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e Niro TOP 25 Performance
단연코 1970년 ~ 198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이며, 메서드 연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드니로 어프로치〉의 창시자이자 숱한 걸작과 명연기를 남긴 대 배우이다. 흔히 말론 브란도의 뒤를 잇는 알 파치노,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연기의 신으로 평가받는다.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마피아 멤버로 쉽게 변신할 수 있는 그의 연기 범위는 한계가 없다.
극한의 메서드 연기인 〈드니로 어프로치〉는 "맡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외부적 조건을 변화시키며 역할 속에 몰입하는 것"인데 체중의 조절이나 눈빛, 표정연기는 기본이고 "완벽하게 내 역할에 빠져 든다"는 철칙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정통 연기이다. 이런 드니로 어프로치를 계승한 배우로는 흔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 크리스천 베일,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매튜 매커너히 등이 있다.
그는 〈비열한 거리〉부터 1973년부터 1995년까지 22년간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 자리를 꿰찼을 뿐 아니라 2번의 아카데미 연기상, 1993년 베니스 영화제 명예 황금사자상, 1997년 모스크바 영화제 명예상, 2003년 미국 영화연구소 평생공로상, 2009년 케네디 센터 명예상, 2010년 골든글로브 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 2020년 배우조합 평생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아메리칸 허슬〉에 특별 출연한 드니로의 분량은 5분 남짓이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마피아 보스 겸 일급 킬러를 연기한다. 마피아의 전설 러키 루치아노의 측근으로 유명한 유대인 조직 마이어 랜스키의 오른팔이라는 설정이다. 드니로는 캐릭터의 탈모를 반영하기 위해 머리를 싹 밀었다.
FBI가 멕시코인 요원을 아랍인으로 위장해서 함정거래를 시도하는데 이 사람이 진짜 아랍어를 구사해 버린다. 중동 카지노 사업을 위해 아랍어를 2년 동안 배웠다는 디테일이 너무 하다 싶다. 텔레지오 캐릭터의 원형은 뉴욕 5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인 제노비스 패밀리의 지부장 빈센트 알로로 알려져 있다.
앨런 파커는 탐정 누아르와 오컬트 공포를 결합하여 훗날 〈올드 보이〉 같은 영화에 영향을 줬다. 드니로는 제한된 분량에도 불구하고 쇼를 지배한다. 1955년을 배경으로 미키 루크는 실종된 가수를 찾기 위해 수수께끼의 루이스 사이퍼(드니로)에게 고용된 뉴욕의 사립 탐정 해리 엔젤 역으로 출연한다. 사이퍼는 해리를 뉴올리언스로 데려가고 그곳에서 부두교에 사로잡히게 되고 곧 그는 의뢰의 진정한 본질을 깨닫게 된다. 드니로는 장발 머리, 날카로운 손톱, 삶은 달걀로 사악한 사이퍼의 흉계를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개봉 당시 명작으로 꼽히는 〈미션〉은 남아메리카로 떠난 선교사를 다룬 시대극이자 모험영화다. 로버트 드니로는 자신의 악행을 회개하는 전직 용병을 출연하여 남미 정글의 예수회 선교부에 배속되어 선교사들을 지켜보게 된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선교사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과라니 사람들의 땅을 침략하는 유럽 군대의 만행을 경험한다. 놀라운 영상미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이 상영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영화다.
테리 길리엄의 SF 영화는 조지 오웰의 소설〈1984〉이 연상된다. 대기업이 사회를 지배하고 시민들은 비밀경찰에 공포를 떨고 있다. 암울한 통제사회에서 말단 관리 ‘샘 로리(조나단 프라이스)’은 종종 아름다운 여인을 구해내는 공상을 한다. 어느 날, 정부의 잘못으로 테러리스트 대신 ‘해리 터틀(로버트 드니로)’이라는 인물을 감금하게 되고, 샘은 터틀의 부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상 속의 여인(킴 그리스트)을 만나게 되면서 샘은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힌다.
