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n Spielberg Ranked
앨프리드 히치콕은 <죠스>를 본 후, 젊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일컬어 "우리 중에 프로시니엄 아치(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 모양의 건축 구조)가 보이지 않는 첫 번째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할리우드 황금기 영화제작자들에게 내려오던 연극 관례를 없앴다고 말하면서 스필버그야말로 최초의 진정한 현대 감독이었다고 평가했다.
히치콕(Hitchcock)의 예언(?)대로 스타 감독의 지위에 오르며, 박스오피스 총수익 100억 달러(약 13조)를 돌파한 최초의 흥행 감독이 되었다. 거장의 필모그래피를 한번 살펴보자!
3편이 개봉한 지 19년 만에 제작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엄청난 압박감에 대해 얘기하자면, 오리지널 인디 3부작에 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샤이어 라보프, 케이트 블란쳇의 단조로운 연기, 구불구불한 줄거리, 존 허트와 레이 윈스턴의 기분 나쁜 배신, CGI의 도움을 받은 액션 시퀀스로 인해 영화는 덜컹거린다. 하지만, 매리언 역의 캐런 앨런이 27년 만에 돌아왔고, 미지의 보물을 탐사하는 시리즈 본연의 스릴은 건재하다.
오드리 헵번의 유작. 빅터 플레밍의 〈조라는 이름의 남자〉을 어린 시절 보고서 ‘영화감독이 되는 데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랑과 영혼〉에 영향을 끼친 삶과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라는 명제를 애틋하게 그려냈다. 주제가 〈Smoke Gets In Your Eyes〉가 절절하며, 산불 시퀀스에서의 역동성은 스필버그다웠다.
스필버그는 1993년 한 해 동안 〈쥬라기 공원〉과 〈쉰들러 리스트〉의 이중고를 해냈다. 4년 뒤에도 〈잃어버린 세계〉과 〈아미스타드〉를 같은 해에 개봉했지만, 호평을 덜 받았다. 이 역사 드라마는 스페인 선박 라 아미스타드 호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난 후 체포된 53명의 아프리카 노예를 둘러썬 법적 투쟁을 따라간다. 영화는 권력과 소통에 대한 흥미로운 논제를 전달한다. 스필버그는 멘데 부족민과의 통역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문화적 거리를 미묘하게 전달한다. 노예선에서의 삶에 대한 묘사는 끔찍하며, 감정을 격하게 인용하지 않는 태도로 역사를 바라보는 점은 〈링컨〉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워 호스〉는 마이클 모퍼고의 아동소설 〈조이〉를 고전적 영웅담으로 재탄생시킨 영화다. 제1차 세계대전 플랑드르의 서부 전선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대를 중심으로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말 조이는 군마로 차출되어 제1차 세계대전의 각 전장에 이리저리 동원되면 될수록 놀랍도록 고귀한 태도로 난관을 극복해나간다. 휩쓸리지 않을 순수한 마음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주제를 광활하고 낭만적인 풍경에 일치시켰다.
유럽에서 미키마우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화했다. 이 이야기는 종종 다른 스필버그의 고전인 〈인디아나 존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모험에 대한 열망을 꽃피우고 있다. 사실적인 영상과 만화적인 이미지 사이의 불균질함을 유기적인 운동으로 축조해가는 대가의 솜씨를 보여준다. 특히 실사 영화로 찍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엄청난 현장감을 준다.
칸 영화제 각본상
영화적 재능을 알린 인상적인 첫 장편이다. 당시 스필버그는 어린 부부가 입양된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하고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남자가 탈옥을 감행했다는 설정을 추가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당시 유행하던 아메리칸 뉴 시네마답게 무법자 커플, 자동자 추격전, 자본주의, 황색저널리즘에 풍자를 따르면서도, 주인공에 대한 동정심이 별로 없고, 대신 주인공의 적대자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액션 연출에서 스필버그가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필버그의 경력 대부분이 유년의 기쁨을 기념한다면 〈태양의 제국〉은 전쟁이라는 생존 방식을 배우는 통과의례를 올린다. 1941년 일본 침략 당시 상하이에서 자란 J.G. 밸러드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제로센을 동경하던 11살짜리 소년 짐(크리스찬 베일)이 부모와 헤어진 채 포로수용소에서 갇히게 되고, 순수함 잃어간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비행단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경험담에서 많은 자극을 받은 스필버그의 일면이 비행기에 대한 소년의 동경으로 녹아들었다.
