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Crawdads Sing·2022》노 스포 후기
2018년 8월 14일,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한 생태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한다.
델리아 오웬스(Delia Owens)의 데뷔 소설은 두 가지 시간대를 따른다. 첫 번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지에서 고립되어 자라난 ‘카야(데이지 에드가 존스)’라는 소녀의 삶과 모험을 묘사한다. 두 번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가상의 해안 마을인 바클리 코브(Barkley Cove)의 지역인사인 체이스 앤드류스(해리스 딕킨슨)의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다.
올리비아 뉴먼 감독은 이야기를 이원적으로 구성한 여성영화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을 참고한다. 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에 여섯 살짜리 여자애 하나가 홀로 남겨진다.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는 집을 떠나고 형제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마을 사람들은 피하기만 할 뿐 작은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다. 카야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받고 또 사랑을 주었다 배반당하며 대자연의 동물처럼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어느 날 지역 고교 쿼터백 출신인 청년 체이스를 살인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카야의 공판 과정은 하퍼 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앵무새 죽이기(1962)>을 벤치마킹한다. 그 고전영화의 주관이 뚜렷하고, 용기 있는 애디커스 핀치를 빼닮은 변호사 톰 밀턴(데이비드 스트라탄)은 습지 소녀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마을 주민들에게 카야에 대한 헛소문을 믿지 말라고 호소한다.
톰 밀턴이 카야에게 변호를 위해 경위를 묻는다. 카야의 과거 회상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살아온 삶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올리비아 감독은 <노트북(2004)>이 연상되는 테이트 워커(테일러 존 스미스)와의 러브 스토리에 집중한다. 테이트에게서 글자를 배우고, 생태학 서적을 건네받는다. 그리고 테이트는 그녀가 그린 곤충 삽화를 출판을 해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카야는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출판사가 있는 대도시로 발걸음을 옮긴다. 편견을 딛고 혼자의 힘으로 커가는 소녀의 성장담이 자연스럽게 엮이게 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4분의 3은 멜로드라마에 의존하는 바람에 분량이 줄어든 법정 장면은 <앵무새 죽이기>을 많이 참조했다. 체이스의 어머니, 시체를 발견한 보안관, 사건 당일 카야가 만났던 출판사 대표 등 검사와 변호사인 애디커스의 교호 신문이 이어 진다. 그리고 일층에 앉아 있는 테이트, 잡화점 가게 주인인 마벨(마이클 하이얏), 점핑(스털링 메이서 주니어) 부부, 카야의 오빠이자 군인인 조니 클락(로건 맥레이) 방청객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문을 모두 마친 뒤 밀러는 최후 변론을 하게 되는데 명료한 논리와 뛰어난 화술로 방청객의 심금을 울린다. 밀러는 물리적 증거가 없고 합리적 의심을 넘지 못하는 증언만 있는 이 사건은 애초에 공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뒤 사건의 진실을 요약하고 마지막으로 배심원에게 편견 없는 판단을 부탁한다.
순정하고 가슴 아픈 로맨스를 바탕 삼아 법정 스릴러의 극본과 연기의 힘으로 끌고 나아간다. 원작 소설의 백미인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가 써 내려간 습지의 생생한 사계절 풍광 묘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실제 촬영된 자연풍경으로 대체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는 일종의 치유물이다. 카야는 가정폭력, 아동 유기, 사회로부터 배척받는 소수자의 생존을 다룬다. 이런 트라우마는 그녀가 평생을 살았던 습지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습지 소녀’라고 부르지만, 그곳은 그녀가 마음 편히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자연스럽게 이곳의 생태와 곤충, 생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이것을 기록한 책을 낼 수 있었고, 그것이 그녀의 생계, 성인으로의 성장, 궁극적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이었다.
★★★ (3.0/5.0)
Good : 즐겁게 과열된 멜로드라마
Caution : 투명하게 옅어진 미스터리
■테일러 스위프트가 주제가 <Carolina>를 불렀다.
■제목의 의미는 카야의 어머니가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나가라”로 습지를 탐험하라고 권했다. 갑각류는 노래를 하지 못한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공간 즉 가재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늪 깊숙한 곳으로 향하라라는 의미다. 즉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의미한다. 원작자 델리아 오웬스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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