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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 vs 아카데미 시상식

by TERU

작년에 어떤 분이 '수상작을 좋아하시는군요?'라고 말씀하셨었다. 크게 의식한 것은 없고, 그냥 영화소개할때 수상작이라면 좀더 눈여겨보지 않을까 싶어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어쨌든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준 그 한마디가 너무나 고맙다. 그래서 이번엔 3대 영화제 vs 아카데미 시상식에 관해 몇 마디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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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면 영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기의 걸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보작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 내 극장에서 (단 하루라도) 상영되었던 영화들을 후보로 삼는다. 반면에 영화제(映畵祭)는 많은 영화 작품을 모아, 일정 기간 내에 연속적으로 상영하는 행사를 말한다. 유명 감독의 미개봉작을 경쟁부분에 출품하면 소수의 심사위원들이 25편 정도의 영화를 전부 감상하고, 토론을 거쳐 수상이 결정된다.


아카데미가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는 ‘상영작’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와 AMPAS 회원들이 관객들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MPAS 회원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영화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이다. 다수의 관객이 본 화제작이 당연히 유리할 것이고, 로비에도 대형 스튜디오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후보선정부터 수상 결정까지 9500명의 AMPAS 회원이 투표로 결정된다.


세간의 평과 달리 아카데미 수상작이 조금 더 검증된 작품들일 확률이 높다. 영화제는 심사위원 개인의 주관성이 강하게 반영되며 심사위원단 외에는 그 토론내용을 알지 못한다.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스타배우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황금종려상·황금사자상·황금곰상을 받았다고 해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는 흥행에 무관하게 순수하게 영화를 판정할 수 있기에 할리우드가 발굴하지 못한 작품들을 세계 영화시장에 소개하는 창구로의 역할이 있다. 그러므로 영화제와 아카데미의 영역이 다르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술은 올림픽처럼 순위가 정할 수 없다. 아카데미도 수상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걸작은 세월이 흘러야 판가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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