드니로는 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불법 수리공이자 저항군 역할로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훔친다. 그가 출연한 역할 중 가장 이상한 캐릭터이지만, 〈브라질〉은 SF 역사에 열 손가락에 꼽히는 걸작으로 칭송받는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
드니로는 정극과 희극, 비극 연기를 오가며 작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는 정신 병원에서 풀려난 후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팻 주니어(브래들리 쿠퍼)’을 돌보는 강박적인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인 ‘팻 시니어’ 역을 맡았다.
매튜 퀵의 원작에서는 팻 시니어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의 정신질환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역할이었으나 드니로는 소설에서보다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한다. 신경쇠약에 걸린 아들을 퇴원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연금을 잃고 생계까지 책임지는 가장으로 등장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주제인 ‘가족애의 회복’을 대변하며,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아들을 깊이 아끼는 부성애를 웃프게 묘사한다.
현존 감독 중에 가장 캐릭터 조형에 뛰어난 타란티노는 명배우를 기막히게 써먹는다. 루이스 가라는 신체적 폭력이 유일한 의사소통일 뿐인 수동적이고, 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동적인 사무엘 잭슨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도록 연출했다. 잭슨이 화면을 장악하면, 드니로는 몇 마디 안 되는 대사로 그의 유악한 면을 감추지 못한다. 이로써 관객들에게 균형과 대비를 제공한다. 갱스터 역이라 더 세게 폭력적일 수 있고, 대사량을 늘릴 수 있음에도 오히려 역으로 간 것이 주효했다.
할리우드 프로듀서(더스틴 호프만)와 짝을 이루어, 선거 기간 동안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자 가짜 전쟁으로 대중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신비한 스핀닥터(드니로)가 여론 몰이에 앞장선다. 의제를 왜곡하는 일은 물론이고 때로는 없는 사실마저 꾸며내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 한지 한 달 뒤에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는 소식이 CNN을 통해 전해졌다. 언론이 스핀 닥터로 전락한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어둠 속에 빠진다는 것을 드니로는 소름 끼치는 연기로 전달한다.
‘스핀’은 원래 ‘돌리거나 비틀어 왜곡한다’는 뜻이고, 스핀 닥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을 속이는 기술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MB정부 때 1조 6천억 들인 '가스 외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언론이 몇 년 후 "다 팔아도 614억 “이라는 기사는 조그맣게 내보내는 식이다.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삼촌으로 어니스트가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와 결혼하기를 부추긴다. 윌리엄 헤일은 오세이지족의 오일머니를 노리는 백인 후견인 제도를 상징하는 인물로 겉으로는 신사로 위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지역유지와 주공무원을 동원하고 인디언의 부를 강탈한다.
디카프리오가 의욕이 앞서 잔뜩 힘이 들어간 연기를 펼친데 반해 드니로과 글래드스톤은 힘을 뺀 연기로 오히려 더 주목받는다. 드니로는 전면에 사악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든 죄악을 범하는 흑막 역할을 최소의 퍼포먼스로 경제적으로 선보인다. 한편 디카프리오가 끊임없이 애드립을 계속 해대서 스콜세지와 드니로가 짜증을 냈다고 한다.
레오네는 누들스가 (플래시백을 통한) 자신의 추억을 방문하는 형식을 취했다. 삶을 회고하면서 지난날의 과오를 후회하는 심경이 절절히 적셔온다. 특히 아편 소굴에서 위대한 명배우의 잊히지 않는 미소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미지 중 하나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훌륭한 음악과 함께 오페라적인 비극은 완성된다.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의 명백한 영향을 감안할 때 토드 필립스는 마틴 스콜세지를 인용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러한 차용 중 일부로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를 캐스팅했다.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존경하는 코미디언이다.
드니로는 〈코미디의 왕〉의 루퍼트 퍼킨 캐릭터를 전복시킨다. 그는 이제 퍼킨의 우상인 제리 랭포드의 포지션을 취한다. 랭포드가 퍼킨의 망상을 참을성 있고 예의 바르게 타일렀다면, 프랭클린은 독선적이고 비열하며 시청자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누가 봐도 사회적 약자인 아서를 조롱거리로 삼아 생방송에 출연시켜 조커로 일탈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드니로는 자신이 가장 해박한 장르에서 훌륭한 데뷔작을 발표한다. (그가 감독한) CIA 설립의 이면을 쫓는 〈굿 셰퍼드(2006)〉도 수작이다. 그가 왜 더 많은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만큼 감독으로서 출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조연으로 극을 뒷받침해 준다. 범죄에 유혹에 끌리는 주인공 칼로게로(릴로 브랜카토)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완고한 아버지를 연기한다. 브롱스 버스 운전사로 아들에게 노동계급의 직업윤리를 심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브롱스의 벨몬트 지역을 관리하는 마피아 소니(체즈 팔민테리)를 동경한다.
