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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13. 2022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J.K.롤링의 착오

The Secrets Of Dumbledore (2022)

1. 덤블도어 대 그린델왈드

3편<덤블도어의 비밀>은 노골적인 첩보스릴러(정치드라마)을 표방한다. 1930년대 말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이 집권한 독일을 배경으로 '겔러트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를 마법세계의 히틀러로 그린다. 머글(인간)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차별을 무기로 집권하려는 선거운동과 집회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같은 극우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


'알버스 덤블도어(주드 로)'와 그린델왈드가 한때 절친했으나 지금은 노선을 달리한 대목은 엑스맨의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를 닮았다. 머글(인간)과 순혈 마법사의 공존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영화는 덤블도어와 가문의 비밀, 크레덴스의 탈옥, 그린델왈드의 정치적 야욕, 제이콥의 모험 등으로 서브플롯이 분산된다. 그 바람에 정작 중요한 ‘덤블도어 대 그린델왈드’라는 구도가 희미해진다. 이러니 이야기에 힘이 붙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은 서브 플롯이 중첩되어 진행되다 보니 메인 플롯이 약해져버렸다. 각자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해결하는 바람에 이야기 사이 연결도 헐거워졌다. 2편에 비해 신비한 동물들의 비중을 늘린 점이나해리포터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하는 호그스미드, 골든 스니치, 새로운 지팡이, 기숙사 연회장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 등으로 달래기엔 정작 중요한 배신과 음모나 덤블도어의 비밀이 그다지 근사하지 않다.



2.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시리즈의 성격이 매번 바뀌니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할까?

3편의 유일한 장점

이 시리즈를 되짚어보자! 1편<신비한 동물사전>은 마법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 신비한 동물들을 둘러싸고 벌이는 판타지 어드벤처였다.


반면에 2편 <그린델왈드의 범죄>은 급작스레 마법세계의 존망을 둘러싸고 벌이는 운명적인 대결로 시리즈의 성격이 바뀐다. 스타워즈가 8편에서 제다이를 부정했다가 9편에서 황급히 스카이워커를 소환한 것처럼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J. K. 롤링 역시 2편에서 자신의 장기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간 <위저딩 월드>는 마법사들의 패권다툼과 마법 대결로 승승장구해왔지 않은가?


이번 3편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대립이 격화되자 주인공 뉴트(에디 레드메인)와 신비한 동물, 테세우스(칼럼 터너),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이 스토리에서 소외된다. 설령 이들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이야기에 하등 지장을 주지 않는다. 3편에서 비중이 확 줄어든 포펜티나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이나 등장조차 하지 않는 '내기니(수현)'처럼 5부작 설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시리즈에서 겉도는 주인공

이렇듯 뉴트는 해리 포터가 될 수 없음에도 덤블도어를 통해 억지로 <해리포터 시리즈>와 연결한다. 새로운 볼드모트로는 그린델왈드가 있으니까 뉴트에게 해리포터처럼 구심점이 되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뉴트는 마법을 할 줄 아는 동물학자일 뿐이며, 그린델왈드와의 원한이 깊지도 않으며, 덤블도어와는 느슨한 사제지간을 맺고 있을 뿐이다. <신동사 시리즈>의 독자적인 매력보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계에 중점을 두면서 5부작 중 세번째 에피소드가 애매해졌다.


많은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주인공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그래서 마블이 <엔드게임>이후로 생소한 히어로를 대거 등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MCU과 위저딩 월드의 온도차는 J.K.롤링이 시나리오의 성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을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내러티브가 탄탄해지만 영화는 한정된 상영시간 내에서 승부지어야 한다. 이 조그만 차이가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 시리즈>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벌어진 원인이다.



★★☆ (2.5/5.0)


Good : ‘위험한 시대에는 위험한 놈이 지도자가 된다’는 롤링 여사

Caution : 시리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도통 감을 못 잡겠다.


Variety에 의하면 현재 워너 브라더스는 신동사 시리즈가 흥행과 비평적인 면에서 그리 좋지 않고, 조니 뎁의 하차, 에즈라 밀러의 문제등으로 인한 상황에 따라 이번 3편의 흥행 상황을 보고 기존에 제작하기로 했던 4편과 5편을 제작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아직 4편의 각본도 완성이 안된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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