스필버그가 속편을 만들 때, 전편보다 훨씬 더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다. 테마파크가 있는 이슬라 옆에 있는 두 번째 섬 누블라 공룡들이 사육하는 B구역 이슬라 소르나로 무대를 옮겼다. 우아하고 단순명쾌했던 〈쥬라기 공원〉보다 덜 매력적이고 덜 경이로웠다. 특히 이안 말콤 역의 제프 골드블럼의 연기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공룡을 포획하는 사파리 시퀀스의 호쾌함, 절벽에서의 캠핑카 쟁탈전은 숨이 멎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샌디에이고를 누비는 T-렉스를 지켜보는 캠피한 맛이 있다.
스필버그는 역대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의 리메이크를 시도한다. 폴란드 이민 2세인 백인 남성과, 푸에르토리코에서 건너온 이민 1세대인 히스패닉 여자의 러브스토리는 트럼프주의의 확산을 우려해서이다.
트럼프주의란, 본인들에 대한 존중을 다른 계층에 대한 권위행사, 혐오와 차별로 찾는 발상이므로 반이민정서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상호주의'가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70대의 할아버지 감독이 메타버스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열혈 게이머인 스필버그는 현실세계의 소통, 친구와의 우정, 10대의 용기 같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을 숭고한 가치들을 예찬하고 있다.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회고록은 실로 믿기 어려운 실화로 가득하다. 16세의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2년간 팬암 항공기 부조종사를 사칭하며 2백 차례에 걸친 공짜 비행을 감행하고, 그 후 1년여 동안 조지아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로 근무했으며, 법무장관 사무실의 변호사로 위장 취업해 9개월여를 보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5년간 무려 8개의 가명을 사용했으며, 전 세계 26개국과 50개 도시에서 250만 달러의 위조수표를 발행해 쓰고 다녔다. 1960년대 FBI 최연소 지명 수배자이기도 했던 희대의 사기꾼은 12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미성년자보호법에 의거해 프랑스와 스웨덴, 미국에서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출감 후에는 FBI 요원들에게 자신의 수표 위조 기술을 전수했으며 그 후 25년간 FBI 아카데미와 정부기관에서 각종 사기 범죄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며 세계 최고의 금융 사기 위조 방지 전문가가 됐다.그리고 영화 곳곳에 스필버그의 <007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아카데미 최다 11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스필버그가 '흥행의 마술사'이라는 평판을 불식하고 드라마도 잘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20세기 초 미국 남부 조지아 주의 가난한 흑인 마을을 배경으로 억압받던 여성 샐리 해리스의 삶을 장중한 필체로 그려나간다. 다소 감상주의적인 스필버그의 욕심이 좀 과했다고 하더라도, 훗날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에이 아이>, <링컨>, <스파이 브릿지> 같은 더욱 성숙한 작품을 만들게 될 잠재력을 발휘했다.
정치적 올바름의 바람이 볼기 한참 전인 80년대 중반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흑인 인권과 페미니즘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 선구적인 업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971년 뉴욕타임스가 베트남전쟁에 관한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자 백악관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간주하고 후속보도를 금지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와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가 후속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필버그는 외압에 굴하지 않은 저널리즘 투쟁을 바라보는 서투른 논평을 하지 않는다.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남성 언론인 틈바구니 속에서 여성 발행인이 내리는 결단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페미니즘 양자 모두를 강조한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마궁의 사원>은 전편보다 늘어난 잔인한 장면 덕분에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PG-13 등급을 받은 영화로 유명하다.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걸(케이트 캡쇼)'에게 비명을 지르도록 지시하며 여주인공을 괴롭히고, 인도에 대한 묘사는 형편없고, 생각이 없고, 때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다.
