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 SUSPENSE MOVIES
"4명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단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모두 뼈도 못추리게 된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surprise) 뿐이다. 그러나 나는 4명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소한 대화조차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다.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한다.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된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suspense)'다."
할리우드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설명이다. 서스펜스는 정보의 일부를 관객에게만 보여줘 긴장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위의 이야기처럼 관객은 주인공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모를 때, 관객이 느낄 초조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영화 속 캐릭터가 어떤 사건의 단서나 이유를 알고 있으며, 관객은 모른 채 그 인물이 만드는 일련의 상황을 따라가게 되면 '미스터리'가 형성된다.
'낮도깨비'라는 범죄조직은 '화이'라는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모두가 아빠라고 부르는 유사가족 형태를 띈다. 즉 살부(아버지 죽이기)의 모티브를 흥미롭게 변주하고 있다. 악은 선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지를 철학적 화두를 던지면서도 공멸의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원초적 본능>은 에로틱 스릴러에게 있어서 야릇한 베드신보다 기본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프리퀀시>는 초끈 이론이나 다중우주 이론과 무관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단일 시간선’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살짝 미심쩍을지 몰라도 기본기가 아주 단단하다. 바뀐 과거에서 살아남은 아버지가 책상 위에 글자를 남겨 미래의 아들에게 전달하는 장면이나 아버지가 미래의 아들에게 지갑에 증거를 넣어둬서 전달하는 장면, 야구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소통하는 방식. 30년 시차를 두고 부자가 범인과 대결하는 교차편집은 박진감이 넘친다.
앞서 말했던 기본기는 다음과 같다. SF 스릴러가 꼭 휘양 찬란한 특수효과가 필요한가? 어찌 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그 발상을 활용하는 기발한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를 재확인시켜준다. 이것이 <시그널(2016)>에 전해준 <프리퀀시>의 조언이다.
<LA 컨피덴셜(1999)>을 연출한 커티스 핸슨은 90년대 스릴러 장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부모의 육아 불안감과 <매리 포핀스>의 가정 침략을 훌륭히 그렸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류준열의 <돈(2019)>이 참고할 만큼 금융스릴러의 아버지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1939년 사회학자 에드윈 서덜랜드에 의해 “직업 과정에서 존경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로 일찍이 정의되었음에도 영화는 한 참 뒤에 나왔다. 이것은 주주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금융시장이 전통적인 산업부분을 앞지르는 경제적 변혁을 80년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미저리>는 사생팬에게 감금당하면서 벌어지는 린치와 광적인 집착을 그렸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활용해 서스펜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아론 스킨의 전설적인 각본 데뷔작<어 퓨 굿 맨> 역시 빈틈없다. 군대 내에 자행되는 은폐와 권위를 통해 조직문화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한편, 주인공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성장 서사까지 촘촘한 짜임새를 자랑한다.
젊은 시절에 히치콕 연구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샤브롤은 히치콕에 존경을 바치는 스릴러 영화만을 평생 동안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도살자>는 가장 혁신적으로 히치콕을 받아들였다고 평가받는다.
겉보기엔 동화적인 분위기의 은밀하고도 섬세한 러브스토리처럼 위장했다. 그렇게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와 <열차 위의 낯선자들>을 교묘하게 합친다. 샤브롤 스스로 히치콕 영화의 본질이라고 파악했던 등장인물 들간의 ‘죄의 교환’이라는 주제를 깊숙이 탐구한 작품이었다.
워쇼스키 자매는〈매트릭스〉를 만들기 전부터 규칙을 깼다. 마피아 남자친구의 돈을 노리는 바이올렛(제니퍼 틸리)은 전통적인 팜므파탈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그녀의 파트너인 ‘코키(지나 거숀)’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반기를 들었다. 코키와 바이올렛은 주변 남성들로부터 끊임없이 평가절하되는데, 감독은 나중에 바운드의 모든 인물이 "자신의 삶으로 만든 일종의 덫"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줄거리는 우여곡절이 많아 관객이 마지막까지 추측하게 한다. 기본 계획이 헝클어지며 인물들끼리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나가는 체스 게임이 펼쳐진다. 불규칙 바운드처럼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 간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스페인어 스릴러는 <히든 페이스>, <줄리아의 눈>, <더 플랫폼>등의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 그중에서 에두아르도 사체리의 소설 <La Pregunta De Sus Ojos>을 원작으로 한 아르헨티나 영화를 골랐다.
은퇴한 주인공이 25년 전 발생한 강간살인 사건을 소설로 집필한다. 이 기간은 이사벨 페론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며 아르헨티나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암울한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과거의 미제사건을 쫓는 묵직한 스릴러가 아닐까 싶지만,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교차하며 사회드라마로 확장한다. 그 기저에 짙게 깔린 아련한 순애보가 감동도 여운도 남긴다.
<프리즈너스>는 아동 유괴극과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이 세장의 지옥 같은 단면을 절단한다. 가만히 응시하며 여기에 과연 희망이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그 질문은 손쉬운 봉합이나 냉소적인 체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아버지는 뜨겁게 단죄하고, 형사는 냉철하게 수사한다. 한 사건에 두 개의 시선이 생기며 영화의 긴장감이 배가된다.
