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Wick Films Ranked
혹시 음악방송에서 카메라가 아이돌 군무 전체를 보여주지 않아 속상하셨나요? 《존 윅》은 배우의 동선과 동작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용절감으로 인해 액션 전문 배우가 사라진 요즘, 정극 배우가 엉거주춤하는 어설픈 동작이 찍힐까봐 노심초사하며 카메라를 흔들어대거나, 행여나 합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 담길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컷을 잘게 잘게 나눴던 액션영화들이 대량생산되었다. 반면에 《존 윅》은 쇼 브라더스 영화처럼 배우가 구르고 때리면 맞고, 총 쏘는 장면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스턴트맨 출신인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아주 오랫동안 액션 장르를 연구해왔음을 존 윅 시리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내공 덕택에 존 윅 프랜차이즈는 관객의 예상을 기본 좋게 비껴간다. 흔히 있을 법한 상황들을 영리하게 회피하고, 관객과의 두뇌싸움에서 꾸준히 우위를 점한다.
(그 덕택에) 모든 존 윅 영화가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지금까지 존 윅 세계관을 배경으로 시리즈 영화 중에 어느 작품을 딱 꼬집어 최고라고 주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두드러지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종 승자를 꼽기가 대단히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발레리나》는 〈존윅 3〉과 〈존윅 4〉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다룬 스핀오프다. `이브 마카로(아나 데 아르마스)'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12년간 살수(殺手)로 키워진다. 프랜차이즈에 필수적인 본문이라기보다는 주석·첨언에 가깝기 때문에, 이야기는 덜커덩한다. 강호에 처음 나서는 초행길인데도 마교 집단을 일거에 소탕해버리는 절대 고수라는 점이다. 갓벽한 그녀의 상실감에 동의할 수 없다.
장점도 명확하다. 존 윅 시리즈의 촬영 감독 댄 라우스트슨이 그대로 참여해 시각적 언어는 동일하며, 존 윅 시리즈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난이도의 액션 연출이 여성 주연의 《발레리나》에서도 유지된다. 이브의 기원담은 파생적이지만, 독창적인 아날로그 스턴트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스케이터 쌍절곤부터 화염방사기 대결에 이르기까지 《발레리나》는 존윅 시리즈라는 명성에 걸맞는 창의성을 유지하고 있다.
1편의 혁신은 `세계 최강의 암살자'가 애지중지하는 강아지의 죽음과 관련자들을 전부 정리한다는 단순한 전제에서 시작되어 인상적으로 완결되었다. 영화사 라이온스게이트가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면서 2편과 3편은 연달아 세계관을 확장하며 차기작을 위해 클리프 행어(연작 영화에서 사건이 결론 나지 않고 다음 작품에서 그 사건이 해결되는 구성)로 마무리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3편에서 존 윅의 동기가 '복수' 대신 '생존'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서사에 부담을 준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세계관에 오리엔탈리즘과 가톨릭 교회를 더했다. 53세의 키아누 리브스에게 무술 연기는 무리였고, 파문은 세계관 최강자의 카리스마를 위태롭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기존의 '택티컬 건 파이팅(Tactical Gun Fighting)'을 벗어나서 〈석양의 무법자〉과 장철, 정병길의 〈악녀〉, 〈레이드〉, 유머 등으로 변화를 주려는 것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4편 제작이 급히 결정되면서 제작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탓도 있어 보인다.
1편은 사별한 남자가 아내가 마지막으로 선물한 강아지 `데이지'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데이지가 죽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장면 중 하나로, 콘크리트 바닥에서 '오우삼의 건푸(Gun Fu)'을 꺼낸다. 레드 써클 나이트클럽 시퀀스는 타이트한 롱샷으로 모든 격투와 총격을 중계한다. 내러티브에 관한한 1편이 가장 간결하고 만족스러운 스토리를 갖고 있다.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킬러들의 독자적인 세계관은 프랜차이즈의 씨앗을 뿌렸다고 평할 수 있다. 국제 암살자 연합소속의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무협지 같은 세계관을 부여한 탓에, 만화적인 캐릭터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리브스는 〈사무라이(1967)〉의 '제프 코스텔로(알랭 들롱)' 같은 암살자를 참조하며, 그가 겪는 모든 고통을 인상적인 신체 연기로 대신한다. 존 윅은 리브스의 경력에 활력을 불어넣고, 2010년대 액션을 정의하게 될 영화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1편에서 뿌려진 프랜차이즈의 씨앗은 2편에서 싹을 틔웠다. 프랜차이즈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과거의 액션 히어로(액션 배우)들을 기린다. 오프닝에서 버스터 키튼에게 경배를 바치더니 (영화가 진행될수록) 스파게티 웨스턴의 성격을 드러낸다. 무성영화와 서부극를 거쳐 찬바라, 쿵후영화, 누아르, 비디오 게임 등 액션장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종국엔 네오 누아르의 유산을 계승한다. 이러한 시네마적 친숙함은 시리즈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2편은 정서적 쾌감이 옅어졌지만, 1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바로크 양식의 존윅 세계관은 더욱 정교해지고 범죄세계의 규칙이 주인공을 압박한다. 존 윅에게 정의로운 명분, 인간적 고뇌 같은 사치품은 어울리지 않는다. 맹약을 지켜야할 의무도 없으며, 규율을 위반하고 싶은 자유의지뿐이다. 그러나 살육의 업보를 끊지 못한 아수라 지옥이 펼쳐진다. 지하철 총격전, 거울 방에서의 대결을 포함한 창의적이며 대담한 액션의 끝없는 연속을 통해 팽팽한 긴장을 창출한다.
부디 4편이 최종장이길 소망했다. 리브스와 조연들, 그리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했다. 세계관을 확장을 거듭할수록 존 윅의 카리스마는 무뎌졌다. 이를 뒷수습하기 위해 2시간 49분 동안 액션이 쏟아진다. 자칫 자기 패러디의 영역으로 넘어갈 뻔한 리스크에 노출된다. 하지만 멋짐과 과장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든다.
4편이 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은 복수와 유혈 사태의 대가라는 주제를 완벽히 요약했기 때문이다. 존 윅은 지쳤다. 수많은 적을 쓸어버리고 남은 것은 '최고의회'뿐이다. 존 윅은 끝까지 그들의 대리인과 전설적으로 싸웠다. 종국에 그저 `좋은 남편'이고 싶었던 암살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을 선사한다.
왠지 모르게 작별인사가 개운하지 않았는데, 그 예감이 적중했다. 제작사가 스핀오프와 5편을 제작한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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