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드라마 영화 추천 100편 (3)

TOP 100 Drama Movies

by TERU

영화장르 구분에 '드라마'라는 장르 구분법은 학술적으로 없다. 장르로서의 드라마는 희극(comedy)과 비극(tragedy)에 대응되는 용어로서, 허구의 이야기를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영상물은 서사를 전달할 때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를 통해 이뤄진다면 광의의 드라마 형태로 분류한다.


속칭 ‘정극(正劇)’이라 불리는 사실주의 계열의 심각하고 진지한 극예술을 지칭하기도 하나 업계나 대중들은 친근하게 하위장르군으로 통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멜로’라는 장르명이 있음에도 멜로드라마라고 불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60 : 시 (Poetry·2010) 이창동

진심어린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에게 젊음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이 질문에 그리 간단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59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2014) 웨스 앤더슨

pk93vXBN1V7zPpsDI7IzlA.jpg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주인공 무슈 구스타프(랄프 파인즈)가 누명을 벗는 과정에서 이미 사라진 1930년의 유럽의 정취가 되살아난다.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달라지는 화면비와 상하 중심의 특이한 촬영기법이 아련한 옛 시절을 추억한다. 그렇게 개인의 살인사건에서 출발한 미스터리는 어느 순간 문명사적 지평으로까지 확장된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경험하지 못한 어제의 세계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어느 순간 끊어낼 때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워서 도리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그 무덤덤한 유머야 말로 근원적인 노스탤지어라는 역설을 일깨워준다.



#58 : 문라이트 (Moonlight·2016) 베리 젠킨스

22021432_111.jpg

배리 젠킨스는 빈민가 흑인이 처한 현실 위에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심도있게 그린다.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의 내러티브를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로 나눠서 담당한다. 젠킨스는 배신과 불의가 만연한 문화 속에서 흑인 게이 남성성에 대한 복잡한 초상을 그려낸다.



#57 : 체리향기 (Ta'm E Guilass·199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0Flipped-Movie.jpg

평소 우리의 삶은 근대가치체계가 원하는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주인공처럼 제자리를 맴돌거나 겉돌거나 뒤로 갈 수 있다고 영화는 위로한다.



#56 : 아비정전 (阿飛正傳·1990) 왕가위

《Handsome_Guys·2024》.jpg

‘아비(장국영)가 ’ 권태’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상처’였다는 설정은 〈아비정전〉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홍콩이라는 국가의 지정학이 깊이 반영된 결과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주민들의 심정이라는 것은 아비처럼 한 여자에게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불안감 또는 소려 짐처럼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갖는 향수 어린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왕가위는 발이 없어 지상에 닿지 못하고 계속해서 어딘가로 날아가야 하는 ‘발 없는 새’의 사연을 극 중 아비의 대사로 수시로 노출하여, 당시 홍콩 주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비유하는 일종의 우화로 들려준다.



#55 : 파리 텍사스 (Paris, Texas·1984) 빔 벤더스

0Flipped-Movie.jpg

로드무비의 최고봉,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길을 떠난다.



#54 : 세 가지 색 연작 (Trois Couleurs·1993)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세 가지 색 연작〉은 로맨스에 빗대어 파랑(자유), 하얗(평등), 빨강(박애)의 프랑스혁명 이념을 탐구한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섬세한 연출, 피오트로 소보신스키의 유려한 촬영,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강렬한 음악, 줄리엣 비노쉬, 줄리 델피, 이렌느 야곱의 열연이 빚어내는 조화가 탁월하다. 매 편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상미학, 인간의 실존, 그리고 상실에 대한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완벽한 3부작으로 거듭났다.



#53 : 아푸 3부작 (Apu Trilogy·1955-9) 사티야지트 레이

142223-oaeurzkzox-1590996103.jpeg

주인공 아푸의 아동기《길의 노래》, 청소년기《아파라지토》, 성년기《아푸의 세계》를 다룬 3부작 영화다. 영국 식민지 시절 1910-20년대 벵갈루루 변두리 어느 시골의 가난과 힘겨운 삶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혹한 현실에 대한 슬픈 이야기나 그런 현실을 낳는 시스템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 그것의 불가해한 경이에 대한 성찰과 순환으로 귀결된다.


아마 평탄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다룬 모든 영화들이 결국 이 <아푸 3부작>의 영향권 아닐까 싶을 만큼 압도적이다.



#52 : 그랜 토리노 (Gran Torino·2008)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랜토리노.jpg

인간은 인간만이 구원할 수 있다. 차별은 본인의 생각을 바꾸는 데서 사라진다. 어떤 결함 많은 인간이 오랜 죄책감 끝에서 내린 결정이 삶을 돌아보는 반성과 세상에 대한 근심을 담은 뼈 저리는 감동 혹은 장엄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51 :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2019) 노아 바움백

《Handsome_Guys·2024》.jpg

부부관계의 치부와 갈등을 부추기는 사법의 맹점을 성찰한다. 그러면서 노아 바움백은 양측의 의견을 공평하게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 진심어린 태도가 두 사람에게 '이혼도 결혼의 연장선'이라는 종착역에 무사히 데려다 놓는다.


감독이 어떠한 인위적인 개입없이 묵직한 울림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 결과는 무엇일까? 뉴욕과 LA의 거리만큼 부부가 왜 멀어졌을까? 이혼과정의 균열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랑의 결과물'임을 판별해낸다.



#50 : 화니와 알렉산더 (Fanny And Alexander·1982) 잉마르 베리만

MV5BNjYwMTMyODE1OF5BMl5BanBnXkFtZTcwNjc0MTc4Ng@@._V1_.jpg

베리만은 삶이라는 끔찍한 세계를 분석해왔지만, 관객에게는 따뜻한 위안을 선물한다.



