일 아침마다 대본이 수정되는 아수라장을 목격하고는 홉킨스가 촬영 3일 만에 자진 하차하게 된다. 다행히 양자경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만약 '웨이 린(양자경)'마저 없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18 : 19편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 1999) 마이클 앱티드

19편은 지난 36년 동안 Q의 역할을 맡는 85세의 데스먼드 루엘린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이다. A급 사회파 감독 마이클 앱티드는 'M(주디 덴치)'와 '엘렉트라 킹(소피 마르소)'의 대립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시리즈 최악의 본드걸 중 한 명인 '크리스마스 존스(데니스 리처드)'의 발연기가 몰입을 방해하더니만 끝끝내 007시리즈의 고질병이 도진다. 그간 허술한 추리, 뜬금없는 사건 해결이 있긴 했지만, 이번엔 좀 과했다.


19편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도 007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하는 닐 퍼비스와 로버트 웨이드 콤비가 등장한다. 이들은 007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애초에 포기해버린 느낌까지 들 정도로 장점만 우직하게 밀고 간 결과, 시리즈를 만화 같은 황당한 SF 블록버스터로 전락시킨 주범들이다.





#17 : 14편 뷰 투 어 킬 (A VIEW TO A KILL, 1985) 존 글렌

<뷰 튜 어 킬>은 로저 무어와 23년간 머니페니의 역으로 나왔던 로이스 맥스웰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시작은 정말 좋았다. 프리 타이틀의 스키 스턴트도 좋았고, 듀란 듀란의 주제가는 무려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또한 시리즈 처음으로 오스카 수상자가 빌런을 맡았고 크리스토퍼 워컨은 미치광이 연기로 극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빌런인 '메이데이(그레이스 존스)'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57세의 로저 무어 경이 직접 액션을 담당할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골드핑거>의 줄거리를 고스란히 가져다 쓴 마이클 G 윌슨의 시나리오가 황당했다. 악당이 마이크로 칩을 독점 판매하기 위해 산 안드레아스 단층을 이용해 캘리포니아를 수장시키려는 음모부터가 허무맹랑하다. 이 같은 원작 소설의 고갈은 이후의 007시리즈가 위기를 겪는 근본 원인이 된다.





#16 : 25편 노타임 투 다이 (NO TIME TO DIE·2021) 캐리 후쿠나가

아카데미 주제가상   

아름다운 이별이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163분 동안 <007과 여왕>의 파격을 흉내 내려하지만,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성을 무너뜨린다. 캐리 후쿠나가는 결과적으로 시리즈를 여러모로 퇴보시켰다. 일단 틸 앤 오렌지 기법에 편승하며 여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구분이 안 간다. 느슨한 전개와 나른한 서스펜스, 매력 없는 악당 샤핀의 세계정복을 획책하는 민망한 대사를 들을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가족애를 내세우지만 정리되지 않는 감정선으로 말미암아 감정의 고양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림의 은퇴식이다.


007시리즈가 약 60년 동안 최장수 프랜차이즈가 된 데에는 여섯 명의 배우를 교체하면서도 전편과는 독립된 속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6년간 5편의 <크레이그 사가>는 시즌제 드라마 같은 전편과의 연계성 때문에 영화가 전편의 세계관에 질질 끌려다닌다. 이번 <노타임 투 다이>도 한 시간 정도 전편과의 연관에 소비한다. 제임스 본드의 가족사는 <스카이폴>에서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 원작에 없는 트라우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쏟는 동안 정작 중요한 '임무'가 뒷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노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헌사에는 성공했지만, 제임스 본드와 암호명 007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았다.





#15 : 5편 두 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1967) 루이스 길버트

유명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이 쓴 시나리오는 황당무계할뿐더러 성·인종차별적이라 심히 불편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며 종전 이후 다시금 세계무대에 서려는 일본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그래서 일본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고, 동양인 본드걸도 시리즈 최초로 등장한다. 이때부터 이안 플레밍의 원작과는 거리가 먼 '만화적인 가족영화'로 변질된다.


