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 SUSPENSE MOVIES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모래의 여자>는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자와 모래로 인해 존재 가치를 갖는 여자와의 불안정한 관계를 통해 구덩이 안과 구덩이 밖, 현실과 환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있다. 시시포스의 신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매일 반복되는 노동에 순응하고 마는 현대인의 일상을 의미한다. 즉, <모래의 여자>는 사회적 관계망의 족쇄로 인해 정신적 자유를 억압당하는 현대인을 표현한 일종의 우화라 할 수 있다.
아카데미 각본·여우조연상
<촘촘하게 잘 짜인 이야기>같은 건 이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인 거 같다. 숨 막히는 음모, 세련된 폭력, 사소한 단서마저 사건에 개연 시키는 섬세함, 화려한 출연진, 엔딩에서 이 모든 것을 다 이해시켜주는 연출까지 흠잡을 떼가 없다.
아카데미 남우주·조연상
서로에 대한 불신이 어떠한 파멸을 몰고 왔는지 또렷이 보여준다.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쿼어종려상
게이 누드 호숫가를 배경으로 연쇄살인마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겪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죄의식의 전이를 분석한다.
일명 컨트리 느와르, 절제된 화법으로 10대 소녀에게 ‘가진 것이 없는 이에게 세상은 잔혹하다’며 사회의 쓴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폭력장면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절실히 통감하게 하고, 정신적인 압박으로까지 전이된다.
편집증을 훌륭하게 양식화한 <필사의 추적>은 한 음향기사가 정치적 암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서 추적에 나선다.
이 영화가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의 인식과 편견에 도전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Blow Up·1966)>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브라이언 드 팔마는 히치콕 스릴러에 수반되는 모든 서스펜스를 구사한다. 히치콕의 가장 결정적인 몇 가지 영화적 특징들을 훌륭하게 활용한다. 특히 히치콕의 <새(1963)>가 연상되는 소리로 만들어내는 고립감과 편집증은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원제는 ‘확대’라는 뜻의 사진용어이며, 추리과정에서 확대사진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코폴라의 「컨버세이션」과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 등에 서스펜스를 짜는 청사진을 제공했음에도 주인공이 모종의 경험을 겪게 되고 증거에 대한 자신감이 붕괴하고 만다.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건을 지배하게 되고 영화는 더욱 모호함을 배가시킨다.
<정사>는 칸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 관객들에게 조롱과 야유를 받았으나 비평가와 영화인들은 그러한 반응을 반박하는 성명서에 서명하는 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영화는 영국의 〈사이트 앤 사운드〉지가 영화평론가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그때까지 만들어진 모든 영화 중 두 번째로 위대한 작품으로 뽑힌다.
원제가 '모험'인 만큼 뱃놀이 여행 중 한 여인이 실종된다. 관객들은 남겨진 이들의 감정적·도덕적·관념적 모험을 발견하게 된다. 안토니오니는 내러티브를 관습과 논리에서 해방시켰다. 그는 영화가 논리보다는 사실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알아갈 때 결코 논리적으로 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나 주제를 설명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훨씬 다른 것을 물어봐야 한다. 영화는 관객의 지각을 바꿔줘야 된다. 시각적 이미지, 소리, 생각을 결합해서 하나의 경험이 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의 내적 존재를 즐기게 해야 한다.”라며 스릴러가 스토리에서 독립하는데 애썼다. 안토니오니는 서사에서 '비주얼'이 절대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영화계를 영원히 바꿨다.
칸 영화제 감독상
거장 미하엘 하네케의 주된 관심사는 일상 속 폭력과 미디어의 문제다. 그런 주제의식을 왜 다루냐는 인터뷰에서 ‘고통이 두려우니까’라고 답한 바 있다. 예술가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주제와 맞닥뜨려 싸우거나 정면 돌파해야 하는데 하네케가 딱 그런 케이스다.
<히든>은 평상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현대사회의 단면을 충격적으로 해부한다. '익명성'에서 위안은 찾는 는 현대인의 위선을 고발한다. 주인공인 부르주아 커플이 어린시절의 비밀이 담긴 테이프을 받게 되면서 불안에 떨게 된다. 이 불편한 진실을 향한 하네케의 화살은 이 사태를 지켜보는 관객에게로 곧장 이어진다. 조르쥬와 안느가 배달된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것과 객석에서 스크린을 보는 것을 일치시킨 몇몇 순간은 스릴러적 트릭으로 단순히 차용된 것은 아닐 것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디지털 감시, 구글 등 빅데이터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로 시끄러운 요즘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도청전문가가 세상에서 제일 고독한 사람이라는 아이러니를 본 관객은 영화가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논평이라고 믿었다. 개봉당시 현직 대통령이 여전히 닉슨이어서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엘르>는 ‘금기’라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그 안에 반드시 포함될 요소들이 이 영화에는 즐비하다. 이게 다 이런 유형의 게임에서 정상의 경지에 오른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덕분이다.
