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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18. 2022

노스맨*에거스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

《The Northman (2022)》

서기 10세기 덴마크의 암레스 왕자는 숙부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어머니 또한 숙부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다. 그리고는 바다 건너 동유럽에서 암약하는 바이킹 부족에서 성장한 그는 ‘예언자(비요크)’로부터 숙부가 왕좌를 잃고 아이슬란드에서 농장을 운영한다는 소식과 함께 복수를 위해 노예로 위장한다.



1.10세기 바이킹 시대로 안내하다.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의 로버트 에거스가 역사 드라마로 돌아왔다. 에거스는 대중성을 위해 스토리를 알기 쉽게 세공했다. 그리고 <존 윅>처럼 넓게 화면을 잡고, 고정된 카메라로 액션을 생중계한다. 타협을 하면서도 에거스의 인장이 곳곳에 선명하게 찍혀있다. 신비주의, 역사와 신화에 진심인 미장센, 음영이 뚜렷한 영상이 그 증거다. 야간 장면은 흑백화면에 가깝게 색조를 낮췄고, 광활한 자연풍광은 아날로그 필름의 질감이 살아있다.  

   

에거스는 예언과 숙명을 다룬 신비로운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역사적 디테일을 고집한다. 세트, 의상, 공예품, 생활방식 모두 10세기 바이킹 시대를 완벽히 재현했다. 바이킹들이 슬라브 족을 사냥하고 약탈하는 과정이 리얼하다. 당시 거친 환경만큼이나 잔혹한 노예무역과 잔인한 전투가 생생하다.   



2. 햄릿의 메타포

아이슬란드 시인이자 소설가인 숀과 함께 쓴 극본은 세익스피어가 12세기를 무대로 한 <햄릿>의 모티브가 되는 덴마크 전설을 중심으로 북유럽 신화와 아이슬란드 민담을 적절히 반영했다.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암레스 왕자에게 햄릿의 불안은 감지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언과 운명에 순응하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캐릭터들은 당시 통념과 무관하게 자주적인 '의지의 화신'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대비가 <햄릿>으로부터 영화를 해방시킨다.


배우들은 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훌륭한 연기로 관객을 설득한다. 특히 '구드룬 여왕(니콜 키드먼)'은 세익스피어 인물 같고, '올가(안야 테일러조이)'는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담한 연기를 펼친다. '헤이미르(윌렘 대포)'와 '예언자(비요크)'는 에거스 특유의 음산한 해학을 능청스레 소화한다.



3. Thanks To 아논 밀천(제작자)

총평하자면, 로버트 에거스의 핏빛 바이킹 서사시는 스트리밍 시대에 볼 수 없는 진귀한 가치를 지닌다.


CGI의 홍수아래 부수지만 양감이 잡히지 않아 실재감이 떨어지는 블록버스터에서 맛볼 수 없는 명암의 깊이가 기막히다. 걸핏하면 리부트를 단행하는 플랫팩 프랜차이즈에 차별화된 그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참신한 세계관이 반갑다. 이 영화에 투자한 제작자에게 감사한다.


★★★★ (4.0/5.0)      


Good : 에거스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 

Caution : 타협했음에도 상업적이지 않음


■로저 디킨스의 팟캐스트의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우스>처럼 필름으로 찍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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