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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영화 추천 TOP 100 (3)

MYSTERY & SUSPENSE MOVIES

by TERU

호러영화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일으키는 장르이지 않느냐? 그럼 스릴러와 호러의 차이는 뭘까? 스릴러와 호러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떤 소재를 다루고 있는가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를 다룬다면 호러, 인간이 대항해볼 수 있는 인간이나 비밀을 그린다면 스릴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 장르의 경계가 불분명한 작품도 많으므로 이 분류법이 100% 맞다고 보장할 수 없다.


왜 두 장르는 혼동하기 쉬울까? 히치콕은 “살인은 어두운 거리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내가 신데렐라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사륜마차에서 시체가 발견되도록 할 거예요. 그렇게 했는데도 관객에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주지 못하면 내가 오히려 실망할걸요.”라고 재치있게 답변한다. 히치콕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정말 무섭다. 그는 공포는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편안하고 일상적인 세계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60 : 레드 룸스(Les Chambres Rouges·2023) 파스칼 플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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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 연쇄 살인마를 다뤘지만, 중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심리적 이상 증상, 즉 하이브리스토필리아 (Hybristophilia)를 가진 주인공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주인공의 의도를 감춘 채, 영화는 미디어가 범죄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메타 논평으로 서서히 전환되며 온라인의 위험성까지 다룬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강력범죄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그 희생자 영상을 소비하는 형태에서 양심에 경종을 울린다.



#59 :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2008) 마틴 맥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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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청부업자에게도 선한 본성이 있을까? <킬러들의 도시>는 킬러들의 ‘속죄’를 밝히도록 영화의 마지막을 킬러들의 윤리적인 선택으로 남겨두기에 이른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콜린 패럴과 동정심 많은 브랜던 글리슨의 행보가 서로 엇갈리고, 피비린내와 가슴 아픈 가운데 웃음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마틴 맥도나의 대본이 얼마나 우스운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그래서 영화의 결론이 뭐냐고?우스꽝스럽게도 세상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그럴지라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선의’이라는 역설이다.



#58 : 수집가 (The Collector·1965) 윌리엄 와일러

칸 영화제 남녀 주연상

존 파울스의 동명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일기 2권인데 윌리엄 와일러는 가해자의 일기만을 영화화했다. 나비를 수집하던 남자가 여자를 수집하여 ‘곱게’ 키우는 과정이 건조하게 그렸다. 예의바른 범인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도 한 여성의 인격을 말살해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기다.



#57 : 추격자 (The Chaser·2008)/황해 (The Yellow Sea·2010) 나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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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스릴러의 관습을 존중하면서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겉보기에는 관계가 없는 각각의 플롯이 마치 시계 부품처럼 착착 돌아간다.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던 요소들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긴장감을 끊임없이 공급한다.



#56 : 도망자 (The Fugitive·1993) 앤드류 데이비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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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스릴러의 모범답안, 리처드 킴블(해리슨 포드)의 평온한 일상이 아내가 살해당하면서 엉망이 된다. 모든 정황이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죄수호송열차 사고로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도망인생이 시작된다. 그를 끝까지 쫓는 형사 '샘 제라드(토미 리 존스)'의 손에 잡히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치면서, 아내 사건에 대한 수사도 벌인다. 그것은 영화 제작 전체를 이중 교차 추격전으로 탈바꿈시킨 영리한 결정이다.



#55 : 아이드 와이드 샷 (Eyes Wide Shut·1999) 스탠리 큐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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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로 인정받기 위해서 총을 꺼내거나 피를 봐야할까? 스탠리 큐브릭은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한다. 큐브릭은 예측불허의 이미지와 이야기전개로 관객에게 불편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탐 크루즈는 알 수 없는 권력에 의해 욕망의 세계로의 진입을 저지당한다. 그러면서 부부간의 말다툼에 그친 사소한 소재에서 한 개인의 도덕률, 쾌락, 자유의지는 누가 허용하는 것이며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 것인가로 주제를 확장해가는 거장의 솜씨에 탄복했다.