이 영화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통적인 경찰 영화의 틀을 따르면서 MZ세대에 맞게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실에 주목하는 대개의 스릴러들과 달리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초점을 맞춰서 진한 울림을 안긴다.
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심호흡을 몇 번 해보실 것을 권해 드린다. 이 밀실 스릴러는 너무 팽팽하게 짜여져 있어서 기절하지 않고 끝까지 보려면 여분의 산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더 길티〉의 가장 큰 매력은 생략과 침묵을 활용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이다. 구스타브 몰러는 “관객과 공동 창작하는 영화”라며 경찰 긴급 신고 센터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거의 '주인공이 전화하는 모습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음악 없이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 풀숏 같은 기본적인 최소의 도구만으로 현실감과 몰입감을 불어넣었다.
이 '내부고발(Whistleblowing)스릴러'는 그 어떤 금연광고보다 메시지가 와닿고 2시간 40분 동안 팽팽하게 당긴다. 수많은 법인과 기업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 기자와 정보원과의 관계 등을 파헤친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명이 낸 손해배상청구기간 중에 개봉하여 큰 화제를 모았고 아카데미 7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개봉 4개월 후인 1999년 7월7일, 원고들에게 2천억달러(약 240조원)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졌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티탄>의 줄리아 뒤쿠르노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 중 하나로 <데드 링거>를 꼽았다. <데드 링거>는 쌍둥이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1975년 스티븐, 시걸 마커스 형제의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주인공 엘리엇과 베벌리 마커스 형제관계는 기묘하다. 쌍둥이는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인의 영역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던 차에 베벌 리가 미모의 여성 클레어를 사랑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1인 2역의 열정적인 연기가 눈부신 <데드 링거>는 육체와 정신의 대립이란 주제로, 정체성의 혼란과 약물 중독, 환상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두 형제의 파멸의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MTV 세대의 영화의 총아, 오프닝 타이틀부터 온갖 놀라움들이 쉴 새 없이 달리는 SF스릴러 영화다. 타임루프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실험과 시각표현이 독창적이다. 마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한 역동성을 가져온다. 유머와 숨가쁜 흥분과 어머어마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주제가·음악·편집상
스릴러의 역사에서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으레 서부극하면 떠올리는 추격, 폭력, 액션, 그리고 그림 같은 정경들이 없다. <하이 눈>은 무엇보다도 한 남자의 내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안관으로서 자신의 신념 때문에 마을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 그 신념을 핑계로 자신을 내치는 마을 주민들의 이기심은 실로 끔찍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럴 때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 하지만, 그 결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심리 웨스턴은 심리스릴러의 한축을 건립한다. 그래서 '영웅(보안관)'이 각성하는 과정은 오늘날 슈퍼히어로물의 컨벤션으로 남아있다.
의외로 <퍼니 게임>은 폭력의 사용은 극도로 자제되어 있다. 하지만 관객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폭력적인 영상이 아니라 관객에게 야유를 퍼붓는 듯한 영화의 어조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일반적으로 제4의 벽을 깨지 않는다. 그런데 <퍼니게임>은 인물이 카메라를 자주 보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영화가 폭력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묻기 위해 관객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 소름끼친다.
네 명의 친구가 카누여행을 즐기다가 의문의 피습을 당하는 생존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샘 페킨파의 「어둠의 표적」과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의 마지막 집」과 매우 흡사하다. 폭력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살아가던 평범한 도시 중산층이 무자비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의 쾌감을 선사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편집·음향편집상
마치 <할로윈>처럼 시점쇼트를 통해 위압감을 강조하고, 카메라는 언제 인물에게 다가가거나 물러서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서 역동적인 재즈의 리듬감을 이식했다. 플래처(J.K 시몬스)을 종종 조명이 등진 위치에 놓음으로써 카리스마를 강조하고, 입을 보여주지 않는 빅 클로즈업으로 모호한 그의 속내를 표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를 보고 나서 “놀라운 작품”이라며 심지어 질투가 난다고 인터뷰했다. 2017년 <퍼스트 맨> 촬영당시 지인을 통해 셔젤을 만나 각자의 영화에 사용된 개인적인 트릭을 교환했다.
<식스 센스>은 '고전적인 유령이야기'다. 심리학자 말콤(브루스 윌리스)과 그 아내, 소년 콜(할리 조엘 오스먼트)과 엄마(토니 콜렛)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이 영화는 무서운 서스펜스 영화라기보다는 정서적인 울림에 집중한다. 채도 낮은 색채의 사용과 유령이 있을 때는 기온이 내려가는 것과 붉은색의 강조, 성실하게 반전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 뿌려놓은 덕에 저절로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복수 3부작의 피날레는 복수를 위해 출소한 여죄수라는 익숙한 전제로 시작한다. 이전까지 남성중심이었던 박찬욱이 모성애와 자매애를 전면에 내세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폭력의 모티브로 인해 감독의 동기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판타지적인 서정성이 따사로운 포옹의 여지를 남겼다.
피비린 내나는 여정을 끝마칠 때쯤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결국 관객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진다. 특히 복수에 성공해서 기쁜 것인지, 복수가 허무해서 후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영애의 표정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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