영화는 1960년대 인종불화, 조직범죄, 노동계급 가정의 일상적인 도전에 대한 솔직하게 묘사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감동적인 내러티브, 최고 수준의 연기, 사회적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고전의 지위를 얻었다. 로렌조 역을 맡은 드니로의 절제되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와 연출력은 미국 영화의 전설로서의 그의 위상을 드높인다.
아카데미 연기상은 숀 코너리에게 돌아갔지만, 영화를 통째로 훔친 것은 드니로였다.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의 수사대에 표적이 된 갱단 두목 알 카포네를 연기하기 위해 드 팔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카포네가 탈모가 있어 이마가 넓었기에 자신의 생 앞머리를 왕창 뽑고 상당한 체중을 늘렸다. 촬영장에서 메소드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실제 카포네가 입었던 것과 같은 실크 속옷을 입었다고 한다. 드니로는 성질이 불같아서 부하에게 화낼 준비가 된 것처럼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객석마저 흔들릴 정도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골든 글로브 최우수 코미디/뮤지컬 남우주연상 후보
드니로는 진지한 정극배우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훌륭한 희극배우이기도 하다. 「코미디의 왕」, 「미드나잇 런」, 「애널라이즈 디스」에 이어 「미트 페어런츠」에서 유머를 양산할 뿐 아니라 매 장면마다 노련한 코미디언 벤 스틸러와 호적수를 이룬다.
잭은 미래의 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괴팍한 예비 장인어른의 뒤틀린 심사를 탁월한 표정과 대사처리로 표현해냈다. 딸의 약혼을 막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은퇴한 CIA 대책 정보 담당관출신답게 그렉(벤 스틸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극단으로 가고 심지어 그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민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파병 전후의 삶을 파괴적인 효과로 대조하며 전쟁의 공포를 묘사하는 접근 방식에서 타협하지 않았다. 드니로는 PTSD가 그를 영원히 바꿔놓은 모습을 묘사하며 영화를 장악하고 있다. 모든 표정, 모든 침묵, 모든 몸동작에서 배우가 전쟁 중에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해 캐릭터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풍부한 연기로 전달한다. 드니로는 감정적 깊이를 드러내면서도 위켄과 스트립이 마음껏 뛰어놀도록 리액션에 치중한다. 특히, 논란의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위켄의 광기를 받아주거나 스트립과의 앙상블에 매우 헌신적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드니로는 문신과 분노로 가득 찬 성서적인 빌런을 창조한다. 그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 정서가 불안한 인간성의 어두운 면을 구현한다. 위협감을 높이기 위해 그는 근육량을 크게 늘리고 촬영 전 치아를 뽑았다. 촬영 후 다시 심는 데에 25,000달러를 썼다고 한다. 특히 변호사의 10대 딸(줄리엣 루이스)을 유혹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이 남자의 섬뜩한 카리스마는 강렬하고 불편하며 사납다.
골든 글로브 최우수 코미디/뮤지컬 남우주연상 후보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버디 코미디에 달인이다. 《미드나이트 런》에서 정반대의 한 쌍의 캐릭터를 데려와 함께 공존하도록 함으로써 경쾌하게 킬링타임 한다. 현상금 사냥꾼인 드니로는 폭도들로부터 돈을 횡령한 후 보석금을 지불하지 않은 회계사(찰스 그로든)를 잡아오라는 오퍼를 받게 된다. 서류상으로 일이 쉬워 보이지만, 곧 복잡해지고, 두 사람은 FBI의 체포, 마피아의 청부살인을 피해 전국을 횡단하게 된다. 둘의 장난기 넘치는 적대감은 탄탄한 액션 시퀀스로도 강조된다.
