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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1. 2022

더 배트맨 (2022) 한국에서 호불호가 심한 까닭은?

스포일러 해석

워너는 애초부터 <다크 나이트 3부작>과의 비교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에 원작 코믹스에 보다 충실한 각본을 지지했다. 필름 누아르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에 영향을 받아 밥 케인이 창조한 배트맨의 본질에 충실하다.


<더 배트맨>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3인칭 전지적 관점에서 모든 사건의 정황이나 진행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표방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건의 전모나 인물의 전사(前史) 등을 생략함으로써 오로지 ‘영웅의 각성’을 향해 달려 나간다. 왜냐하면 맷 리브스는 미국의 역사를 끌어옴으로써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들러는 조디악 킬러의 행보를 참고해서 재해석했으며, 영화 속 사건들은 미국 역사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그대로 인용했다.



1. 한국에서 호불호가 갈린 이유는?

리들러에 동조하는 자경단 무리

<더 배트맨>은 ‘영웅의 각성’을 미국의 연쇄살인, 정경유착, 폭탄테러와 유력 인사의 암살, SNS에 의한 자경단의 폭거를 통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국인이 피부로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경단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미국만 보더라도 1851년 샌프란시스코에 자경단이 출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1880년에는 미주리 주 출신 "Bald Knobbers"은 <언덕의 목자 (1919)>라는 영화에서 다뤄졌다. <조커>가 미국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진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슈퍼히어로'라 자칭하는 자경단들이 지역 경찰과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슈퍼히어로를 자칭하는 무리들이 늘고 있다.

 <더 배트맨>은 왜 동북아시아에서 호불호가 강한걸까동북아시아도 자경단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우리나라 자경단 중에 서북청년회 와 대한청년단이 자유당의 후원 아래 6,25 양민학살과 제주 4.3 사건을 일으켰다. 중국도 마우쩌둥이 조장한 홍위병이나 일본이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학살한 자경단이 존재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서 <더 배트맨>이 생각 외로 반응이 미지근한 데에는 동북아시아의 치안상태가 미국, 유럽, 남미에 비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자경단이 결성되기 조차 힘들 만큼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야 당연히 공권력이 절대적이며, 일본 역시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 유럽, 남미는 범죄, 살인, 폭탄테러사건이 우리보다 많다. 그러니 이 영화가 주는 리얼리즘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맷 리브스는 ‘미국의 역사’에 의거해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고 차근차근 설득해나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더한 정글자본주의 국가이며 미국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 태어나서 치열한 교육시장과 취업시장, 결혼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빡빡한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의 실태를 담은 영화는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고담의 부패유형은?

고담 시는 비리의 온상으로 리들러는 이를 단죄하기 위해 연쇄살인, 암살과 폭탄테러, 사이버 선전 등을 가리지 않는다. 리들러는 암호와 유튜브를 통해 고담의 기득권이 광범위하게 범죄세력과 결탁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고담의 시장, 경찰청장, 검사장 순으로 연달아 처단한다.


시장은 행정권을, 경찰청장은 수사권을, 검사장은 기소권을 통해 팔코네의 마약거래를 묵인하고, 커미션을 챙긴다. 이것은 고담 시의 차원이 아니라 미국 전체의 문제이다. 미국은 시장, 경찰청장, 검사장 모두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하다. 미국은 법률상 합리적 로비를 허용하고 있지만, 기업체가 정치인을 후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가들이 기업의 이익을 보호해주길 바래서다. 만약 정치가가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돈줄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인-기업인 네트워크에서 열외될 것이 뻔하다.


엘리트 카르텔

<더 배트맨>은 부정부패의 4가지 유형 중 ‘엘리트 카르텔’형에 해당한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국가로는 이탈리아, 한국,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등이 있다. 사회 상층부 구성원들끼리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부패의 전리품을 나누어 현 질서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지킨다. 즉 학연과 지연을 통해 엘리트들이 뭉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비리를 통한 이익을 추구한다.



3. 거짓말의 의미는?