하지만 액션영화로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신나고 아찔한 롤러코스터 식 액션을 연달아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편집 리듬에서부터 아이디어까지 당시 스필버그식 유희의 진수를 보여준다. 결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소름돋는 길티 플레져로 남아있다.
아카데미 음향편집상
스필버그 본인이 시리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고백했다. 스필버그는 성배를 찾는 모험이 소원해진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과 동일하게 묘사한다. 숀 코너리가 제안한 '괴팍한 헨리 존스' 아이디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부자관계를 탐색하기 위해 소년시절을 회고함으로써 인디의 과거(백 스토리)가 탄탄해졌다. 그리고 인디 걸을 활용하는 방식을 비튼 것도 적중했다.
1959년 발표된 필립 K. 딕의 원작은 놀라운 혜안을 담고 있다. 살인이 일어나기 전 범죄자를 미리 체포하는 프리크리임 시스템은, 결정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병렬식 구성, 영국식 블랙 유머,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히치콕적인 접근법을 어렵사리 캐치할 수 있다.
1898년 H. G. 웰스에 쓴 선구적인 소설의 핵심을 옮겼다. 인간성에 대한 깊은 웰스의 통찰에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오류를 범하고 스스로의 제어에 실패하는지를 투영하고 있다. 그래서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영웅상을 부정한다. 톰 크루즈의 무기력함은 포스트 9·11를 사는 미국사회의 현주소다.
<뮌헨>은 유태인 스필버그의 처절한 자기반성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홀로코스트를 당했던 이스라엘이 나치와 똑같은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뮌헨>의 미덕은 끝없는 폭력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불안감을 주시한다는 점이다. 검은 9월단과 모사드 요원의 마음이 다르지 않으며, 보복이 계속되는 한 누구도 복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달한다.
스필버그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대결>은 독학으로 영화를 배운 천재의 등장을 알렸다. 신인 감독은 거칠게 운전하는 트럭에 쫓기는 과정을 매우 경제적으로 관리한다. 간단한 전제로부터 긴장감을 체계적으로 뽑아내며, 추격전을 흥미진진하게 조율한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음악·편집·촬영·미술상
2018년 재개봉 당시 스필버그는 "(SNS로) 집단적 증오가 조직화되고 산업화되면 학살이 일어난다고 지금이 (개봉 당시보다) 더욱 위험한 시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카데미 감독·촬영·편집·음향편집·음향효과상
FPS(1인칭 슈팅) 게임과 전쟁영화는 흔히 이 영화의 전과 후로 나뉜다. 관객을 전장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실제 참전 용사가 관람을 끝마치고 "그때와 달랐던 건 냄새뿐이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있다.
스필버그 자신을 모델로 '티모시 E. 업햄'을 내세워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순간을 재현한다. 피부에 와닿은 강렬한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선악의 대결을 고수한 점이 아쉽다. 왜냐하면 전쟁을 비판함에 있어서 스탠스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아군이 이기고 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지는 실수는 다행히 <스파이 브릿지>에서 되풀이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미술상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전치의 연장선'이라고 전쟁론에 기술해 놨다. 링컨은 둘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한다.
민주정치란, 서로가 원하는 바를 거래함으로써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흑인인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4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권모술수를 동원한다. 링컨은 여당을 어르고 달래며, 야당에 미끼를 던져 포섭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분단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다. 칠순을 넘긴 스필버그의 재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어느 때보다 날카로우며 휴머니즘에 대한 그의 부인할 수 없는 재능을 발휘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바로 이념에 희생된 일반인에 소련 첩자를 포함시킨 결정이 그러하다.
