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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06. 2022

스릴러영화 추천 TOP 100 (2)

MYSTERY & SUSPENSE MOVIES

"4명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단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모두 뼈도 못추리게 된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surprise) 뿐이다. 그러나 나는 4명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소한 대화조차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다.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한다.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된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suspense)'다." 


할리우드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설명이다. 서스펜스는 정보의 일부를 관객에게만 보여줘 긴장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위의 이야기처럼 관객은 주인공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모를 때, 관객이 느낄 초조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영화 속 캐릭터가 어떤 사건의 단서나 이유를 알고 있으며, 관객은 모른 채 그 인물이 만드는 일련의 상황을 따라가게 되면 '미스터리'가 형성된다.




#80 :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Hwayi: A Monster Boy·2013) 장준환

'낮도깨비'라는 범죄조직은 '화이'라는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모두가 아빠라고 부르는 유사가족 형태를 띈다. 즉 살부(아버지 죽이기)의 모티브를 흥미롭게 변주하고 있다. 악은 선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지를 철학적 화두를 던지면서도 공멸의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79 : 대결 (Duel·1971) 스티븐 스필버그 

차, 트럭, 고속도로만으로 90분 내내 쫄깃쫄깃하다.



#78 :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2017) 폴 슈레이더

이 심리 스릴러는 세상의 고통에 신은 왜 침묵하는지를 묻는다. 지구는 병들어가고 있고, 굳게 믿던 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 사회학적으로 환원하면 마르크스의 설명대로 하부구조(생산력)에 의해 상부구조(종교)가 결정된다는 입장이나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신의 구원(가치 합리적 행위)은 사라지고, 이윤추구(목적 합리적 행위)만 남았다는 탄식 중에 어느 것을 택해도 슈레이더가 내리는 결론과 동일할 것 같다.



#77 :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1992) 파울 페르후번

<원초적 본능>은 에로틱 스릴러에게 있어서 야릇한 베드신보다 기본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76 : 크라잉 게임 (The Crying Game·1992) 닐 조던

아카데미 각본상

아일랜드 출신 닐 조던 감독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문제작. 죽은 남자와 그의 남겨진 연인과 살해자의 삼각관계가 깊어지면서 온갖 종류의 비밀들이 불거져 나온다. 이후의 모든 과정이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사이의 오랜 긴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음모 속에서 전개된다. 또한 보이 조지는 이 영화의 주제가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75 : 엔젤 하트 (ANGEL HEART·1987) 앨런 파커

<올드 보이>과 <곡성>이 참조한 작품, 윌리엄 요르츠버그의 1978년 오컬트 소설 '폴링 엔젤'을 원작으로 누아르와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문법으로 이물감 없이 풀어간다. 미키 루크의 미모, 부두교의 불길한 의식들, 악마에 의해 도덕을 파괴하는 배은망덕함이 이 영화의 ‘다크’한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이다. 



#74 : 미저리 (Misery·1990)/어 퓨 굿 맨(A Few Good Men·1992) 롭 라이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미저리>는 사생팬에게 감금당하면서 벌어지는 린치와 광적인 집착을 그렸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활용해 서스펜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아론 스킨의 전설적인 각본 데뷔작<어 퓨 굿 맨> 역시 빈틈없다. 군대 내에 자행되는 은폐와 권위를 통해 조직문화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한편, 주인공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성장 서사까지 촘촘한 짜임새를 자랑한다.



#73 : 바운드(Bound·1996) 워쇼스키 자매

워쇼스키 자매는〈매트릭스〉를 만들기 전부터 규칙을 깼다. 마피아 남자친구의 돈을 노리는 바이올렛(제니퍼 틸리)은 전통적인 팜므파탈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그녀의 파트너인 ‘코키(지나 거숀)’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반기를 들었다. 코키와 바이올렛은 주변 남성들로부터 끊임없이 평가절하되는데, 감독은 나중에 바운드의 모든 인물이 "자신의 삶으로 만든 일종의 덫"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줄거리는 우여곡절이 많아 관객이 마지막까지 추측하게 한다. 기본 계획이 헝클어지며 인물들끼리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나가는 체스 게임이 펼쳐진다. 불규칙 바운드처럼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 간다. 



#72 :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2009) 후안 호세 캄파넬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스페인어 스릴러는 <히든 페이스>, <줄리아의 눈>, <더 플랫폼>등의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 그중에서 에두아르도 사체리의 소설 <La Pregunta De Sus Ojos>을 원작으로 한 아르헨티나 영화를 골랐다.      

은퇴한 주인공이 25년 전 발생한 강간살인 사건을 소설로 집필한다. 이 기간은 이사벨 페론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며 아르헨티나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암울한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과거의 미제사건을 쫓는 묵직한 스릴러가 아닐까 싶지만,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교차하며 사회드라마로 확장한다. 그 기저에 짙게 깔린 아련한 순애보가 감동도 여운도 남긴다.



#71 : 스내치 (Snatch·2000) 가이 리치 

영국판 〈펄프 픽션〉은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놓고 런던 지하세계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소동을 다룬다. 이 코미디 스릴러는 〈록 스탁…〉을 정교하게 재탕했다. MTV 세대를 겨냥한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 특유의 블랙 유머가 번뜩이는 위트가 넘치고, 흥미진진하며, 종종 정신없이 웃긴다.