#54 : 아메리칸 싸이코 (American Psycho·2000) 매리 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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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특권, 명문대학과 명품 뒤에서 숨은 패트릭 베이트먼(크리스찬 베일)은 ‘교양 살인마’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이는 80년대 미국 사회의 산물인 여피(Yuppy: Young Urban Professional) 문화에 대한 비판이다. 물질적 성공이 곧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바로 엘리트가 된 계층을 정조준한다.


여성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첫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강박적인 벗어날 수 없는 성(性)과 새디즘, 살인, 그리고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다루고 있다. 호러 장르에서의 유리천장을 뛰어넘었다. 카린 쿠사마, 제니퍼 켄트, 애나 릴리 애머푸어, 코랠리 파갯, 줄리아 뒤쿠르노에게 문호를 열어줬다.



#53 : 포인트 블랭크 (Point Blank·1967) 존 부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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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필름누아르는 나날이 기업화되어가는 범죄세계를 다룬 첫 번째 영화로 볼 수 있다.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인 구성은 <펄프픽션 (1994)>과 <메멘토 (2000)>의 이전엔 이 작품이 있었고,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형식은 <식스 센스 (1999)>라는 훌륭한 후계자에게 고스란히 물려줬다.



#52 :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2014) 댄 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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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시스템에 함몰되고 타락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괴물이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서사구조로 굉장히 섬뜩하다. 소시오패스인 주인공이 비윤리적인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언론이 뉴스를 보도하는 기자들과 그것을 소비하는 시청자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져오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놀랍지 않은 것은 주변에 이런 광경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인간은 도덕성을 저버린다. 왜 이럴까? 성공학과 자기계발론이 판치는 세상이 문제는 아닐까? 댄 길로이 감독 역시 “진정한 공포의 대상은 루이스 블룸이 아니라 그를 창조한 사회”라 말했다.



#51 : 언 컷 젬스 (Uncut Gems·2019) 사프디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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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넘치는 편집과 신경질적인 사운드로 추동된 황홀한 영화적 멀미.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쉽게 판별할 수 없는 주인공과 더불어 불쾌하고도 종잡을 수 없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50 : 나를 찾아줘 (Gone Girl·2014) 데이빗 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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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처의 연출 그 자체가 전략적이다. 억울한 남자들에 대한 감정적인 동조가 없애버리며 평범한 스릴러에서 탈출시킨다. 유명한 아내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며 남편 혼자 언론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자체가 블랙코미디를 양산한다. 결혼생활의 불만이 가족, 이웃, 대중에게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한 고찰이다.



#49 :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2011) 린 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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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의 이면을 들춰낸 심리스릴러, 임신을 원치 않았던 ‘에바(틸다 스윈튼)’는 자식에게 애정을 전하는데 서툴다. 아들 ‘케빈(이즈라 밀러)’은 자신에게 무심한 엄마에 대한 적개심을 보이며 벌어지는 파국을 그리고 있다. 린 램지는 ‘어머니’라는 단어로 규정짓기 힘든 ‘모성신화’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난도질한다.



#48 : 특근 (After Hours·1985)/셔터 아일랜드 (The Shutter Island·2010) 마틴 스콜세지

칸 영화제 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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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에 찌든 직장인이 하룻밤동안 겪는 일탈을 통해 기계처럼 틀에 박힌 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꼬집는다. 칸 영화제는 갱스터 장르로 미국사회와 미국인들의 비정한 '작동원리'를 드러냈던 그를 위로하려는 듯 이 영화에 감독상을 선사했다.


데니스 루헤인 소설을 각색한 <셔터 아일랜드>는 반전이 있지만, 논리적 사고가 거의 필요없다. 영화는 히치콕적인, 주인공 마음속의 지옥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영화적 환영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귀신들린 집' 장르를 들고 와서 인간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스크린에 투영했다.