#49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2016) 케네스 로너건

위로·치유·극복의 말을 건네기도 힘든 상처의 무게를 카메라로 측량한다.



#48 : 롤라 몽테스 (Lola Montès·1955) 막스 오퓔스

롤라 몽테스Lola.Montes.1955.(Max.Ophuls).1080p.BRRip.x264-Classics.mp4_20240221_005645.439.jpg

롤라 몽테스는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무희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이다. 바바리아의 혁명 이후 롤라 몽테가 미국 뉴올리언스의 서커스 무대에서 자신의 인생과 연애사를 공연으로 선보이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그녀가 과거 화려한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플래시백 구조로 구성되었다. 카메라와 인물 사이에 어떤 물체를 두어 그녀의 화려한 방종을 관음하도록 만들고 나중에는 그 사이의 물체가 그녀를 가두고 있는 철창처럼 보이게금 연출한 것이다. 루트비히 1세, 프란츠 리스트, 리하르트 바그너와 자유롭게 어울렸던 그녀의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녀의 고독과 몰락을 상기시키고 있다.



#47 : 절멸의 천사 (El Ángel Exterminador·1962) 루이스 부뉴엘

절멸의 천사The.Exterminating.Angel.1962.1080p.BluRay.x264-[YTS.LT].mp4_20240601_220001.074.jpg

초현실주의에서 ‘우연’이란 방법으로 형식화된다. 저택의 저녁 만찬에 초대된 멕시코 상류층들이 이유 없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자신의 자유의지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행동을 제거함으로써 이 특별한 이야기는 진행된다. 부르주아 집단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한 떼의 야만인들로 퇴화해 간다. 상류사회의 교양과 품위가 본능에 의해 무너지고, 문명의 부조리가 불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거리에서는 파시스트 정권이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대저택을 스스로 나가지 못하는 부르주아들은 영원히 그들이 쥐고 있는 기득권과 권위를 내려놓지 않을 것 같다.



#46 :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1959) 더글라스 서크

슬픔은 그대 품안에Imitation.of.Life.1959.1080p.BluRay.x264.YIFY.mp4_20240221_234002.502.jpg

이 영화는 서크의 멜로드라마가 지닌 여러 특징들, 즉 미장센과 카메라 스타일을 통한 소격 효과, 행복하지 않은 해피엔딩,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난 동적인 여성 캐릭터, 동상처럼 정적인 남성 캐릭터, 낭만적 사랑을 가로막는 사회의 근본적인 분열과 갈등 등이 적절하게 조화된 작품이다.


서크는 존 M. 스탈의 원작이 은폐했던 여성들의 욕망을 더욱 강조한다. 로라(라나 터너)는 원작보다 훨씬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렬하게 변형되었고, 흑인이지만 백인의 피부색을 지닌 사라(수잔 코너)의 정체성의 혼란은 더 극심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종, 정체성, 사회 계급의 문제뿐 아니라 어머니와 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더불어 가족과 우정의 변화하는 역학 구도는 이 작품을 미국 영화의 랜드 마크로 우뚝 세운다.



#45 : 경멸 (Le Mépris·1967) 장 뤽 고다르

Contempt.1963.1080p.BluRay.x264.AAC-[YTS.MX].mp4_20241015_210407.513.jpg

호메르스의 〈오디세이〉를 영화로 제작하는 현장에서 제작자와 감독, 작가와의 마찰 그리고 자본에 무너져 내리는 여러 관계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영화〈오디세이〉의 감독 역에는 프리츠 랑이 직접 출연했다. 영화문법에 새로운 실험을 해나갔던 고다르와 그의 협력자들, 편집자 아네 길레모,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 음악감독 조르주 들르뤼가 절정의 기량을 뽐낸 작품으로, 비범한 시각적 힘, 암시, 아름다움을 지닌 장면과 순간들로 가득하다.



#44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1975) 밀로스 포먼

bin-jip-1200-1200-675-675-crop-000000.jpg

체코를 탈출한 포먼에게 ‘억압된 체제에 항거하는 개인의 자유’은 필생의 테마다.



#43 : 정사 (L’ Avventura·1960)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1_3DVWI55WTsKQkcqEQzBpDw.jpg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혁명을 일으켰다.



#42 :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2022) 박찬욱

AAAABd-pgryNrnqAhXPslEMsdEj-GP4oBK2I7kGJbdgGlDIr5GiEi-7PWPx8KzSr1safYAV5FbD9OZHherXz6dfQEXId3sXMUoAhZZOz.jpg

추리물의 '살인용의자와 사랑에 빠진 형사(또는 사립탐정)'의 트릭 안에서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등속도 운동을 한다.



#41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대니얼스

tumblr_mgy3tbfOxG1rixe5do1_1280.jpg

정말 희귀한 사례다. 보통 맥시멀리즘(Maximalism)을 추구하는 경우에 진행되면 될수록 장황해지기 일쑤다. 그런데 <에에올>은 보편적인 가족이야기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마치 수렴하는 극한값을 구하는 무한수열을 본 느낌이다.


성룡과 왕가위에 대한 트리뷰트, 게임과 만화에 대한 애정, 니체의 니힐리즘, 우울증 같은 심리학적 기제, 클레쇼프 효과, 대승불교의 Everything(제행무상), Everywhere(제법무아), All At Once(일즉다 다즉일)를 극한으로 추구한 몽타주까지 온갖 실험과 아이디어로 망라되어 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