그의 코미디 영화 중에 《미드나이트 런》은 연기력을 절제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처리와 재치 있는 대사처리를 보여준다. 관객들이 이입하기 편하도록 힘을 쫙 뺀 대가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훗날 「인턴」에서 푸근한 영감님으로 소소하게 위트를 날릴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에서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비열한 거리》는 드니로와 마틴 스콜세지의 첫 번째 협업이었다. 조연이었지만 스콜세지의 첫 번째 페르소나 하비 케이틀보다 더 돋보여서 두 번째 페르소나로 승진한다. 스콜세지의 야망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부〉와 대조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촬영 감독 켄트 웨이크포드는 뉴욕의 리틀 이탈리아에서의 불안과 갈등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찰리(하비 케이틀)는 마피아 생활과 신앙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다. 그는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 성당에서 기도를 올린다. 무책임한 사촌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사고뭉치로 찰리가 매번 뒷수습하느라 진땀 뺀다. 드니로의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문제아 연기는 《비열한 거리》에 에너지와 생동감을 제공했다. 이 역할로 대중과 영화관계자의 주목을 받는다.
드니로는 실존 인물인 프랭크 ‘레프티’ 로젠탈을 바탕으로 창조된 샘 ‘에이스’ 로트스틴 역을 맡는다. 《좋은 친구들》의 지미가 인정 넘치면서도 냉혹한 보스 역할을 특유의 유들유들하게 연기했다면, 《카지노》에서는 '카지노 지배인'이라는 고용된 외부자로서 마피아들을 관할하는 중간 관리자 입장이다.
'조 페시'는 이번에도 드니로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답게 드니로가 깔아준 판에서 깽판을 친다. 또 다른 위험인물 ‘진저(샤론 스톤)’의 탐욕은, 절제된 드니로 덕분에 더욱 무질서하고 위험해 보인다. 에이스는 그녀가 아내 역할에 충실해주길 바라지만, 진저는 돈을 노리고 한 결혼이기에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드니로와 스톤 사이의 긴장은 〈분노의 주먹〉을 연상시킨다.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갱스터 영화는 감독과 배우가 경력 전반에 걸쳐 탐구한 주제를 더욱 성숙하게 다뤘다. 아일랜드계 갱스터, 프랭크 시런은 마피아 거물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팀스터스의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밑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온갖 불법을 일삼았다. 그 추악한 행위로 인해 그토록 아꼈던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비참한 말로를 겪는다. 그가 선택했던 삶 때문에 그를 알고 있거나 그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는다.
드니로는 실존인물을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약 12년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마이클 만의 범죄스릴러는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범죄자와 경찰로 캐스팅해 첫 스크린 대결을 펼쳤다. 드니로는 침착하고 숙련된 은행강도를 맡고 알 파치노는 그를 쫓는 다혈질 형사인 빈센트 해나 역을 연기한다. 둘 다 사생활과 직업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닐은 이디(에이미 브레느만)와의 로맨스를 통해 멋진 캐릭터의 조용한 절망을 아름답게 조망한다.
두 위대한 배우는 식당에서 전설적인 일대일 장면에서 절정을 이른다. 단 10여 분간 함께 대화를 나눌 때, 동전의 양면처럼 불처럼 취조하는 파치노에 맞서 드니로는 물처럼 유유자적하게 묵비권을 행사한다. 그 계산된 침묵은, 그를 진중하게 보여준다. 그는 항상 남보다 한수 앞을 내다보고 있으며,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신념을 지녔다.
《대부 2》가 역대 최고의 속편이 된 까닭은, 한 개인의 도덕적 타락이 시스템 권력의 부패로 정교하게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장치로써 1920년대와 1960년대를 병치시키며 꼴레오네 부자의 성공을 대조시킨다. 마이클 코를레오네(알 파치노)의 부상과 그의 아버지 비토(드니로)의 상승은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시대상과 인물상에서 대비된다.
1편의 말론 브란도의 상징적인 연기와 경쟁하는 대신, 드니로는 폭력적인 현실과 이상적인 명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딜레마를 스크린에 던져놓는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젊은 이민자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브란도의 표정, 손짓, 시칠리아 사투리를 복사하여 프리퀄 답게 생생하게 묘사한다. 드니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지만, 현지 이태리어를 배우기 위해 실제 시칠리아 섬에서 몇 달간 거주했다.
