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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09. 2022

야차, 정의란 무엇입니까?

《Yaksha: Ruthless Operations (2022)》영화후기

<야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콩 오프닝 장면에서 직감했다. 홍콩은 우리와 운전대 위치가 반대인데 영화에서는 우리나라랑 똑같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개연성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구하기보다 어렵다.



1. 캐릭터 무비를 표방하다

영화의 초반은 ‘한지훈 (박해수)’가 서울 중앙지검에서 좌천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나현 감독은 전작 <프리즌>처럼 캐릭터 라이징을 사건 진행보다 선행하는 연출을 이번에도 고수한다.


그러나 ‘스파이 검사‘라는 첩보물에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극본이 전혀 법률 자문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 같다. 2021년 경제사범 대해 구공판(피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 7,028건인데 반해 불기소(검사가 사건을 수사한 결과 재판을 회부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기소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케이스가 20,683건이다.


<야차>는 한중일북 4개국 정보조직 간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 볼륨을 큰 데다 다국적 배우들이 다양한 외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일일이 보여준다. 나현 감독의 캐릭터 위주의 연출 스타일이 복잡한 사건을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장애가 된다. '나쁜 남자' 설경구가 "정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키는 것이다"라며 용건만 간단히 브리핑한다. 그러면 박해수는 "도둑 잡으려고 도둑질할 순 없어,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해"로 맞받아치는 방식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



2. 영화가 그리고 싶은 정의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같은 1개 조 즉 ‘지강인(설경구)’의 블랙팀을 위주로 전개된다. 조연 캐릭터를 소개하는 듯싶다가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좌천된 검사 ‘한지훈(박해수)’과 지강인의 버디 무비를 표방한다. 후반부에 액션 영화로 장르가 전화되는 이유는 팀업 무비와 버디 무비가 곳곳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비중은 공기화 되어가는데, 등장인물들이 계속 추가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쥔 문주연(이수경), 국정원 4국장 염정원 (진경), 북한 안전보위부 정보 요원 련희 (진서연), 일본의 로비스트 오자와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 다뤄야 할 캐릭터가 계속 늘어난다. 게다가 존 르카레의 내부 첩자의 배신 설정이 더해지면 스토리에 부하가 걸린다.


나현 감독은 침묵을 지킨다. 제5공화국도 아닌데 국정원 요원이 검사를 위협하고, 악당은 그 많은 이중스파이를 어떻게 만들고 우리나라 요원도 포섭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인물의 동기, 행적, 사건의 진행, 추리도 없이 그저 결과만 보여준다. 대사는 존댓말과 반말을 혼용하며, 한국식 유머와 진지한 첩보물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 모순은 선악의 가치판단보다 '국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3. 기본적인 총기 파지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 액션을 계속 보여준다. 액션은 뭐랄까? 잔인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신념이 보였다. 설경구가 적을 처단할 때 카메라를 회피한다거나 저 멀리서 앵글을 잡고 총격음으로 대체해버린다. 또 어떨 때는 과하게 컷 편집을 해서 기본적인 상황 중계조차 건너뛰어 버린다. <본 시리즈>의 핸드핼드 촬영에서 <존 윅>의 픽스 샷으로 넘어간 2020년대 액션 영화인데 이런 식은 조금 납득이 안 갔다.


그리고 여성 액션을 연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할리우드 여전사들도 피지컬에서 한계가 명확한 편이라 이 지점은 크게 비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주경계를 지켜주거나 사격 동작 정도는 충분히 교정할 수 있지 않을까? 스파이 고전을 짜깁기하는 것도 알겠고, 신참과 선임 형사의 투닥거림도 이해하겠지만, 속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에서조차 CG 작업이 엉성한 것은 직무유기다.



★★ (2.0/5.0)


Good : 버디 무비의 케미

Caution : 정의가 도대체 뭡니까?


■쇼박스는 극장 개봉 시기를 계속 조율하던 중 코로나 19 팬데믹 여파로 고민 끝에 결국 넷플릭스로 판권을 넘기기로 했다.


■음악을 캐스커의 이준오가 맡아서 기대를 좀 했는데 이 부분마저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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