#70 : 인사이더 (THE INSIDER·1999) 마이클 만

이 '내부고발(Whistleblowing)스릴러'는 그 어떤 금연광고보다 메시지가 와닿고 2시간 40분 동안 팽팽하게 당긴다. 수많은 법인과 기업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 기자와 정보원과의 관계 등을 파헤친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명이 낸 손해배상청구기간 중에 개봉하여 큰 화제를 모았고 아카데미 7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개봉 4개월 후인 1999년 7월7일, 원고들에게 2천억달러(약 240조원)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졌다.



#69 : 데드 링거 (Dead Ringers·1988)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티탄>의 줄리아 뒤쿠르노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 중 하나로 <데드 링거>를 꼽았다. <데드 링거>는 쌍둥이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1975년 스티븐, 시걸 마커스 형제의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주인공 엘리엇과 베벌리 마커스 형제관계는 기묘하다. 쌍둥이는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인의 영역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던 차에 베벌 리가 미모의 여성 클레어를 사랑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1인 2역의 열정적인 연기가 눈부신 <데드 링거>는 육체와 정신의 대립이란 주제로, 정체성의 혼란과 약물 중독, 환상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두 형제의 파멸의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68 : 롤라 런 (Lola Rennt·1998) 톰 티크베어

MTV 세대의 영화의 총아, 오프닝 타이틀부터 온갖 놀라움들이 쉴 새 없이 달리는 SF스릴러 영화다. 타임루프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실험과 시각표현이 독창적이다. 마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한 역동성을 가져온다. 유머와 숨가쁜 흥분과 어머어마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67 : 헤드헌터 (HODEJEGERNE·2011) 모튼 틸덤 

정석에 가까울 만치 기본에 충실한 노르웨이 스릴러다. 굉장히 잘 짜인 각본과 최상의 몰입도를 제공한다.



#66 : 하이 눈 (High Noon·1952) 프레드 진네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주제가·음악·편집상 

스릴러의 역사에서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으레 서부극하면 떠올리는 추격, 폭력, 액션, 그리고 그림 같은 정경들이 없다. <하이 눈>은 무엇보다도 한 남자의 내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안관으로서 자신의 신념 때문에 마을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 그 신념을 핑계로 자신을 내치는 마을 주민들의 이기심은 실로 끔찍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럴 때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 하지만, 그 결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심리 웨스턴은 심리스릴러의 한축을 건립한다. 그래서 '영웅(보안관)'이 각성하는 과정은 오늘날 슈퍼히어로물의 컨벤션으로 남아있다.



#65 : 퍼니 게임 (Funny Games·1997) 미하엘 하네케 

의외로 <퍼니 게임>은 폭력의 사용은 극도로 자제되어 있다. 하지만 관객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폭력적인 영상이 아니라 관객에게 야유를 퍼붓는 듯한 영화의 어조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일반적으로 제4의 벽을 깨지 않는다. 그런데 <퍼니게임>은 인물이 카메라를 자주 보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영화가 폭력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묻기 위해 관객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 소름끼친다.  



#64 : 서바이벌 게임 (Deliverance·1972) 존 부어만

네 명의 친구가 카누여행을 즐기다가 의문의 피습을 당하는 생존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샘 페킨파의 「어둠의 표적」과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의 마지막 집」과 매우 흡사하다. 폭력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살아가던 평범한 도시 중산층이 무자비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의 쾌감을 선사한다.



#63 : 위플래시 (Whiplash·2014) 데이먼 셔젤 

아카데미 남우조연·편집·음향편집상

마치 <할로윈>처럼 시점쇼트를 통해 위압감을 강조하고, 카메라는 언제 인물에게 다가가거나 물러서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서 역동적인 재즈의 리듬감을 이식했다. 플래처(J.K 시몬스)을 종종 조명이 등진 위치에 놓음으로써 카리스마를 강조하고, 입을 보여주지 않는 빅 클로즈업으로 모호한 그의 속내를 표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를 보고 나서 “놀라운 작품”이라며 심지어 질투가 난다고 인터뷰했다. 2017년 <퍼스트 맨> 촬영당시 지인을 통해 셔젤을 만나 각자의 영화에 사용된 개인적인 트릭을 교환했다.



#62 : 추격자 (The Chaser·2008)/황해 (The Yellow Sea·2010) 나홍진

고전적인 스릴러의 관습을 존중하면서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겉보기에는 관계가 없는 각각의 플롯이 마치 시계 부품처럼 착착 돌아간다.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던 요소들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긴장감을 끊임없이 공급한다.



#61 : 친절한 금자씨 (Lady Vengeance·2005) 박찬욱

복수 3부작의 피날레는 복수를 위해 출소한 여죄수라는 익숙한 전제로 시작한다. 이전까지 남성중심이었던 박찬욱이 모성애와 자매애를 전면에 내세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폭력의 모티브로 인해 감독의 동기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판타지적인 서정성이 따사로운 포옹의 여지를 남겼다. 

     

피비린 내나는 여정을 끝마칠 때쯤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결국 관객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진다. 특히 복수에 성공해서 기쁜 것인지, 복수가 허무해서 후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영애의 표정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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