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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9. 2022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반제국주의 우화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2022》노스포

<1> 험난했던 제작과정

2018년에 1편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말콤 X의 흑인 민권운동을 슈퍼히어로 장르에 녹여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직후부터 다양성과 양성평등은 MCU가 추구하는 하나의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돌아온 2편은 세상을 떠난 영웅에 대한 헌사, 불안한 와칸다의 미래, 새로운 블랙 팬서와 아이언하트의 소개, 탈로칸의 침공 등 다뤄야 할 이야기를 하나로 한데 모은다. 故 채드윅 보스만이 2편 촬영이 시작되기 8개월 전에 급사하면서 라이언 쿠글러는 극본을 수정하고, 팬데믹으로 9개월이나 제작이 지연되었다. 러티샤 라이트가 코로나 백신을 확인하는 효소인 루시페레이스(Luciferase)에 사탄 이름인 루시퍼(Lucifer)가 들어있어 수상하다는 음모론으로 접종을 거부하여 촬영이 지연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 와칸다 vs 탈로칸

영화는 와칸다 국왕 티찰라(故 채드윅 보즈먼) 사망 1년 후를 다룬다. 국왕의 서거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슈리(러티샤 라이트) 공주가 블랙 팬서를 물려받는다. 비브라늄을 노리고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가 통치하는 수중국가 탈로칸의 침공에 여왕 라몬다(안젤라 바셋), 근위대장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워 독(정보기관)의 나키아(루피타 뇽오), 자바리 부족장 음바쿠(윈스턴 듀크)에 리리 윌리암스(도미니크 손),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 등이 힘을 합쳐 와칸다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자원(비브라늄)을 둘러싼 제국주의를 영화 곳곳에 투영시킨다. 국왕의 서거, 강대국의 횡포, 지정학적 위기 같은 정치영화를 표방하지만, 국왕이자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빈자리를 채워가는 법을 배우는 슈리의 성장담을 매끄럽게 담았다.


와칸다의 아프리카 미래주의(아프로 퓨처리즘)를 스크린에 구현한 혁신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흑인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수중 국가 탈로칸 역시 메소아메리카 지역의 마야, 아즈텍 문명을 고증한 꼼꼼한 미장센을 입혀낸 결과물이다. 탈로칸의 통치자인 네이머는 코믹스 설정 그대로 인간 혼혈의 뮤턴트로 등장한다. 탈로칸 내에서 쿠쿨칸으로 불리는 데, 이는 깃털 달린 뱀 신인 케찰코아틀의 마야식 이름이다. 그는 발목에 솟아난 날개로 부양한 다음 마치 공중에서 뛰는 듯 추진력을 더하는 비행 방식으로 블랙 팬서를 위협한다. 외양 면에서는 코와 귀를 뚫어 장식한 비취 장신구가 마야 신성왕을, 서로 머리를 맞댄 뱀 문양의 목걸이는 아즈텍 문명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3> 반제국주의를 부르짖다.

블랙파워 정신이 깃든 영화가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와칸다나 탈로칸의 모델이 되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모두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의 무자비한 침략에 희생당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흑인들의 선조들은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건너왔고, 마야와 아즈텍 문명이 멸망하고 스페인 제국이 세운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에 살게 된 원주민 역시 스페인인들과 동화되어 메스티소 후손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 혹은 상이한 가치관을 지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한다. 현재 러-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경쟁,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불안한 세계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즉 SNS으로 인한 탈진실·반지성주의의 확산이 가져온 차별과 혐오 문제를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와칸다가 고립주의를 포기하느냐 고수하느냐는 오늘날 미국의 정세와도 관련이 깊다. 세계의 경찰이 되기를 거부한 트럼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슈퍼히어로 장르에 녹여낸 라이언 쿠글러의 재능은 놀랍다.




<4> 배우의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

원래는 이야기의 핵심이 됐어야 할 배우가 빠진 상황에서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 공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보스만의 부재로) 여러 캐릭터에 분산된 주제의식과 갈등은 다소 구심점을 잃은 점을 지적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쿠글러가 열심히 노력했으나 3가지 이유로 영화는 늘어지고 산만해졌다.



첫째, 다른 MCU와의 연계다. 와칸다와 탈로칸의 대립에는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라는 미국 공대생이 관련되어 있다. 리리는 나이, 인종, 성별을 바꾼 아이언맨의 후계자로 등장하지만, 케빈 파이기는 그녀에게 특별한 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내년에 공개될 드라마 주인공을 소개하는 정도였으면 좋겠지만, 스토리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방해가 된다. 연계 때문에 이야기가 난잡해지고, 영화가 한 주제에 집중하지를 못한다.


둘째, 페이즈 4 내내 거론되는 특수효과의 저하다. <와칸다 포에버>의 시각효과는 지나치게 어둡고 불분명하다. 요즘 CG 블록버스터들이 갖고 있는 색보정 문제로 인해 식별이 용이하지 않다. 또 루스 E 카터의 의상은 훌륭하지만, 수중국가 탈로칸은 마치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해저 세계는 식상하다. 코믹스대로 아틀란티스로 고수했다면 <아쿠아맨>과 차별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점을 이해하더라도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MCU는 대규모 전투 장면에 취약하다. 이번에도 국가 간의 전쟁임에도 부족 간의 투쟁 정도로 스펙터클이 확연히 부족해 보였다.


셋째, <엔드게임> 이후로 구심점이 사라진 점이다. 인피니티 사가처럼 확실한 중심 사건이 없는데 자꾸만 신(新) 캐릭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무개성·무매력 히어로들의 기원담은 당연히 노잼이다. 솔직히 케빈 파이기가 개성을 짚어주는 족집게 강의가 사라진 느낌이다. 마블의 쇠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디즈니의 결정이 궁금하다.



★★ (2.5/5.0)


Good : 故채드윅 보즈먼을 향한 헌정

Caution : 확실히 엔드게임 이후로 세계관의 구심점도 약하고 캐릭터들도 약하다.


쿠키 영상은 한 개다.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간 뒤에는 '우리의 친구 채드윅 보스만에게 바칩니다'라는 메시지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탈로칸 인사법은 노홍철의 무한도전 포즈랑 닮아서 빵 터졌다.

■영화보다 음악이 좋았다. 루드비히 고란손 당신은 그저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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