<암흑가의 세 사람>은 석가모니에게서 원제<붉은 원>을 따왔다. 제목이 뜻하는 바는 ‘윤회’처럼 범죄도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독창적인 프렌치 느와르는 사건보다 인물의 행동양식에 집중한다.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범죄의 준비 과정, 용의자의 심문 등 이른바 인물의 행동들을 빠짐없이 보여준다. 경찰이 살인청부업자를 미행하고 이를 간파하는 과정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보여주어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건조하게 상황을 전시하여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아카데미 감독·촬영·편집·음향·음향편집·시각효과·음악상
<그래비티>는 재난상황에서의 고전적인 생존스릴러이다. 실제 알폰소 쿠아론은 <로마(2019)>에서 원전이 존 스터지스의 <우주탈출(1969)>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 한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는 ‘섬뜩한’ 사례다. CIA는 원칙적으로 국내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수사권이 없다. 그들이 국내 사건에 개입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 예외사항뿐이다. 첫째는 대외첩보의 일환으로 국내 사건과 연결될 때 FBI의 입회하에 정보 수집을 한 경우이고 둘째는 대통령이 허가할 때뿐이다. 영화는 두 번째 사유로 암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리오>의 멕시코 카르텔 소탕 작전은 실정법 위반일 뿐 아니라 미국 헌법부터 외교적 관습법과 국제법까지 골고루 위반했다. 이것은 CIA는 과거에도 비슷한 케이스인 ‘이란 콘트라 사건’을 벌인 적이 있으므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법 집행기관 FBI의 시점에서 국익을 위해 불법적인 해외공작을 펼치는 정보기관 CIA의 막 나가는 일탈을 수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지휘계통에서 배제되어있다. 이 대목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앞세운 강대국의 어두운 면이다.
이처럼 ‘거악(巨惡)을 제거하기 위한 소악(小惡)을 용인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검사였던 알레한드로가 카르텔의 보복으로 가족을 잃고, 부패한 경찰인 실비오가 죽음으로써 실비오의 아내와 아들도 가족을 잃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드니 빌뇌브는 이를 지극히 영화적인 방식으로 되묻는다. 분할 없이 촬영된 와이드 앵글과 광활한 부감 숏, 긴장감을 부추기는 사운드로 가공할만한 서스펜스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어둠의 표적>은 ‘닫힌 사회’를 배경으로 ‘폭력의 거장’ 샘 페킨파가 원하는 무대에 접어들면 영화의 불확실한 윤리적 태도를 드러내며 논쟁의 씨앗을 낳는다. 역설적으로 페킨파의 판단대로 관객들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폭력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만든다.
칸 영화제 각본상
영화는 현대인의 속물근성, 육체에 대한 집착, 가부장질서의 모순을 풍자한다. 인물들은 하나의 상징으로 비유로 이해하는 편이 편하다. 감정이 없는 인물들이 너무 합리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합리적이다 못해 야만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관객이 납득할만한 논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에게 마친 불편한 전설이나 기이한 민담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과학과 합리성이라는 현대의 신화 속에 살고 있는 관객을 벌거벗긴다.
예술에서 살인을 다룰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동기’다. <큐어>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은 의사, 경찰, 교사처럼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이다. 삶에서 비정상적이며 극단적인 행위인 살인이 벌어지는 시간과 장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벌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은 피로, 권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이런 일상의 이율배반적 특성은 우리 내면과 닮아 보인다.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불안을 숨기고 스트레스를 감추고 있을 뿐이다. 평범한 얼굴을 한 교사, 의사, 경찰이 살인을 저지르듯 일상을 사는 누구에게나 적의가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한다. 현대사회의 불온한 무의식을 진단하고 있다.
'타란티노'라는 장르가 여기서 시작됐다.
칸 영화제 감독상
<리피피>는 하이스트 장르를 개창했고, 범죄현장을 필름에 복제한 시조새다. 특정분야에 뛰어난 범죄자들이 공모를 하고, 극도로 아슬아슬한 강탈, 범죄이후의 대립과 배신 같은 범죄스릴러의 기본 원칙을 세웠다.
칸 영화제 벌칸상·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
‘이종수(유아인)’은 ‘신해미(전종서)’가 실종되자 ‘벤(스티븐 연)’을 의심한다. <버닝>은 제목대로 주인공과 관객을 서서히 '모호함',과 '불분명함'의 불을 붙인다. 이 미스터리 스릴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물질적으로 배고픈 ‘리틀 헝거’와 정신적으로 공허한 ‘그레이트 헝거’라는 도식으로 전 세계 청년세대의 처지를 비교분석한다. 요즘 MZ세대들은 성, 인종, 경제력에 관계없이 주체적으로 살 것을 교육받아왔고 당연히 그렇게 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정작 사회에 나와서 주체적인 선택을 하려고 보니까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졌다.
‘보이지 않는 자본’은 모습을 감춘 채 아웃소싱으로 착취하고, 하청업체에게 해고를 일임한다. 분노하면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에 혐오와 차별이 넘쳐난다. SNS따위가 ‘자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도리어 무력감을 느낀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칸 영화제 황금종려·남우주연상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봉 감독이 인생영화라고 밝힌 <공포의 보수>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의 3분의 1을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인다. 남아메리카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궁색하고 비참한 룸펜들의 지루한 일상을 길게 조명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고, 정글을 뚫고서 니트로글리세린을 운반할 트럭 운전수 4명을 모집하게 된다.
이때부터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서스펜스의 대가는 트럭 두 대로 관객들의 숨통을 조인다. 이것은 무지비하게 땀을 흘리고, 음산하고 두려움에 가득한 경험이다. 여타의 할리우드 액션물과 달리 프랑스 영화 특유의 허무주의적 억양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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