그런데 이 느슨하고 어이없는 본드 영화는 기이한 매력을 지녔다. <마블 코믹스(특히 캡틴 아메리카)>, <드래곤볼>, <형사 가제트>, <명탐정 코난>, <오스틴 파워>, <인크레더블> 등 대중문화에서 패러디되거나 영감을 주고 있다. 도널드 플레전스가 연기한 블로펠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악당 중 하나이며,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안고서 얼굴에 상처가 있는 대머리 악당 두목이 지하에 숨겨진 거대한 요새에서 모노레일 같은 이동 수단을 타는 장면은 다 본작에서 출발했다.





#14 : 11편 문레이커 (MOONRAKER, 1979) 루이스 길버트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노미네이트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가 도피생활 도중 자신의 트레일러에서 보고 있는 영화가 <문레이커>다. 13편은 당시 유행하던 <스타워즈>을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NASA의 대대적인 지원하에 시리즈 최대 제작비가 투여된다. 5편과 10편을 연출한 루이스 길버트는 최상의 오락영화로 그 지원에 보답하게 된다. 또 촬영감독 장 투르니에의 촬영은 투박했던 이전 007시리즈의 화면과 달리 부드럽고 우아하다. 그래서일까? 흥행도 대박 났다. <골든 아이>전까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본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사일 ‘문레이커’의 발사를 저지하는 현실적인 내용의 3번째 장편 소설을 갑자기 <우주 전쟁>급으로 키우면서 개연성이 안드로메다로 몽땅 날아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순위가 높은 이유는 CG가 없던 시대에, 켄 아담의 웅장한 세트 디자인 때문이다. 보고 있노라면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왜 켄 아담과 작업하려고 했는지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13 : 1편 살인번호 (DR. NO, 1962) 테렌스 영

파일럿으로 저예산으로 제작되어서 지금 보면 B급 SF영화 같아 보인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은 '모험소설'이라 규정지었듯이 <007시리즈>는 훗날 <인디아나 존스> 등 액션-어드벤처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요즘 영화 주인공이면 다하는 악당을 처단할 때 내뱉는 냉소적인 유머는 이 영화에서 출발했다. 007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해리 샐츠먼과 커비 브로콜리는 EON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우연히 본 디즈니 영화에서 본 한 3류 복서출신 무명배우를 캐스팅한다. 숀 코네리의 터프하면서도 신사적이고, 때로는 능글맞은 이미지는 이후의 후임자들이 넘볼 수 없는 ‘원조 제임스 본드’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아있다.


테렌스 영 감독은 원작의 냉철한 살인기계에서 고급스러운 신사로 격상시킨다.  로저 무어 시대부터 완전히 사라졌지만, 영화 전반에 긴장감이 드리워져있다. 한가한 휴식 시간조차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암살자들의 급습이 벌어진다. 그리고 테렌스 영 이후의 작품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성적 텐션이 영화를 지배한다.


60년대 성 혁명에 발맞춰 제임스 본드를 옴므 파탈로 그린다. 후속 감독들이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카사노바로 낭비해 버렸지만, 테렌스 영은 여성에게 주도권을 주고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욕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그렸다. 이것이 본격적인 액션영화가 출현하기 이전에 007시리즈가 갖고 있던 참신함이었다.




#12 : 13편 옥토퍼시 (OCTOPUSSY, 1983) 존 글렌

1983년에 비공인 작품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개봉하면서 본드 전쟁이 벌어졌다. 원조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상 가장 로저 무어 스타일의 오락영화로 매끈하게 제작됐다. 기차 안에서의 격투나 비행기 스턴트 등 훌륭한 액션 장면이 많지만, 개그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액션 장면 다음에 무조건 유머를 무슨 공식처럼 이어 붙이니 긴장감이 생기려야 생길 수 없다. 특히 본드의 타잔 소리 흉내나 광대 분장은 많은 비판을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보다 박스오피스 성적이 높았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제작자 브로콜리는 12편 연출을 자청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영연방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렇지만 스필버그의 <레이더스>를 참고해서 인도의 매혹적인 도시 우다이푸르에서 액션-어드벤처 물의 원조다운 오락성을 뽐낸다. 한편,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관람하고서 차기작 <인디아나 존스 : 어둠의 사원>을 인도에서 찍기로 결정했다는 훈훈한 미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11 : 17편 골든 아이 (GOLDENEYE, 1995) 마틴 캠벨

피어스 브로스넌은 '007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극찬을 받으며, 시리즈를 부활시킨다. 1986년에 유력했지만, <레밍턴 스틸>계약 때문에 로저 무어에 이어 40대에 출연하게 된다. 브로스넌은 터프한 킬러 이미지를 원했지만, 스턴트에 많이 의존하면서 로저 무어처럼 <가벼운 007>노선을 걷게 된다.


