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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17. 2022

외계+인 1부, 최동훈의 과감한 실험

《Alienoid·2022》노 스포일러 후기

1. 630년 간의 아나크로니즘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은 2022년과 1390년, 외계 문명과 고려 도사들을 충돌시키며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라 부르며, 시대착오로 번역 된다. 미술에서 아나크로니즘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준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극적으로' 주선한다. 작품에 담겨 있는 여러 시간대가 합쳐지고,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고가 이질적 층위의 이야깃거리를 하나의 균질적 이야기로 집성해내며, '그때/거기'와 '지금/여기'라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게 한다.


《외계+인 1부》 역시 다종다양한 텍스트의 호출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좁히고, 도술과 외계 문명을 상호텍스트성과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구현된다. 초반에 두 이야기를 병행하면서 수많은 인물을 소개하고 사건을 진행시켜가는 과정은 다소 어수선하다. 그러다가 '현재화된 과거'라는 모순적 시간계로 정리하면서 상호충돌하는 텍스트들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2부에서는 '과거화된 현재'로 이를 뒤집을 것 같다.



2. 영화의 매력이자 관람 장벽이 된 아나크로니즘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한다.’는 다중우주론에 근거한 과거와 현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영화 관람을 돋우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한다.


한 장면에 고려말의 도사와 신선, 현대인과 권총, 자동차 그리고 외계인이 함께 등장한다. SF, 무협, 코미디, 판타지, 호러, 타임슬립이 충돌함으로써 영화가 활력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레이저, 총격, 도술, 로봇, 우주선이 공존하는 《외계+인 1부》의 본질은 인간과 세계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2부가 공개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1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최동훈 특유의 여러 명으로 구성된 '집단(팀)'조차 보이지 않는다. 11명의 주요캐릭터들이 다들 각자의 목적으로 각기 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싸우고 협력한다. 후반부에 하나로 모일 때까지 한 눈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타임 라인이 단일하지 않아 더 혼란스럽다. 고려 시대의 모험에 비해 현대는 설정 설명과 캐릭터 소개로 한정한 것이 아쉽다.


《외계+인 1부》은 고려말과 현대로 분할되어 있는 화면 안팎의 시공을 초월하는 당위를 설득하지 못한

다. 왜냐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지 때문이다.  《외계+인 1부》을 보며 여러 영화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로봇과 우주선의 디자인, 인간성을 배워가는 로봇이라는 설정,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 신검을 강탈하려는 케이퍼 무비의 최동훈 특유의 작법 등에서 신선함이 부족하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기생수>, <맨 오브 스틸>, <미션 임파서블>, <배리드> 등이 떠올랐다. 



3. 최동훈 감독의 도전정신

첫술부터 배가 부를 수 없다. <승리호>가 국내에 낯선 스페이스 오페라에 도전했던 것처럼 SF 판타지 장르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외계+인》은 1,2편 동시 제작이라는 그간 충무로가 그동안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했다.


최동훈 감독은 “한국에서는 판타지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리얼리즘의 왕국이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를 만들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린다.”라고 말하며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요소들을 모았고, 연출에 변화를 줬다. 감각적인 대사, 그에 걸맞은 인물의 개성,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모, 자유롭게 시제를 넘나드는 유려한 화술 같은 자신의 장기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그간 사건보다 캐릭터에 주안점을 두고 연출해왔다. 그러나 《외계+인 1부》은 그 반대여서 캐릭터에 생기가 도드라지지 않을 때가 많다. 또 특유의 맛깔난 대사가 잘 발휘될 때도 있지만, 썬더 같은 경우에서 그렇지 못하다. 음향이 부실하고, 음악은 촌스러워서 영화 자체를 유치하게 보인다.


또 서사 역시 의도적으로 플롯의 유기적 구성보다 개별 시퀀스에 주안점을 뒀다. 그 독립성은 액션을 도드라지게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동훈은 물리적 액션을 앞세우는 감독이 아니라는 점이 걸린다. 이러한 점들이 호불호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아직 절반만 보았다는 것이다. 《외계+인 2부》를 보고 나서 정확한 판단이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2.4/5.0)


Good : 무협물과 외계 침공 SF의 소개팅, 염정아와 조우진의 티키타카 코미디

Caution : 관건은 시공간을 오가며 다층 구조로 쌓이는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 있고, 탄탄한 가다


●쿠키 영상이 있다. 《외계+인 2부》는 2023년에 만날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를 하고 난 후 도술을 또 다루게 됐어요. 어떤 아이템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이때 프로덕션에서 유치할 것 같다는 우려를 내놓았지만 유치한 게 뭐가 나쁜가요.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유치함은 절대 유치하지 않죠. (중략)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대부분 반대한다.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인데, '그게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겠어?'라고 하면 반항심 같은 게 든다. 관객들은 어떤 영화든 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만드는 우리가 틀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도전정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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