#47 : 언터처블 (The Untouchables·1987) 브라이언 드 팔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완성도에 있어) 허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짜인 게임 한 판을 벌인다.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에서 펼친 마피아 소탕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최종 보스를 향해 화려한 세트피스, 풍성한 오마주, 엔니오 모리코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등 다양한 스테이지를 준비한다.



#46 : 시스터스 (SISTERS·1972)/드레스드 투 킬 (Dressed To Kill·1980) 브라이언 드 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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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드 팔마는 아예 히치콕 영화를 그대로 모사했지만, 드 팔마의 스릴러와 공포영화는 매우 독창적으로 현대인의 악몽을 재현한다. 그는 히치콕의 후계자답게 일상과 가정에 숨어든 악몽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다. 악당이 휘두르는 흉기에서 이런 특징이 확연하다. 그가 재현하는 공포의 방식도 개성적이다. 폭력과 에로티시즘을 통해 제도의 타락, 치정과 배신, 무너진 사랑 등 미국신화의 해체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드라이브(2011)>에 엘리베이터 장면을 재연했고, 박찬욱은 <올드보이>의 학교 시퀀스를 찍을 때 <드레스드 투 킬>을 분명히 의식하고 찍었다”고 밝혔었다.

역설적이게도 드 팔마의 창의적인 재해석조차 ‘히치콕 이후’에 서스펜스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이것은 때로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드 팔마의 작품은 암시하고 있다.



#45 : 더 파더 (The Father·2020) 플로리앙 젤레

아카데미 남우주연·각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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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아를 미스터리로 대리 체험시킨다. 클래식 음악, 벽의 색상, 주방, 가구의 배치의 변화를 통해 제시된 장면이 진짜인지 노인의 환각인지 모호하게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44 : 화이트 히트 (White Heat·1949) 라울 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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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열차강도, 탈옥, 치정, 금고털이, 정신분석학까지 당신이 원하는 범죄느와르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43 : 살인의 해부 (Anatomy Of A Murder·1959) 오토 프레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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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킴 뉴먼은 <살인의 해부>를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법정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는데, 스릴러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사건을 보여주지 않으며 온전히 법정에서 오가는 논쟁과 주변인물의 증언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배심원들의 입장에서 판결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42 : 복수는 나의 것 (Sympathy For Mr. Vengeance·2002)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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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계급적 분노를 다룬 정치적 색채를 띤 논문을 발표한다. 3부작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끔찍한 첫 번째 에피소드는 누나의 신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각장애인 노동자 류(신하균)가 어느 날 해고당한다. 급기야 사장의 딸을 유괴해 몸값을 받아낼 계획을 세우지만, 일이 꼬이면서 일파만파로 번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대사 없이 소름끼치는 건조한 정적, 정지된 프레임의 롱테이크, 감정을 배제한 하드보일드한 잔혹함이 악의 무의식의 바닥으로 관객을 떨어뜨린다.



#41 : 레베카 (Rebecca·1940)/의혹의 그림자 (Shadow Of A Doubt·1943)/열차 안의 낯선 자들 (Strangers On A Train·1951) 앨프레드 히치콕

아카데미 작품·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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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헐리우드로 건너와서 처음 만든 <레베카>로 곧바로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쥔다. 근친상간 텍스트를 꺼내든 <의혹의 그림자>과 완전범죄를 공모하는 두 남자가 그린 <열차 안의 낯선 자들>로 일반적으로 ‘히치코키안(Hitchcockian 히치콕풍의)‘이라 지칭되는 히치콕의 예술적 특성이 완벽하게 효과를 발휘한다. 인간의 어두운 동기를 탐구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일상의 공포로 관객을 들쑤신다. 보는 내내 손톱을 물어뜯게 하는 기발하고 매력적인 게임을 제안한다.


‘히치콕 이후’ 현대영화에서 관음증, 맥거핀, 광장 공포증 등 히치콕적 특징은 상식이 됐다. 히치콕의 형식미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영화, 유튜브, 틱톡, OTT, TV 프로그램에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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