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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14. 2022

데시벨_생각따로 몸따로

《Decibel·2022》노 스포일러 후기

<몬스터>, <오싹한 연애>을 연출하고 <시실리 2km>, <두 얼굴의 여친>의 각본을 쓴 황인호 감독이 도시 곳곳에 폭탄이 설치돼있는데 소음이 커지면 터지는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소재를 갖고 돌아왔다. 《데시벨》은 폭탄 테러리스트 ‘태성(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 ‘도영(김래원)’이 벌이는 액션 영화이다. 


1. 김래원 vs 이종석 

연출을 맡은 황인호 감독은 “주인공이 악당을 처단하는 과정이 아닌, ‘왜’가 더 중요한 액션 영화”라며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소감대로 영화는 <다이하드 3>처럼 주인공 일행이 도심의 주요 시설에 설치된 폭탄을 찾는 시소게임처럼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서서히 밝혀지는 범인의 동기가 ‘잠수함 침몰 사건’과 엮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연기를 보자면, 김래원은 평소대로 연기하지만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반면에 이종석은 광기를 가진 악역이지만, 어떨 때는 에너지가 강해서 혼자 붕 뜬 것 같고 또 다른 때는 너무 카리스마가 없다. 긴박한 폭탄 테러를 다루고 있으면서 신파와 코미디가 불쑥 끼어들 때는 ‘낄낄빠빠’를 모르는 것 같다.   


2. 사운드 테러 영화의 모순

물이 끓는 주전자 소리부터 도마 소리, 토스트기 소리, 창문 여는 소리 같은 일상의 소음에 반응하는 폭탄, 정확히는 100 데시벨이 넘으면 터지는 폭탄이라는 설정 외에 음향이 기여하는 바가 없다. 소음을 만들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일행 외에 여러 위기상황에서 ‘소음 반응 폭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한정적이다.      


이러한 이유는 외적인 흥행요소의 내적인 주제의식의 괴리 때문이다. 제작사는 ‘사운드 테러물’이라고 마케팅하나, 감독과 극본은 ‘현실의 재난’을 다루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방황한다. 클라이맥스를 앞으로 당기고, 후반에 드라마로 가득 채운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은 해군 장병, 군 수뇌부, 일반 시민 등 여러 층위에서 테러의 여파를 담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설정이 가진 서스펜스를 스스로 포기한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의문스럽다. 


영화의 톤과 매너가 불균질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해군이 겪은 비극과 긴박한 테러 액션 사이에서 방황하는 바람에 조력 관계를 그려낼 분량이 줄어들었다. 특종 취재 기자 역의 정상훈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요원 역의 박병은, 해군 잠수함 대위역의 이민기, 음향탐지 부사관 차은우 등의 분량이 고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래원 vs 이종석의 대치관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조연에게 확실한 개성을 부여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에 집중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드가 영화의 분위기를 일관되게 가져가지 못하게 만든다.      


소재를 살린 전반부와 주제를 강조한 후반부로 따로 놀게 된다. 액션에 공을 많이 들였으나 인상을 남겼냐고 하면 선뜻 답하기 힘들다. 특히 핸즈헬드가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관습적으로 사용되었다.



★★ (1.9/5.0) 


Good : 존 맥티어난에 대한 존경심

Caution : 테러상황에 웬 신파 코미디?


차은우가 부른 주제가도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https://youtu.be/9jw9XSTsWuc


■고증 역시 아쉽다. 해군에 부함장은 그냥 ‘부장’이라 부른다. 그리고 장교 복장도 영화적 상상에 가깝다. 남성용 하정복 상의 안에 옷깃 없는 흰색 셔츠를 입고 나오는데, 그 안에 흰색 반팔 T셔츠를 받쳐 입게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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