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Nov 30. 2022

본즈 앤 올_나를 찾는 여정

《Bones And All·2022》노 스포 해석

사람을 냠냠하는 소녀가 비슷한 식성의 소년을 만나 미식투어를 펼친다. ‘매런 이얼리(테일러 러셀)’은 16세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살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리(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공포와 멜로의 결혼

뱀파이어 소녀를 사랑한 소년을 다룬 <렛 미 인>, 뱀파이어가 된 신부와 여인이 서로를 탐하는 <박쥐>, 늑대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늑대소년> 등 호러 영화 중에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녹여낸 작품들이 많다. 왜냐하면 절대적으로 기이한 상황 속에서 보편적인 사랑의 울림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본즈 앤 올》 역시 카니발리즘(동족 포식)이라는 극단적인 은유를 통해 소수자의 차별과 혐오, 사회로부터 격리된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황무지>처럼 소녀소년가 함께 떠나는 로드 무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명사적으로 길(道)은 ‘깨달음’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무엇을 깨우치게 되는 것일까? 


여행의 종착역은?

카메라는 매런의 여정을 뒤쫓는다. 매런이 출발하는 메릴랜드에서 오하이오,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켄터키까지 미국 중동부 지역을 가로지른다. 러스트 벨트(오하이오·인디애나)를 포함한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주인공들은 도심보다 그 주변부를 거닌다. 퇴락하고 버려진 동네들은 사회 주변부에서 살아가야만 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한다.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역설적으로 소수자의 권익이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영화적 장치는 트럼프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일치한다. 물론 이탈리아도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다. 


식욕과 사랑 그리고 모성의 의미는?

인간은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으며 10대들은 먹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먹는 것’은 이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 10대 소녀는 ‘고독’을 잊고자 사랑이 고픈 소년을 만나 두 사람은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공유하는 유일한 존재로 동행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잉태되어 세상에 나왔다. 메런이 가야 할 최종 목적지가 어머니라는 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 가졌던 ‘본성’을 뜻한다. 식성이 중요한 영화는 사회·환경·규범·도덕 즉 외부에 의해 억압받는 본능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매런은 4명의 이터들을 만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를 끊임없이 고뇌한다. 리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고 애정을 품는다. 다른 3명의 이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산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 만의 윤리적 준칙을 세워나간다. 우리도 청소년기에 부모·친구·주변 사람들을 겪으면서 성장통을 겪지 않는가?    


어려운 영화인가요? 

《본즈 앤 올》은 그냥 보고 느끼면 그만인 직관적인 영화다. 소외받는 청춘남녀가 금지된 사랑일 뿐이다.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황량한 컨트리 기타 연주곡, 아르세니 카차투란의 촬영은 테렌스 맬릭처럼 운율을 띄운다. 


매런이 진정한 본성을 깨닫는 여정은 굉장한 감정적 진정성을 가져온다. 첫사랑 영화라고 해서 찬란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순간을 위해 야만적인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낭만성이 가져오는 왜곡된 사실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필모를 정리한 것 같다. <아이 엠 러브>처럼 식욕과 성욕을 동일선상에 뒀다. 첫사랑 테마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상대에 대한 갈망을 공유한다. 또, <서스페리아>처럼 잔혹한 묘사로 주제의식을 냉철하게 그렸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겉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표들을 우아하게 편곡한 감독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 (4.1/5.0) 


Good : 보편적인 사랑의 울림

Caution : 진입장벽이 된 카니발리즘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카밀 데안젤리스가 2015년에 내놓은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올빼미_도발적인 상상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