그의 4편 본드 영화는 냉전 이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틴 캠벨은 00 에이전트 '006 VS 007' 간의 대결로 허술한 시나리오의 허점을 충분히 메웠다. 원래 오우삼을 고려했던 만큼 <첩혈쌍웅>, <다이 하드 2> 같은 동시대의 블록버스터처럼 액션의 강도를 올렸다. 


'정치적 올바름(PC)'을 반영하여 M에 여성이 취임하고, 머니페니도 007과 거리를 꽤 두는 파격적인 행보에 이어 본드 걸도 더 이상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10 : 10편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1977) 루이스 길버트

아카데미 미술·음악·주제가상 노미네이트

8편과 9편을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자 공동제작자 해리 슐츠만이 떠나고 알버트 브로콜리가 단독으로 진두지휘했다. 허술한 구성을 규모로 압도하는 루이스 길버트 감독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을 참조한다. 특히 이집트 장면은 요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국적인 풍광을 차분히 감상하기 좋도록 찍었다.


볼거리에 특화된 길버트 답게 스키 시퀀스부터 로터스 스포츠카가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장면, 압도적인 수중기지 세트 디자인까지 영화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가득하다. '죠스(리처드 키엘)'과 KGB 국장인 '고골 장군'이 감초로 등장하고, 신세계의 신이 되려는 악당도 처음 소개됐다.


어느덧 40대 후반의 로저 무어는 10편에 와서야 재치 있는 유머와 핸섬한 플레이보이 이미지의 <가벼운 007> 스타일을 완성한다. 따라서 2대 레이전비와는 달리 3대 본드 무어의 007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까닭은 1대 본드 코너리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구축한 덕분이다. 제작진에게 향후 배우를 교체하면서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안겨준 첫 번째 작품이다.




#9 : 7편 썬더볼 작전 (THUNDERBALL, 1965) 테렌스 영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전작의 제작비의 3배가 넘는 900만 달러를 아낌없이 퍼부으며 액션-어드벤처 대작으로 규모를 키운다. 당시로는 생소한 수중 액션 등 볼거리가 풍성해서 흥행은 대박이 났다. 1억 4천만 달러(현재가치로 9억 664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단숨에 블록버스터로 격상된다.


유념할 것은 <썬더볼 작전>은 압도적인 규모만 내세워, 관객을 공략하는 몇몇 후기 본드 영화와도 다르다는 점이다. 1편과 2편을 통해 007시리즈의 기초를 다듬었던 테렌스 영은 영화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추격전처럼 서사를 위한 액션을 추구했다. 특히 성적 텐션이 역대 가장 잘 살아있다. 본드걸들이 스토리를 쥐락펴락하며 본드는 액션을 담담한다. 하지만, 편집이 느려 터졌다. 한 15분 정도 잘라냈다면 훨씬 탄탄해졌을 것이다.




#8 : 15편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 1987) 존 글렌

현실적인 첩보물을 원하는 존 글렌과 원작 소설처럼 냉혹한 암살자이길 원했던 4대 본드 티모시 달튼의 생각이 일치했다. 로저 무어를 위해 준비되었던 초안에서 거추장스러운 어드벤처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고 15편이자 25주년 작품을 날렵하게 만들게 된다. 로저 무어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T.E 로렌스 이미지를 본드에게 이식한다거나 <코만도>나 <람보>이 연상될 만큼 80년대 액션 스타일을 적절히 배합했다. 또, 본드걸 '카라 밀로비(마리엄 다보)'에 대한 순애보로 바람둥이 이미지를 불식시킨다.


당시 달튼의 진지한 본드 연기는 무미건조하고 유머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훗날 크레이크가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재평가받게 되었다.




