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tto·2022》노 스포일러 후기
95학번 기계공학과 복학생 ‘용(여진구)‘가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21학번 사회학과 여대생 ‘무늬(조이현)’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들은 각자 썸을 타는 상대가 있고, 서로 고민을 나누며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김정권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1979년과 2000년,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두 남녀가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를 1999년, 2022년으로 옮기면서 성별을 바꿨다. 지금은 진부해졌을 수 있지만 타임워프와 멜로의 결합은 당시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서은영 감독은 “1999년 세기말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며 “이 영화가 지금을 살아가며 꿈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그 연출방향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짚어보도록 하자
영화의 기본전략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벤치마킹한다. 감독의 말마따나 세기말(밀레니엄) M세대를 주 타깃 관객층으로 겨냥한다. 당시 유행하던 크로스 캔버스 백, 바람막이 점퍼, 백팩 등 패션 아이템이 등장하고, 1990년대 길거리에 울려 퍼지던 불후의 명곡들이 흘러나온다.
첫사랑 영화는 기본적으로 '추억 팔이 굿즈'다. 그런데 팬시한 비주얼은 어떤 구간에서 상당히 인위적으로 비친다. 용이 살고 있는 1999년은 우리 기억 속에 그때 그 시절과 이질적이다. 당시 IMF 사태로 침울했던 사회분위기가 캠퍼스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의 청년실업,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가 처음 불거진 시기가 이 무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의 ‘첫사랑의 향수’·‘레트로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평면적이고 고루하게 다가온다.
고로 청춘이 갖는 고뇌와 고통을 외면한 채 ‘M세대와 Z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영화의 주제에 공감하기 어렵다. 첫사랑 영화 중에도 어두웠던 현대사를 다뤘던 <고령가 살인사건> 같은 작품이 있다. 원래 오리지널부터가 너무 예쁘게 가려다 보니 배우들이 크게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멋진 풍광 아래 포즈를 취하고, 청취자의 사연 같은 대사를 읊으면 되었다. 하지만, 오리지널의 1979년 역시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었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1978년 건설주 파동에서 알 수 있는 정부의 경제적 무능이 쌓이고 쌓여 1979년은 YH 사건, 부마항쟁, 10·26, 12·12이 연달아 터지면서 사회가 시끌시끌했었다. 그러니 멜로 영화라 해서 ‘청춘’만으로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청춘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영화는 캐릭터를 소홀히 대접한다. 주인공의 매력이 50% 먹고 가는 멜로 영화에 있어서 이것은 자살행위다. 갈등의 지점에서 ‘용’에게 의심과 질투, 우유부단함을 부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키는 부분은 아쉽다. '용'과 '무늬'의 교감보다 각자의 파트너와의 교제에 더 무게를 둬서 안타깝다. 각자의 사연이 도식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용을 어떻게든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에피소드는 인터넷 문예란에 숱하게 봐왔던 것들이다. 더욱이 감독이 전하고 싶은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무늬’의 대사로 직접적으로 강의할 때는 매우 아쉬웠다.
그렇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원작보다 강화된 유머 코드로 분위기가 밝아졌다. 또 오리지널처럼 타임 패러독스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타임 워프는 어디까지나 운명론을 끌어들여 이 러브스토리를 더 신비롭게 꾸며주는 수식어이기 때문이다.
★★ (2.1/5.0)
Good : 깨알 같은 목만이와 시리
Caution : M세대와 Z세대 간의 소통이 와닿지 않는다.
●동감(2022)/OST 세줄 평
엔플라잉 - 너에게로 가는 길https://youtu.be/eQwV9AWH-Uc
원곡보다 음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다. 디스토션을 줄여 얌전한 편이지만, 이승협과 유회승이 파트를 잘 배분하고 흥겨운 코러스를 오버 더빙한 아이디어가 빛난다. 박상민 같은 호소력은 없지만, 듣는 재미는 보장한다.
츄-고백 https://youtu.be/Flu8jHjwBx0
원곡의 밴드 사운드를 어쿠스틱하게 편곡했다. 담백한 사운드로 말미암아 원곡의 드라마가 조금 완만해졌지만, 츄의 곡 해석력 덕분에 OST 중 가장 원곡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미노이 - 습관 (Bye Bye) https://youtu.be/iHdc7vQvxoo
원곡의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희미해서 곡의 개성이 사라졌다. 미노이가 성심성의껏 노래하지만, 조원선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친다. 심심한 사운드에 무개성한 보컬과 무성의한 전개가 듣는 내내 핵노잼을 안겨준다.
이무진 - 개똥벌레 https://youtu.be/DuPFKSnlxCU
너무 매끈하게 리메이크했다. 이무진의 세련된 보컬이 원곡의 촌스럽지만 정겨운 멋과 향취를 지운다. 극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해 편곡을 새로 했는데, 이 부분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VIVIZ - 늘 지금처럼 https://youtu.be/1P6jZGCopFk
원곡의 뉴 질 스윙(뉴잭 스윙의 여성형)을 요즘 아이돌 스타일로 리메이크했다. 원곡의 그루브, 섹시한 백보컬과 강렬한 드럼 프로그래밍을 빠지고, 비비지의 청순함으로 지탱한다. 한마디로 원곡의 매운맛이 너무 순화된 것 같다.
윤하 -편지 https://youtu.be/DRA4zH0A3RM
원곡의 어눌한 보컬이 윤하가 원숙하게 소화한다. 편곡도 대동소이한데, 첼로 독주를 현악 합주로 대체했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원곡의 담담한 진정성은 존재할 수 없지만 이정도로 세련되게 커버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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