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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11. 2022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리메이크의 정석

《West Side Story, 2021》

1. 원작에 관한 짧은 설명

1957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진이 엄청 화려하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맡았다. 안무 연출 역시 제롬 로빈스가 담당했다. 때문에 화려한 군무 장면이 압권이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가문 간의 갈등을 맨해튼 서부 외곽지역에 인종 갈등과 갱단 간의 항쟁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멜로의 탈을 사회풍자극으로 기능한다1961년 영화화가 되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한 10개 부분을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2. 리메이크의 정석

스티븐 스필버그는 즉시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는 원작의 정서를 크게 손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줄거리는 원작 그대로다. 한때 제트파의 리더였던 십 대 불량배 ‘토니(안셀 엘고트)’가 푸에르토리코 갱 샤크파의 수장인 ‘베르나도(데이비드 알바레스)’의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제글러)’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고전적이고 동화적인 러브스토리의 청사진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복원한다.


맨 먼저 스필버그는 각본가 토니 쿠슈너와 함께 아서 로렌츠의 원작에 부족했던 개연성을 사려 깊게 업그레이드한다. 예를 들어 ‘토니’가 제트파를 나오게 된 사연을 덧붙인다거나 샤크파가 제트파와 싸우게 되는 동기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여하여 ‘마리아’가 왜 토니와 함께 도망가려 하는지를 이해시켜준다. 그럼에도 오래전 쓰인 이야기라 주인공들의 행보가 지극히 동화적이다.


1961년 오리지널의 화이트 워싱을 말끔히 청산했다. 극중 푸에르토리코인 캐릭터들은 모두 라틴계 배우들이 연기한다. 스필버그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뒤섞인 대화를 통해 문화적 진정성을 더욱 강조하며 일부러 스페인어 자막을 붙이지 않는다. 두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인종 갈등의 골이 깊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할리우드로는 꽤나 대담한 도전으로 스필버그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배우로 넘어가자! 안셀 엘고트는 기소되기 이전에 촬영을 끝마쳤지만, 극 장악력에서 큰 위치를 점하지 못한다. 대신에 나머지 출연진들이 빛난다. 스크린 데뷔한 유튜브 유명 인사 제글러는 단연 눈에 띈다. 아리아나 데보스가 맡은 아니타 역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노려볼만하며, 브로드웨이 스타인 마이크 파이스트가 맡은 리프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음악과 춤은 어떨까? 신곡 없이 제롬 로빈스가 짜놓은 안무를 계승한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큰 틀에서 바뀌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리메이크도 아니다. 대담하게도 무대가 갖는 연극성을 유지하며 원작의 50년대 후반의 뉴욕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한다. 총천연색 화려한 색감, 역동적인 안무, 귀에 익은 명곡들로 156분 동안 보는 이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주인공은 노래에 비중을 두고 조연 캐릭터는 안무로 역할분담이 확실하다. 또 카민스키의 현대적인 카메라워크가 고전적인 세트피스와 이질감 없이 융합하며 리드미컬한 공간 쓰임과 동선, 황홀한 춤 시위를 담아낸다.


스필버그는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들며 감명을 이끌어낸다. 오선지 위의 희로애락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음악과 춤이 시네마만의 쇼를 만들어낸다. 오리지널을 온전히 존중하면서도 본인의 재해석을 확실히 전달한다. 말로는 쉽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 (4.1/5.0)


Good : 리메이크의 정석을 보여준 장인의 예술

Caution : 로미오와 줄리엣의 동화적인 감성


■1961년 오리지널과의 차이가 한가지 더 있다. 원작에서는 토니가 일하는 가게의 주인이 ‘닥’이라는 인물이었지만 본작에서는 ‘닥’은 이미 사망했고 ‘닥’의 부인인 ‘발렌티나’라는 인물이 닥의 역할을 대신한다. 리타 모레노가 이 역할을 맡았고 그녀는 실제 오리지널에서는 아니타 역으로 출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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