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2021》후기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 감독의 데뷔작은 놀랍다.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착안한 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분노·절망·후회를 담는다.
내일 미사를 위해 성가대 연습으로 한창인 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상담사가 마련된 방에서 두 부부가 오랜만에 재회한다.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며, 공손한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분명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두 부부의 표정에서 역력하다. 서로의 얼굴을 편히 볼 수 있도록 앞뒤로 카메라를 한 대 씩 설치해놓고 찍은 다음에, 다른 카메라로 계속 화자와 청자 사이를 오가며 그 작은 손짓, 표정, 미간, 눈동자를 클로즈업과 미디엄숏을 병행하며 잡아낸다. 그러다가 폭발할 것 같으면 풀 샷으로 방안의 뜨거운 적대감을 식힌다. 아니면 황량한 들판에 묶인 빨간 리본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평정을 되찾아주려고 한다.
그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에 안심하며 대화를 지켜보게 한다. 화자의 쇼트와 청자의 역쇼트에서 피해자 부모건 가해자 부모건 서로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담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여러 가지 슬픔과 적개심을 감추지 못한다. 배우들이 방안에 놓인 의자를 옮기거나 물을 마시거나 휴지를 가져다 눈물을 닦는 식으로 영화의 리듬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간의 복잡한 사정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진실을 주고받으면서 깊이 의논한다. 그 책임공방을 떠나 아이를 잃은 상실로부터 해방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인물의 감정 흐름이 변화할 때마다 화면비도 덩달아 변화한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영화가 정치적 내용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총기 문제가 과연 ‘가해자의 부모’만의 책임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총기 규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두 부모가 겪은 트라우마를 듣다 보면 전미총기협회(NRA)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는 부분을 다룬다. 자기 자식을 애도조차 할 수 없는 가해자 부모의 심정에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부모의 마음을 신중하고 사려 깊게 다뤄서 놀라웠다.
선을 넘지 않는 균형감각에 더해 기독교적 메시지도 훌륭했다. 영화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던 누군가처럼 ‘용서’를 설파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선교처럼 거창하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도 두 부모의 고백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뇌가 절절히 와닿는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은 마가복음에서 예수의 부활을 시각화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4.5/5.0)
Good : 차분하게 집중시키는 연출
Caution : 차기작이 얼른 보고 싶다!
●제목은 '미사'를 뜻한다.
■프란 크랜즈 감독이 만약에 스릴러 영화를 연출해도 굉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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