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노 타임 투 다이, 크레이그 사가에 대한 헌사!

《NO TIME TO DIE (2021)》영화 리뷰

by TERU

시리즈 59년 기념작이자 25편인 《007 노 타임 투 다이》은 원래 내정되었던 대니 보일 감독이 예술적 견해차이로 캐리 후쿠나가로 교체되었다. 펜데믹으로 2년간의 개봉연기,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 출연하느니 손목을 긋겠다!”의 충격발언을 뒤엎은 출연, 흑인여성 007의 등장 등 제작과정은 험난했다. 그 후유증이 25편《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남아있다.




1.온고지신의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007시리즈는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20세기 박스오피스에는 범죄자, 경찰, 형사, 마피아들이 흥행을 주도했지만, 오늘날에는 슈퍼히어로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액션 블록버스터들은 현실을 떠나 공상의 영역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럼 007시리즈는 어떻게 59년간 살아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 힌트는 ‘가젯(특수장비)’에서 찾을 수 있다. 허무맹랑한 가젯이 아니라 현대 기술로 제작이 가능하지만,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선에서 적당히 부활시켰다. 또, 프로덕션 디자이너 켄 아담에게 존경을 표하는 비밀기지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5편<두 번 산다>가 많이 연상되었다. 


이렇듯 클래식 시리즈의 '본드 포뮬러(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이전 본드 영화에서 거의 보여주지 못한 측면들 또한 보여준다. 일례로 ‘노미(러샤나 린치)’가 모종의 사유로 본드로부터 그의 살인면허를 이어받아 새로운 007의 코드네임을 이어받는다. 그동안 설왕설래가 많았던 ‘흑인007’과 ‘여성007’ 루머를 러샤나 린치를 캐스팅함으로써 한꺼번에 해결했다.




2.본드우먼 그리고 163분 (2시간 43분)짜리 장대한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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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영화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작품들의 연계성을 높이는 바람에 러닝타임이 대폭 증가해서 더더욱 그렇다. 영화는 크레이크 5부작에 등장한 모든 인물들과의 인연을 정리하는 서사에 쓰인다. 인상적이게도 본드걸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하듯이 등장하는 모든 여성캐릭터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맡은바 역할을 다하고 퇴장한다. 이렇듯 전작들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바람에 이것을 정리하고 설명하느라 3분의 1정도를 소비했다.


그렇기 때문에 빌런에게 할애된 시간이 적었고, 그의 소신이나 매력을 피력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류치페르 사핀(라미 말렉)’의 목적과 의도가 선명하지 않아 극에 긴장감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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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프닝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적한 해안도로에서 6편<007과 여왕>의 주제가인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이 샘플링되어쓰인 가운데 6편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은퇴한 제임스 본드는 절친이자 CIA 요원 펠릭스 라이터(제프리 라이트)의 설득으로 실종된 과학자를 찾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럴수록 그가 사랑했던 여자 ‘매들린 스완(레아 세이두)’의 비밀을 드러나며 본드는 이전과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걷게 된다.


자칫 장황할 수 있는 서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연출이 돋보였다. 전작<스펙터>와 달리 마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처럼 거대한 음모가 제임스 본드 주위를 공전한다. 존윅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액션이 펼쳐치며 애틋한 가족주의적 정서로 감성적인 터치가 더해진다. 리누스 산드그렌의 촬영이 한몫 단단히 한다. 그렇게 슈퍼 스파이의 연역한 면모가 드러나며, 실제 러닝타임보다 훨씬 짧게 느껴지는 블록버스터로써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아마 '크레이그 사가'를 지켜본 관객에게는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어떨까?




3. '크레이크 사가'가 남긴 유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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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크레이그 사가'는 리부트의 연속이었다. 6대 본드 다니엘 크레이크 시대에 들어와서 파격에 파격을 거듭했다. 21편<카지노 로얄>은 낡은 요소를 청산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을 잘 품었다. 그러나 22편<퀀텀 오브 솔러스>은 본드 포뮬러를 너무 파괴해버려 007시리즈의 아이텐티티를 무너뜨렸다. 이에 제작진은 23편<스카이폴>부터 M, Q, 머니페니, 본드카 등 클래식 요소들을 부활시킨다. 허나 원작에 있지도 않는 ‘본드의 가족사’에 매달렸다. 그 결과 24편<스펙터>에서 숙적 블로펠드를 형제로 편입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4부작을 한데 묶다가 소화불량에 걸렸다. 그리고 25편<노 타임 투 다이>은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는 한편 블록버스터로서의 불문율을 깼다. 그 바람에 시리즈에서 '크레이크 사가'로 분리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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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9년간 25편이라는 최장수 프랜차이즈를 이어오면서 배우를 바꿔가며 시리즈를 이어왔다. 주연 배우는 바뀌지만, M.Q, 머니페니 같은 조연은 그대로 가져가서 관객들에게 '제임스 본드'역은 교체되더라도 '007영화'는 연속성을 이어갔다고 생각해왔다. 아내의 죽음, 펠릭스 라이터의 죽음 등 전작의 사건이 별도로 다뤄지고, 배우는 달라져도 제임스 본드는 '패러럴 월드의 한 이야기'라는 인식을 공유해왔다.


하지만 '크레이크 사가'는 기존의 '스탠드 언론 시퀄(평행우주처럼 독립적인 속편)'을 '시리얼 시리즈(전작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속편)'으로 바꾼 탓에,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송별회를 가진 M.Q, 머니페니역의 조연배우들이 과연 차기작<Bond 26>에서는 대거 교체될 듯 싶다. 차기 7대 본드가 출연하는 <Bond 26>은 하드 리부트를 단행할 것이다. 007팬들에게는 59년간 지켜져온 연속성이 깨지고 '크레이크 사가'만 붕 떠버리는 당혹감을 피할 길이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악당의 음모', '국가적인 위기를 막는 요원의 활약'에만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 (2.5/5.0)


Good : 시리즈 사상 가장 감성적인 작품

Caution : 꼭 그렇게까지 끝내야 했니?


●제목의 의미는 "(007시리즈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인 것 같다. 결말을 미뤄봤을 때, 내년에 촬영될 'Bond 26'은 아마도 <황금총을 든 사나이>에서 영감을 얻을 것 같다.


■다니엘 크레이그 4부작을 꼭 볼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관람시 이전 시리즈들을 꼭 챙겨보고 가는 것이 좋다. 바쁘시면 24편<스펙터>만 보고 가시고. 6편<007과 여왕>도 보고 가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007 시리즈 탄생 59주년에 개봉되는 만큼 클래식 시리즈를 윈한 이스터 에그가 많다. 애스턴마틴 DB5는 물론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본드카였던 애스턴 마틴 V8이 30년 만에 재등장하는 등 올드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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