#7 : 3편 골드핑거 (GOLDFINGER, 1964) 가이 해밀턴

아카데미 음향효과상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원작 소설 <골드핑거>에서 이언 플레밍의 여성과 한국인에 대한 편견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가이 해밀턴은 한국을 예찬하는 <레모(1985)>을 연출했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골드핑거>는 제임스 본드의 활약이 시리즈에서 가장 적었지만, 그 바람에 오히려 북미 시장을 평정하게 된다. 이 대박에 고무되어 속편들이 무작정 <골드핑거>를 뒤따르는 바람에, 007시리즈 자체가 산(판타지)으로 가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렇듯 3편은 소위 ‘본드 포뮬러(공식)‘라 불리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 확립된다. 영국 영화를 무시하던 할리우드가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후 007을 모방한 작품이 쏟아졌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스티븐 스필버그는 조지 루카스가 '고고학자의 007시리즈'로 기획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골드핑거를 오마주한 <캐치 미 이프 유 캔>로 그 한을 풀었고, 제임스 카메론 역시 <트루 라이즈>를 제작했다.





#6 : 12편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 1981) 존 글렌

아카데미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원래 새로운 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준비했으나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로저 무어가 복귀한다. EON 프로덕션에서 잔뼈가 굵은 존 글렌이 메가폰을 맡았다. 글렌은 '극비문서를 눈으로 확인하라'라는 제목처럼 현실적인 첩보물로 돌아가기로 원했다. 본드가 죽은 아내의 묘를 참배하고, 블로펠드를 처단하는 프리시퀀스부터가 의미심장하다. 


로저 무어는 글렌의 비전에 동의한다. 무어는 (이전과 달리) 진지한 연기를 펼치며, '비비 달(린-홀리 존슨)'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리다며 퇴짜를 놓는다. 007영화답지 않게 미스터리가 살아있고, 수사 과정이 지루해질 때마다 액션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 본드걸 '멜리나 해벌록(캐럴 부케)'은 요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데도 전투에 참가한다. 


액션은 <본 시리즈>에 영향을 줬는데, 소형차 추격전이나 주변사물을 활용한 근접격투씬이 바로 그러하다. 더욱이 음악이 너무 좋다. 쉬나 이스턴의 주제가와 빌 콘티의 스코어를 잊지 말자!




#5 : 23편 스카이폴 (SKYFALL, 2012) 샘 멘데스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주제가상

<다크 나이트>에 참고했다고 밝힌 샘 멘데스는 M과 본드의 과거사를 탐구한다.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통해 <007시리즈>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는다. 뭣보다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영화를 한 차원 다른 경지로 끌어올렸다. 즉,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단연코 시리즈 최고작이다.


그렇지만 시리즈 유일하게 악당의 목적이 실현된다. 이처럼 멘데스는 시리즈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제우스'를 모티브로 한 결점투성이의 본드가 위험한 임무를 해결해 나가는 활약상에서 팬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원래 007시리즈는 로저 무어-피어스 브로스넌의 [가벼운 007]와 조지 레이전비-티모시 달튼-다니엘 크레이크의 [진지한 007]로 양분된 스타일로 60년 넘게 생존해 왔다. 


그런데 샘 멘데스는 제3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슈퍼히어로처럼 본드의 정체성에 매달렸다. 본드는 원작 소설에서 고아 출신이지만 엘리트 코스를 밞은 영국 상류층의 일원일 뿐이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트라우마를 억지로 시리즈에 이식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결국 24편 <스펙터>의 실패를 불러왔다.




#4 : 16편 살인면허 (LICENCE TO KILL, 1989) 존 글렌

냉전이 종식되고, 플레밍의 원작도 다 떨어졌다. 존 글렌은 ‘본드 포뮬러(공식)’에 의존하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든다. 극 중 본드는 살인면허를 박탈당하면서까지 친구를 살해한 남미의 마약왕 '프란츠 산체스(로버트 다비)'와 '다리오(베니치오 델 토로)'를 처단하기까지 <다이 하드>처럼 죽을 고생 한다. 여기서 특수장비 담당 'Q(데스몬드 류웰린)'의 비중을 대폭 늘리며 팬들에게 '007 시리즈'임을 각인시킨다.


