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 SUSPENSE MOVIES
스릴러는 말 그대로 ‘스릴을 선사하는 장르’다. 서스펜스 영화나 서스펜스 스릴러라고도 부른다. 관객의 흥분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처럼 영상매체라면 으레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의학 스릴러, 법정 스릴러, 범죄 스릴러, 첩보 스릴러, 정치 스릴러, 심리스릴러, 음모 스릴러, 테크노 스릴러처럼 소재에 따라 수식어가 따로 붙게 된다. 코미디 스릴러, 액션 스릴러, 호러 스릴러 같이 타 장르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엄밀하게 말해 ‘나비효과’는 반드시 규모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차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는 <레트로액티브 (1997)>나 <인생극장>처럼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는 설정을 차용하나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초자연적 요소를 가미하였기에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할리 우드답게 신은 운명에 손을 댄 이 ‘오만한’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 매력적이고 불경한 소재는 하나의 교훈극으로 소모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이 복잡다단한 플롯을 꽤 흥미롭게 이끌고 간다. 소름 돋는 여운을 남긴 극장판 결말이 만족스러웠으나, 아무래도 며칠 동안 헤어 나올 수 없는 멘탈 붕괴를 안겨준 감독판이 더 강렬했다.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핫티 고등학교 지도교사 샘 롬바르도(맷 딜런)는 부유한 소녀 켈리 반 라이언(데니스 리처드)과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가난한 학생 수지 톨러(네브 캠벨)라는 제자 두 명이 그를 강간 혐의로 고소당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잘 짜여진 추리극을 연상시키는 반전이 매우 뻔뻔하게 펼쳐진다.
<클로버필드 10번지>는 제작자 J. J. 에이브럼스의 두 번째 ‘클로버필드’ 프로젝트다. 전편<클로버필드(2008)>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도 아니고, 괴물이 대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공포를 선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벙커라는 폐쇄된 공간에 있는 세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는 데서 긴장감이 발생한다.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심리싸움과 바깥 상황에 대한 미스터리가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전편의 스타일, 분위기, 줄거리와 무관하지만 연계성을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외부 위협은 괴물이 비디오카메라에 제대로 비치지 않는대서 공포감을 선사하는 <클로버필드>와 어느 정도 흡사하다. 전모가 밝혀지는 후반부에 이 작품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도널드 레이 폴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신정론을 주제로 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년 동안 얽히고설킨 악연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아빈(톰 홀랜드)과 레노라(엘리자 스캔런) 남매는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댁으로 내려간다. 10년 후, 레노라는 마을의 새로운 목사 프레스턴(로버트 패틴슨)의 유혹에 빠지며 곤경에 처한다. 부패와 혼란은 이 영화의 핵심이며, 관객을 울퉁불퉁한 지옥으로 데려간다.
치명적인 팜 파탈 ‘브리짓(린다 피오렌티노)’은 남자들을 멋대로 이용하고 또 그만큼 재빨리 버리고 도망간다. 헌신적인 남편을 배신하고, 순진한 ‘토이 보이(Toy Boy)’을 어깨를 으쓱거리며 조종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다.
제목의 뜻은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의 경매사이자 미술품 감정사인 '버질(제프리 러쉬)'은 인생을 건 베스트 오퍼를 하게 되고 영화는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지켜본다. 영화가 끝나면 다시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대화가 있다. 버질에 의하면 위조품은 진품의 미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창작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는 설명이다.
아카데미 각본상
미학적으로는 파스텔톤으로 코팅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내밀하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낸다. 매우 대담한 블랙코미디와 소름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프라미싱 영 우먼〉은 이전에 본적이 없는 작품이다. 제목대로 전도유망한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젠더정치학』을 화두로 던진다. 과거 사건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는 주인공이 사적제재를 실행한다. 그 복수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물으며 이야기가 한층 흥미로워진다. 그 죄의식에서 거리를 둠으로써 피해자의 아픔과 억울함이 객관적으로 전달된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사건을 대하는 그 영리함에 매혹될 수 없게 한다.
1808년 동화도라는 외딴섬의 제지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방화와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사극이다. 잔혹한 고어로 표현되는 자생적 근대의 좌절 속에서 전근대적 사회상을 고발한다.
가타야마 신조는 아버지가 겪은 일을 모티브로 ‘연쇄살인마를 마주한 후 갑자기 아빠가 사라지고, 아빠의 이름을 사용하는 연쇄살인마가 나타난다’라는 흥미로운 플롯을 짰다. 그리고는 자살을 통해 일본 사회 밑바닥에 꿈틀거리는 욕망과 인간 생태계의 그림자를 과격하고도 차갑게 형상화한다.
이 얼마나 현실적인 악당인가! 경계선 성격장애의 표본인 알렉스 프레스트(글렌 클로즈),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불륜의 위험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게 만든다.
〈콜걸〉은 앨런 J. 파큘라의 '편집증 3부작(Paranoia Trilogy)'의 시작으로서, 〈암살단〉과 〈모든 대통령의 사람들〉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과 세상을 움직이는 그림자의 무거운 주제를 특징으로 한다. 플롯보다 편집증과 의심과 음모를 연기하는 폰다와 서덜랜드의 캐릭터 개발에 치중하여 유사한 서스펜스 영화에 비해 독특한 각도를 제공한다.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제작당시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에게 파큘라의 미학과 스타일을 숙지하라고 말했으며, 〈조디악〉에 가장 영향을 준 작품으로 〈모든 대통령의 사람들〉을 꼽았다. 스티븐 소더버그 역시 〈에린 브로코비치(2000)〉와 〈트래픽(2000)〉을 만들 때 참고했다.
호주에서 실제 벌어진 경찰 살인사건을 극화한 작품으로 제2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미약한 존재는 어미를 잃은 새끼다. 이제 막 17살이 된 J(제임스 프레체빌)은 엄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외가에 머물게 된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범죄자들로 J도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그를 회유하여 증인으로 내세우려는 형사, 잇속만 챙기는 변호사, 심문에 발설할까 염려하는 외가 식구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까 몰래 움직이는 부패경찰 틈바구니에서 약육강식의 논리를 깨닫는다. 팝(벤 멘델슨)이 거실 의자에 앉아 음모를 꾸밀 때, 에어 서플라이의 ‘All Out of Love’가 들려오는 아이러니한 대위법이 인상적이다.
<프리퀀시>는 초끈 이론이나 다중우주 이론과 무관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단일 시간선’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살짝 미심쩍을지 몰라도 기본기가 아주 단단하다. 바뀐 과거에서 살아남은 아버지가 책상 위에 글자를 남겨 미래의 아들에게 전달하는 장면이나 아버지가 미래의 아들에게 지갑에 증거를 넣어둬서 전달하는 장면, 야구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소통하는 방식. 30년 시차를 두고 부자가 범인과 대결하는 교차편집은 박진감이 넘친다.
앞서 말했던 기본기는 다음과 같다. SF 스릴러가 꼭 휘양 찬란한 특수효과가 필요한가? 어찌 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그 발상을 활용하는 기발한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를 재확인시켜준다. 이것이 <시그널(2016)>에 전해준 <프리퀀시>의 조언이다.
우리나라는 형사 콤비(버디 캅) 대신에 '대한민국 검사'를 대입한다. ‘형사 VS 검사’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제대로 들춘다. 가짜 범인을 만드는 기획수사의 전 과정을 공개한다. ‘대한민국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46조 ‘국가소추주의’를 통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起訴便宜主義)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제목의 <부당거래>란? 경찰은 기획수사로 가짜 범인을 만들고, 검찰은 재벌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버린다. 기득권의 후원 아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