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최초의 공포영화
낯선 용어들을 잠시 제처 두면 <로키>의 마이클 월드론이 쓴 각본은 ‘거대한 추격전’이다. 새로운 히어로 ‘아메리카 차베스(소칠 고메즈)’가 가진 ‘차원 이동능력’을 노리는 빌런이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녀를 돕는다. 두 사람은 온갖 멀티버스를 이동하며 빌런을 쫓는다. 다른 차원의 우주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다중우주‘의 특성을 이용한 기묘한 상상력이 구현된 전투들이 시청각적 쾌감을 전달한다.
공리주의와 모성애로 주제를 한정하고 코스믹 호러로 기존 히어로 관습을 배격한다. 동기부여는 분명하고 다양한 차원의 우주를 경제적으로 탐색한다.’ 칼 모르도(추이텔 에지오포)’와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의 또 다른 면을 공개한다. 그리고 영화는 <완다비전>의 사건들을 내러티브에 포함시켰다. 정신없는 톤(분위기)만 익스큐즈 한다면 디즈니+를 보지 않아도 관람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MCU연속성을 가볍게 하기 위해 플롯이 매우 심플하게 가져갔다.
이렇듯 지난 27편의 영화와 디즈니+ 드라마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예열시간이 길어졌다. MCU 연속성을 위한 복잡한 에피소드들이 일단락되면 이 영화의 강점이 발휘된다.
샘 레이미는 ‘광기’를 주제로 ‘다중우주’라는 도구로 누구나 볼 수 있는 호러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샘 레이미는 전작과의 연계성보다 단일 작품의 오락성에 신경 썼다. 재밌는 상업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또한 다중우주 개념을 사용한 풍성한 카메오와 의외의 면모가 즐거운 순간을 자아낸다.
레이미는 <이블 데드>의 정신을 MCU에 심으면서 <샤이닝>, <캐리>, <링>, <터미네이터(?)>등 공포영화 고전들에 경배한다. ‘추격과 도주’라는 간단한 구조 속에 레이미는 코스믹 호러의 기운을 잔뜩 주입시킨다.
천편일률적인 슈퍼히어로 시장에서 그 시청각적 강렬함은 짜릿하다. 디즈니 영화답게 잔인한 묘사 없이 오싹오싹한 유령의 집으로 초대한다. 특히 샘 레이미의 시점 숏과 대니 앨프만의 개성 있는 음악이 자아내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완다가 가장 큰 수혜자다. '만약'이라는 가정문으로 가득한 영화가 기존 MCU와는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둘째, 다중우주(멀티버스)는 무한대의 우주에서 무한의 일들이 일어난다면 이를 이치에 맞게 설명할 길이 없다. 만약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면,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완다가 있는 우주와 아이가 있는 우주로 간추린다. 이렇게 세계관을 간략히 설명하지만, 설령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장 없는 선에서 전개해나갔다. 캐릭터를 소모했다는 비판 역시 멀티버스가 계속되는 한 이어질 전망이다.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고 싶다면 <완다비전>의 8·9화, <what if>의 4화를 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