당시의 관객들은 우아한 무적 본드가 처음 피를 흘리는 인간다움에 기겁했고, 처음 만난 그의 뒤틀린 내면의 어둠에 크게 당황했다. 날 것 같은 거친 액션은 <본 시리즈>에 한 발 앞서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6대 본드 다니엘 크레이크가 <카지노 로얄>와 <스카이폴>에서 해낸 성과를 4대 본드 티모시 달튼이 이미 <살인면허>를 통해 일정 부분 성취해 낸 것이다.




#3 : 2편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1963) 테렌스 영

이언 플레밍 본인부터가 '하드보일드한 모험 소설'이라고 소개할 만큼 애초부터 첩보전과 거리가 멀었다. 예외가 있다면 <위기일발>이다. 파일럿 격인 1편이 성공하자 제작비를 2배로 늘리고 제대로 된 본드 영화를 제작한다. 칼날 신발 장면은 <다크 나이트>, <킹스맨>에 오마주 됐고, 본드와 '도널드 그랜트(로버트 쇼)'의 열차 육박전은 이소룡 이전 최고의 맨손 격투 장면로 꼽힌다. 그리고 피터 R. 헌트의 편집은 정직하다. 지금의 현란한 편집이 없기에 오히려 사실적이고 몰입이 되는 느낌을 준다.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과도기적인 속편이라 대단히 선구적인 영화인 동시에 굉장히 유니크한 작품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이후의 첩보물 <미션 임파서블>, <제이슨 본>, <윈터 솔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2 : 21편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2006) 마틴 캠벨

금발의 다니엘 크레이크가 캐스팅될 때 팬들은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을 맡았을 때나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큼 격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개봉과 동시에 모든 잡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파쿠르를 도입했지만, 폴 그린그래스의 쉐이키 캠과 빠른 컷 편집을 도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클래식한 본드 액션 스타일을 잘 계승했다. 진짜로 <본 시리즈>에게 진 빚은, 바로 고뇌하는 인간상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본(Bourne)이 기억상실증과 트레드스톤의 배신 대신에 본드는 풋내기로서 겪는 심리적 미숙함과 첫사랑을 잃는 상실감에서 찾는다. 조직에게 쫓기는 본과 달리 정규직 공무원답게 본드는 M16뿐 아니라 미국의 CIA와 영국 재무부의 협조를 얻는다.


영화의 중반부는 액션 장면 없이 도박 장면과 60년대 프랑스 영화를 연상시키는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와의 로맨스에 온전히 투자된다. 이처럼 본드 무비의 태생적 한계인 허술한 플롯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다. 이를 통해 마틴 캠벨은 본드를 숀 코네리 시절의 야성미와 원작의 냉혹한 살인기계로 되돌려놓는 데 성공한다.





#1 : 6편 007과 여왕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 피터 헌트

시리즈 최초의 비극이자 상업영화로서 배드 엔딩을 시도한 용기 있는 작품이다. 007시리즈의 편집자로 일해 왔던 피터 R. 헌트는 원작 소설에 아주 충실하게 영화화에 나섰다. 초반 1시간을 '트레이시(다이애나 리그)'와의 로맨스에 투자하는데, 40년 뒤에 21편<카지노 로얄>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제임스 본드는 놀랍게도 그녀와 결혼하려고 MI6에 사표를 던진다. 스파이로서의 애환과 회의감이 처음 표현되는데, <골든 아이>이 다소 억지스러웠다면 여기서는 자연스럽다. 악당도 훌륭하다. 역대 가장 뛰어난 블로펠드를 연기한 텔리 사발라스의 카리스마는 그야말로 쩐다. 그리고 놀란 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답게 <인셉션>의 설원 장면으로 오마주했다. 그러나 원조 본드 숀 코너리를 기억하는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흥행도 부진했다. 또한, 조지 레이전비는 역대 본드 중에 유일한 무술 유단자답게 멋지게 본드를 소화했지만, 제2의 숀 코네리를 강요한 제작진과의 갈등에 촬영기간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태업한다.


종합하자면, 6편은 <007 시리즈>의 불문율을 깬 첫 시도였다. 조지 레이전비의 본드는 숀 코네리와 달리 인간적이고 입체적이다. 주제가마저 연주곡과 재즈로 파격적이다. 이처럼 모든 점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정신이 가득하다. 이 작품을 끝으로 007시리즈는 트렌드를 만드는 세터에서 트렌드를 좇는 체이서로 처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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