선거 공약을 믿지 않는 암살단

리들러는 정치가(시장), 관료(경찰, 검사), 기업가(토마스 웨인, 브루스 웨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말로니는 경쟁조직을 제거하는 데 공권력을 활용하고, 시장이 재선하는데 이를 치적으로 선전한다. 또한 불법자금을 재개발 공금을 거쳐 돈세탁한다. 아니면 부정부패한 정치가와 기업, 군인, 관료들이 재건축 등 부동산을 이용하여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부푼 기대를 안기지만, (조세당국이 의심하지 않는) 안전한 돈인 ‘세금’을 착복하거나 미리 개발정보를 취득해서 엘리트 카르텔이 개발이익을 취한다.


부정부패와 비리에는 반드시 무능과 비효율이 따라온다. 리들러는 사회안전망에 보호를 받지 못해 사회와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팔로니가 고담의 일인자로 등극하는 이유는 뇌물을 받았으면 그 뇌물을 준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직권을 남용하면 불법적인 일을 눈감아주거나 공익을 해하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거나 훌륭한 인재를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사익이 공익을 앞서게 되면 파레토 최적이라는 재정학(경제학)의 이상적 배분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



4. 고아

배트맨이 협력을 거부하자 화들짝 놀라는 리들러

<더 배트맨>을 읽은 첫 번째 열쇠는 ‘고아’다. 리들러는 20년 전 토마스 웨인이 출마하면서 만든 10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재개발기금이 그의 사후 붕 떠버린 탓에 빈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어간 진짜 고아들은 누구도 동정하지 않았다고 배트맨에게 울분을 터트린다. 브루스 웨인은 저 커다란 탑에서 혼자 살면서 무슨 고아냐며, 진짜 고아는 방 하나에 서른 명이 함께 쓰면서 아침마다 자신을 갉아대는 쥐 때문에 아파서 깨어나고 겨울마다 하나씩 추워서 죽어가는 거라며 소리 높여 원망하고 질투한다. 리들러는 배트맨에게 수수께끼를 주며 고담의 모든 부패 세력들을 척결하려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에 동참해주기를 바랐다. 정확히는 브루스 웨인을 함께 처단하자고 배트맨에게 제안한다. 당연히 배트맨은 배트맨이 그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다. 이에 리들러는 당혹해한다.


왜 배트맨을 파트너로 여겼을까? 리들러는 자신을 ‘복수’라고 외치는 배트맨에게서 자신과 그의 추종자들과 유사한 동질감을 느꼈던 듯싶다. 즉 영화는 리들러의 ‘자경단 대 자경주의자(배트맨)’의 대립을 끌고 와서 영웅을 각성시킨다. 리들러는 부패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으니 모조리 척살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트맨은 ‘복수’가 능사가 아님을 리들러의 연쇄 테러를 통해 깨닫게 된다. 똑같은 고아이지만 배트맨은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자 고담 시민을 구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5. 캣우먼의 역할은?

고아인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만

영화에 또 다른 고아가 등장한다. 샐리나 카일이다. 샐리나는 리들러와 배트맨처럼 고담시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개인적인 일탈 수준에서 선과 악을 넘나들다. 배트맨은 팔코네와 친밀하다는 것을 알고 상종 못할 인간으로 치부했으나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마음을 바꾼다. 그녀가 7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갑작스레 죽었다. 그런데 생부였던 팔코네는 자신을 방치했다. 자신과 같은 고아라는 사실에 그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 배트맨은 팔코네가 어머니와 아니타를 살해했다는 사실에 샐리나가 격분하자 생부에게 총을 겨누는 존속 살인범이 되는 길을 막는다.


각자의 길로 갈라서고 만다.

배트맨은 그녀를 통해 복수 같은 그릇된 신념을 고쳐먹는 데 일조한다. 캣우먼 캐릭터는 배트맨 1인칭 시점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고, 알프레드와 더불어 그를 각성시키는 촉매로 기능한다. 알프레드애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토마스 웨인이 팔코네를 찾아간 일에 대해 오해를 풀어주는 일이나 알프레드가 입원하게 된 일로 인해 배트맨이 자신 안의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프레드를 통해 깨닫고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2편은 ‘영웅의 활약‘을 미국의 역사에 의거하여 그릴 것이 분명하다. 펭귄은 고담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조커는 어떤 방아쇠로 배트맨의 신념을 흔들지 궁금하다. 더 나아가 리들러는 3편에 재등장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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