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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OECD 유일 ‘아기 수출국'

Broker (2022) 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by TERU

대한민국이 OECD 유일 ‘아기수출국’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지만, 매년 2천 여명의 아이들이 국외로 팔려나간다. 국내보다 6배나 비싼 국외입양 수수료가 한몫했다. <브로커>는 이런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소재로 삼았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베이비박스에 담긴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이틀 후 엄마‘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두 사람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소영에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겠다는 말에 소영은 두 사람과 함께 길을 떠난다. 한편 반 년째 수사해온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가 결정적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이들의 뒤를 조용히 쫓는다.


01. 버려진 아이를 구원하는 로드무비

<브로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3단 논법을 활용한다. 한 개인에서 가정으로 더 나아가 국가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브로커>는 엄마가 왜 아이를 버렸는가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렸다. 그 책임을 엄마에게 묻지 않는다. <브로커>는 엄마를 시스템에 내몰린 한 개인으로써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정리하자면 ‘베이비박스’에서 인연을 맺어 ‘승합차’에서 유사가족이 되고 ‘대한민국은 왜 아기수출국이 되었을까?’라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아이를 버린 친엄마가 인신매매범과 동행하며 새 부모를 찾는 여행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고레에다 감독은 고아들에게서 ‘과연 나는 태어나길 잘한 것일까?’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너 같은 건, 나 같은 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안팎의 목소리에 맞서서 강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어떤 영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 작품 제작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언제나 이 물음이었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브로커>는 그 실존적 딜레마에 답하기 위해 ‘道始於情(도여어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갈등을 봉합하는 길은 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정, 의리, 이타심을 꺼내 든 고레에다 감독은 비록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이지만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영유아 인신매매범이건 설령 아이를 버린 엄마이건, 냉정한 사회 시스템이건 간에 ‘정’으로 묶는다. 호텔방에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등장인물끼리 서로를 위로해주는 장면에서 그러하다.



02. 환상적인 촬영과 음악, 그리고 의도된 내러티브 파괴

비가 내리는 첫 장면에서 상현 일행이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시작한 세차장 장면에 이를 때까지 물의 이미지가 지배한다. 물은 형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어떤 모양으로 변할 수 있다. 물처럼 인신매매범과 아이를 버린 엄마가 아기를 통해 서로 정을 나누고 유사가족을 이룬다. 그리고 자연광을 많이 써서 그런지 빛과 어둠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KTX장면에서 어둠이 드리울 때 소영의 속내를 드러낸다. 비록 열차 소음과 해진의 방해로 잘 들리진 않지만 말이다.


총평하자면, 고레에다 감독은 그동안 관찰자로서 가정문제와 사회의 부조리를 지켜보았는데 <브로커>에서는 이상주의자로 온화하게 사건에 개입한다. 상현 일행이 벌이는 범죄행위를 ‘선의’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영화 속 두 사건을 연결하는 지점이 느슨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도 작위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의도된 것이다. 감독이 힌트를 남겨놓았다.


극 중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1999년 작 <매그놀리아>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에이미 만의 노래 ‘Wise Up’이 흘러나온다. 형사 수진은 잠복 중 남편에게 전화해 그 영화를 둘이서 봤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미안해...”라고 고백한다. 생뚱맞은 이 장면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매그놀리아>에 출애굽기 8장 2절 말씀인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을 시각화된다. 내러티브를 파괴하고 극의 흐름을 벗어남으로써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을 <브로커>에서 감독 나름대로 실험해본 것 같다.


그래서 <브로커>에 위험한 지점이 존재한다. 아이를 버린 데에는 다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소영의 경우도 그러하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가 소영과 상현 일행에 면죄부를 주는 느낌이 든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형법이 그리 너그럽지 못한데 영화는 너무나 온정적이기 때문이다.



★★★ (3.0/5.0)


Good : 일본감독이 OECD 유일의 '아기수출국'을 위로한다.

Caution : 그 선의는 알겠으나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다.


●대한민국은 1958년 이후 약 16만7000여 명을 해외에 입양 보냈다. 이는 서류가 존재하는 공식 통계일 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해외 입양 건수가 특히 많았던 1970~80년대 한국은 '아기수출 대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입양이 늘기는 했지만, 해외 입양은 여전히 전체 입양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는 5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애큐메니컬상을 받았다. 에큐매니컬상은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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