캐릭터를 꼼꼼하게 연구하고, 몸무게와 억양을 배역에 따라 조절가능한 대배우의 장기는 난폭하며,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진 인물 연기로 명망이 높다. 하지만 숨겨진 재능을 〈코미디의 왕〉에서 발현한다.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쫓아본 이라면 마틴 스콜세지의 이 블랙코미디가 경고로 다가온다. 루퍼트 펍킨은 토크 쇼의 진행자가 되겠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자신의 우상인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를 납치하기에 이른다. 사회에서 소외되어 명예와 성공에 대한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드니로는 스콜세지가 자주 다루는 테마인 강박증을 연기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인물을 표현한다. 상처 입은 영혼, 입증되지 않은 재능, 비현실적인 꿈에 대한 불편한 성명서를 발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퍼트보다 더 위협적인 스토커 ‘마샤(샌드라 번하드)’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과 동행해야 한다. 셀럽(유명인)을 지나치게 떠받드는 우리 문화의 집착,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튜브, 쇼츠로 대표되는 관음증적 쾌락을 풍자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노동계급 출신의 범죄자들 사이에 가족애를 형성한느 방법이다. 헨리 힐(레이 리오타)에게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돈, 여자, 훌륭한 음식뿐만 아니라 동료 집단으로부터 인정받는 느낌이다. 실용적이고 아버지 같은 지미(드니로)와 불같은 성질머리의 토미 드 비토(조 페시)와 함께 한 형제애가 궁극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이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당연히 앙상블이 중요하다. 조 페시와 레이 리오타가 더 크고 역동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동안 드니로는 그 반대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드니로의 연기는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극을 장악해 나간다. 점점 더 사이코패스가 되어가는 지미 콘웨이는 술집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위협적인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이 짧은 몇 초 동안 드니로는 한 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고 동료 모리와 격돌하려는 캐릭터의 의도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헨리와 토미에게 따뜻하지만 실수를 한 부하를 가차 없이 처단하는 냉혹한 그의 내면에 더욱 가깝게 만든다.
〈택시 드라이버〉의 명대사 "나한테 얘기한 거야?(You Talking To Me)"가 많이 패러디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콜세지는 〈수색자〉의 퇴역한 남군장교 ‘이든(존 웨인)’은 인디언에게 납치된 어린 조카를 구하려는 광적인 열정으로 오랜 수색 끝에 인디언의 여자가 된 조카를 구하지만, 그를 반기기는커녕 그로부터 멀어진다는 설정을 참고했다.
〈택시 드라이버〉에서는 트래비스가 어린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구해주려 하지만, 그녀로부터 거절당하는 걸로 변주되었다. 드니로는 퇴역 후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의 심정을 대변하면서 주변 세계에 점점 더 분노하게 되어 결국 격렬하게 현실을 비난하는 불안한 남자를 섬뜩하게 묘사한다. 또한 드니로는 왼손을 쓰는 장면을 위해 왼손잡이로 몇 달간 생활하는가 하면, 심지어 거울을 보고 하는 독백은 즉흥연기라고 한다.
이 전기드라마에서 드니로는 기념비적인 호연을 펼친다. 원래 드니로가 스콜세지에게 〈성난 황소〉를 찍자고 제안했을 때는 거절했다고 한다. 드니로의 몸 상태가 그 이유였는데, 드니로는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 촬영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스콜세지는 의아했지만, 확신에 찬 드니로의 모습을 보고 둘이서 시나리오 초안을 같이 썼다.
드니로는 자기 파괴적 성향의 복서를 연기하기 위해 권투 연습을 꾸준히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말년에 밤무대의 코미디언을 분하기 위해 4달간 제작을 중지시키고 25KG를 증량한다. 당연히 체중만 불린 것이 아니었다. 드니로는 아내(캐시 모리아티)와 매니저를 맡은 동생(조 페시)과 사이가 멀어지게 만든 자기혐오, 질투심, 분노에 대한 보복으로써 자신의 몸을 두들겨 패도록 허용한 복서의 영혼 깊숙이 용감하게 파고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