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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19. 2022

할로윈 엔드^로리/마이어스 사가의 종결

《Halloween Ends·2022》

《할로윈 엔드》은 전작으로부터 4년 후 다시 한번 살인이 시작된 해든 필드로 돌아온다. 로리는 44년 동안 마이클 마이어스와 싸웠다. 할머니가 된 그녀는 손녀 앨리슨 넬슨(앤디 마티첵)과 함께 살고 있다. 1978년 오리지널의 10대 소녀 중 한 명인 린지(카일 리차즈드)는 현재 술집에서 일하고 있으며, <할로윈(2018)>에 등장한 경관 프랭크 호킨스(윌 패튼)는 로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1. 코리 커닝햄이 3편에 등장한 배경은?

블럼하우스 리부트 3부작은 슬래셔 장르가 놓치고 있던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편에서 로리와 그 직계가족, 주변 이웃들에게 비극을 극복하는 지를 그리고 있다. 2편부터 그 트라우마를 해든 필드 주민들로 전파시키며 자경단의 폭동을 통해 정치적 함의를 되짚어본다. 3편은 불의의 사고에 휩싸인 청년 ‘코리 커닝햄(로한 캠벨)’이 사고의 후유증, 정신적 충격, 집단 괴롭힘을 못 이겨 공동체에 복수를 감행한다.


3부작 내내 마이클을 자극하는 로리를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힐난한다.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공동체의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마녀사냥이 벌어진다. 무고한 가해자(코리)와 살인마를 자극하는 생존자(로리) 모두 공동체로부터 희생양으로 지목받는다.


감독은 앨리슨과 코리의 로맨스를 통해 두 사람의 행보를 대비시킬 요량이다. 코리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걸었던 길을 뒤따른다. 반면 로리는 회고록을 집필하며 트라우마를 창작욕으로 승화시킨다. 문제는 코리의 이야기가 앨리슨이나 로리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리 부분을 삭제해도 영화의 결론에 지장 없다. 또 마이클 마이어스는 2편에서 27명을 살해한 인간병기에서 4년 만에 무력한 늙은이로 너프된 것도 의아하다.


결말이 만족스러웠음에도 로리가 마이클 마이어스가 죽일 때까지 손 놓고 있던 주민들이 갑자기 거대한 행렬을 이뤄 마이클의 시체를 분쇄기에 옮기는 대목에서 실소를 터져 나왔다. 들쭉날쭉한 개연성과 난폭한 극본은 야심 찬 드라마가 억지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데이빗 고든 감독은 ‘호러 맛집’이라고 광고해놓고서 잔혹한 고어와 점프 스케어 외에 손을 놓고 있다.



2. 리부트 3부작을 후퇴시킨 어리석음

오리지널의 아름다움은 ‘경제성’에 있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복잡해졌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단순 명료함‘을 잊었다. 마이클 마이어스의 동기 따윈 없으니 이야기에 속도가 붙었다.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순수한 악이었고, 묻지 마 살인을 그칠 줄 몰랐다. 이로 인해 로리의 생존이 더 인상적이었다.


《할로윈 엔드》의 가장 큰 실수는 70대 살인마와 60대 파이널 걸을 예토전생한 명분을 망각한 것이다. 신(新) 캐릭터에 너무 많은 러닝타임을 배정하고, 이야기 곁가지를 쳐내지 못한 비효율이 리부트 3부작 전체를 부정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완결 편 답게 63세의 제이미 리 커티스가 마지막 출연작답게 최종 대결에 더 할애했어야 했다. 1978년 10월 31일부터 2022년 10월 31일까지 44년 동안 끈질기게 이어져온 마이클 마이어스와의 악연을 확실히 마무리해야 했다.


3. 데이비드 고든 그린에 대한 변호

로리가 갑작스레 작가로 등장해서 당황스러웠다.

리부트 3부작의 의의는 ‘로리 스트로드의 힐링‘에 있다. 로리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상실감, 후회, 두려움, 상처, 대인기피 등을 제이미 리 커티스가 섬세하게 연기한 탓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로리는 44년 간 마이클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상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 못했다. 마이클이 언젠가 돌아올 것에 대비하여 그녀의 딸 카렌(주디 그리어)에게 훈련을 시키는 등 아동학대에 가까운 방식으로 키우다가 양육권을 박탈당했고, 두 번이나 이혼하였다.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계심으로 인한 과민한 성격 때문에 성인이 된 딸의 가족과도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카렌이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숫적 우세를 믿고 마이클에게 덤볐다가 화를 자초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손녀 앨리슨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마이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집착이 불화를 일으켰다.


이웃, 친구, 혈육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 없었던 로리가 《할로윈 엔드》에서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마침내 마이클의 집착에서 해탈한다. 프랭크와의 썸을 타면 인생의 반려자를 얻게 된다. 손녀 앨리슨이 해든 필드를 떠나 독립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할로윈 시리즈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안식을 얻었다.



★☆ (1.5/5.0)


Good : 로리 스트로드의 정신적 치유와 해방

Caution : <할로윈 엔드>는 ‘우리의 기대’를 살해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더 이상 할로윈 영화는 없다며 못을 받았다. "이것이 내 마지막 할로윈 영화임을 선언한다."라고 지미 키멜 쇼에 나와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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