아카데미 편집·시각효과·미술·음향·음향편집상
<레이더스>는 기념비적인 영화다. <죠스>가 블록버스터 시장을 개척했다면, <레이더스>는 할리우드 테마마크 오락 영화의 문호를 열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정도를 제외하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논스톱 롤러코스트 액션' 분야를 유행시켰다. '인종적 편견'과 '문화재 도굴'이라는 도덕적 딜레마를 뺀다면, 영화가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담고 있다.
원래 스티븐 스필버그는 죠스의 성공 이후 <007 시리즈>를 연출하고 싶다고, 007 제작자에게 직접 제안했으나 영연방 출신이 아니라며 거절당한다. 이에 조지 루카스가 <미국판 제임스 본드>를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본드처럼 <2대, 3대 인디아나>로 연작을 구상했으나, 해리슨 포드의 뒤를 이을 적격을 찾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음향편집·음향효과·시각효과상
역사상 최초로 10억 불을 돌파한 흥행작이 한류의 시발점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다. 이 영화 한 편이 자동차 100만 대의 수출액와 같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문화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특별업적·촬영상
외계문명을 긍정한 전환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세계에서 계속 등장하게 될 주제들이 담겨 있다. 외계인과의 소통언어로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5음계 음악을 선택한 것과 외계모선이 산 위로 다가올 때 숨을 멎게 만드는 종교적인 경외감은 지금 봐도 놀랍다. 미흡한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스필버그는 눈부시게 스크린에 푸근한 아늑함을 부여한다. 디지털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는 친환경적인 질감이 영화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경이를 창조하는 스필버그의 천재성은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감사하기 위함이다. 10살 무렵 아버지가 하늘을 보라고 가리켰다고 한다. 그때 그 순간 거대한 유성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그 당시 느꼈던 우주적인 광경이 매우 두려웠음에도 그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 날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아버지 아놀드를 위해 이 영화를 바쳤다.
아카데미 음악·음향효과·편집상
최초의 블록버스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레디 플레이어 원>와 더불어 스필버그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힘들었던 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필버그는 촉박한 스케줄, 고장이 잦은 기계 상어, 예산 초과 등의 문제점을 아이디어로 하나씩 돌파해 나간다. 이것이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혁명의 원동력이다.
필름으로 자서전을 집필한다. 지난 52년 동안 스필버그는 액션 블록버스터부터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영화에 능통한 장인임을 입증했다.
이 프로젝트는 1999년부터 구상해 왔지만, 부모님에게 상처를 줄 것을 우려하여 지금껏 미뤄뒀었다.영화는 <미지와의 조우>, <이티>, <구니스>의 정서적 핵심을 관통하며, 영화가 가져다주는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완벽히 포착한다. 오늘날 그가 있기까지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한다.
이 잔혹동화는 스필버그 작가관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다. 왜냐하면 스필버그의 동화적 감수성이 큐브릭의 차가운 세계관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필버그는 각본을 쓰면서 큐브릭이 남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 각본가의 반대에 불구에도 큐브릭의 원안대로 결말 지었다.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여버리는 큐브릭의 결정 덕분에 스필버그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올 수 있었다.
'피노키오'처럼 인간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로봇 이야기는 스필버그 답지 않으면서도 스필버그 답기도 한 묘한 영화다. 어머니를 되찾기 위한 로봇이 인간성을 배워갈수록 그가 접하는 세계는 점점 무미건조하게 바뀌어간다. 모성애를 갈구하는 로봇의 마음은, 인공적으로 주입된 감정이라 섬뜩하게 다가온다. 로봇의 소원은 결국 2000년 후의 로봇이 실현시켜 준다. 로봇만이 로봇을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은 로봇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결론마저 스필버그 답지 않게 염세적이다.
아카데미 음악·음향편집·음향·시각효과상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를 이해하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 <가족의 해체, 고전영화, 동심>이라는 '스필버그식 인본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시점 쇼트를 적극 활용하여) 아이의 눈높이로 본 세상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들었던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위무한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Someone In The Dark>가 독점 조항에 걸리지 않고, 주제가로 쓰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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