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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0. 2022

그레이 맨*루소 형제의 민낯

《The Gray Man (2022)》노 스포일러 후기

《그레이 맨》은 넷플릭스 최대 제작비 2억 불이 들어갔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 <시빌 워>,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와 <인피니티 워>, <엔드 게임>에 각본을 맡은 크리스토퍼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가 뭉쳐서 화제를 모았다. 출연진도 빵빵하다. 


1.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이 만나다.

마크 그리니의 원작 소설의 구조는 이안 플레밍의 13번째 소설을 빼닮았다. 이 소설에 영향을 받아 로버트 러들럼이 <본 아이덴티티(1980)>을 집필하기도 했다. '시에라 식스'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그레이맨'코트 젠트리(라이언 고슬링)'과 킬러 '로이드 핸슨(크리스 에반스)'의 대결 구도가 그러하다.


조직의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는 대목은 본 시리즈에서 가져왔다. 아마 자신을 선발했던 옛 상관과 그의 조카를 구출하는 내용 정도가 가장 독립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이 대목은 주인공의 도덕성을 살찌우는 용도로 쓴다.


12개 도시, 태국의 밤거리에서 프라하, 비엔나와 크로아티아, 베를린 등으로 이동하지만, 그곳을 꼭 들러야 할 당위가 부족하다. 오로지 액션을 위한 배경 그리고 설정으로만 기능한다. 


2. 무적 캐릭터를 얻은 대가는?

시에라 식스는 제임스 본드처럼 유머러스하고 만능 캐릭터다. 무적 기믹을 밀어붙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악당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으니 적절히 자제한다. 그러나 위기를 너무 쉽게 해결하는 탓에 긴장감이 생성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며, 후반으로 갈수록 심드렁하게 스크린을 응시하게 된다.


이렇게 스토리, 캐릭터가 인상적이지 못하다면, 악역이라도 강력해야 한다. CIA 출신 해결사 '로이드 핸슨'을 소시오패스로 규율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으로 그린다.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악행은 악역답지만,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둔 제작이라는 한계가 그를 옭아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 에반스의 밉상 연기는 일품이다.


3. 묻고 따지지도 말고 액션 GO GO!

영화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희생하고 액션에 올인한다. 스타일을 따지자면 루소 형제는 <스카이폴>,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 <존 윅>, 마이클 베이에게서 힌트를 얻고 있다. 


격투전 같은 경우에는 본 시리즈의 편집 스타일을 적극 활용하지만,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광량이 부족한 곳도 깨끗하게 촬영하는 최신형 디지털카메라의 경우에 출력 시에 다소 화면이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상영시설에 따라 어둡게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액션 시퀀스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리고 총격전은 <존 윅>을 참조했지만, 미디엄 및 와이드 샷 구도와 조명 위치, 색보정(DI)에서 당연한 얘기겠지만, 채드 스타헬스키만큼 최적화를 이루지 못한다. 왜냐하면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 등 배우들이 액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눈속임이 필요하다. 마블 시절에는 CG와 와이어로 티가 안 났겠지만, 현실에 기반한 첩보 액션에서 루소 형제의 장기가 100% 발휘되기 힘들다. 왜냐하면 보통 웰메이드 액션 영화는 스턴트 맨과 배우가 연기한 구간이 티가 안 나야 하는데 《그레이 맨》은 곳곳에서 노출한다. 그런데도 루소 형제는 마블 때처럼 빠른 컷 편집이나 VFX로 허점을 감추려고만 하고 있다. 


또 드론 촬영 역시 마이클 베이를 레퍼런스 하지만, 지속적인 반복으로 말미암아 피로감을 동반한다. 그나마 유머감각 정도가 이 영화에서 루소 형제의 장기가 꾸준히 발휘된 사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감상

《그레이 맨》은 거의 모든 캐릭터가 기존 스파이 영화에서 가져온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개연성 있게 사건을 전개시키기보다는 첩보 용어를 적당히 사용하고, 무미건조하게 액션 시퀀스가 연달아 쏟아낸다. 그러나 어느 지점부터는 물량공세가 이야기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루소 형제는 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공작원으로서의 책무도 없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간절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니 캐릭터에 애정을 갖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그레이 맨》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공허한 외침으로 휘발되고 만다.


★★☆ (2.5/5.0) 


Good : 킬링 타임용으로는 액션이 빵빵 터진다.

Caution : 어디서 인가 많이 본듯한 기시감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며, 쌍제이와 매튜 본에게서 느낀 감정을 똑같이 반복하게 되었다.


https://brunch.co.kr/@dies-imperi/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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