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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15. 2023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후기 한도초과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2023》

1.한도를 초과한 극본

샘 레이미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연출하면서 스토리가 앞뒤로 연계되어 있어서 창작의 여지를 발휘하기 힘들었다고 이야기했었다. <앤트맨 3>은 페이즈5의 첫 번째 영화이지만, 이야기는 페이즈 6의 마지막 작품까지 얽혀있다. 10편의 영화와 5편 이상의 디즈니+드라마가 이미 제작 중인 상황에서 <앤트맨 3>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다. 폴 러드가 극본 작업에서 빠지고, <릭 앤 모티>의 각본가 제프 러브니스가 시나리오를 단독으로 썼다. 그는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캉의 시대〉의 극본을 담당하기로 내정되어 있다.


3편은 정복자 캉과 M.O.D.O.K., 그리고 양자 영역의 왕국이 등장함으로 인해 1, 2편의 가족 코미디 요소가 희석되고, 호러, SF(스페이스 오페라), 스릴러적 성향이 짙어졌다. 다섯 명의 히어로가 양자 영역에 갇히는 1막은 다소 어수선하다. 정복자 캉(조너선 메이너스)을 소개하는 2막에서 조금 진정되나 싶더니만, 클라이맥스에서 메인 빌런을 쉽게 소비할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한다. 이렇게 된 원인을 더 분석해 보자!



2. IP에 기댄 창작력의 고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히어로 영화에 장르적 개성을 접목하며 성장해왔다. 앤트맨 시리즈는 디즈니 가족 코미디를 지향한다. <앤트맨 1>은 하이스트 무비의 특성을 물려받았고, <앤트맨 2>는 테크노 스릴러를 가미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앤트맨 3>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더한다. 양자 영역의 왕국에서 캉에 대항하던 종족들은 <스타워즈>의 반란군을 빼닮았다. 그렇기에 정복자 캉은 다스 베이더가 저절로 연상된다. 1막에서 미지의 미시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은 <스타트렉>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중우주, 양자 영역을 묘사할 때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닥스2>의 다중우주랑 <앤트맨3>의 양자영역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 빨간 줄을 그어 핵심을 짚어주지 못하고,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빌드 업이 길어졌다. 더욱이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때 CG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듄>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클래식은 전부 수공업으로 제작되었다. 고전에 영향을 받은 작품은 부지기수이나 이를 구현하기란 매우 난도가 높다.


심지어 액션마저 페이즈 4·5에 들어와서 그린 스크린에서 허우적거리는 배우의 동작뿐이라는 것이다. 그 어떠한 실재감·타격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 예를 들어 31세기의 우월한 미래 기술을 사용하는 캉은 팔에서 나가는 에너지만으로 사람을 증발시키고 공중을 활보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아이언맨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 IP에 의존하는 최근 디즈니 경향이 여기저기서 작품을 갈아먹는 증거다.


3. 디즈니+이 불러온 후폭풍   

 

 <로키>을 시청하지 않은 관객을 위해 정복자 캉을 다시 설명한다. 길고 긴 소개가 전부 차기작을 위한 복선(떡밥)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캉이 악행을 저지르는 동기에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신을 양자 영역으로 추방한 다른 ‘캉’들에 대한 복수심은 지나치게 편협하다.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신봉하던 타노스에 비해 당위성이 약하다. 그리고 앤트맨이 상대할 정도로 능력치가 너프되어 카리스마가 훼손당한다.

제프 러브니스의 이러한 접근법에 큰 타격을 입은 캐릭터는 캉 이외에도 또 있다. 폴 러드의 스콧 랭은 가장으로 영화를 책임지고 있으며,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서)은 느긋한 위트를 담당한다. 멋진 활약을 담당한 자넷 반 다인(미셸 파이퍼)은 30년간 양자 영역에 갇혀있던 비밀과 트라우마를 전달하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이 단편적이다. 예를 들어 캉의 사악한 계획을 환영을 이용하는 방법은 단조롭다.왜 그녀의 지혜로 밝혀내거나 기지를 발휘해서 해결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반면 호프 반 다인(에반젤리 릴리)은 진실과 흥미로운 선택을 회피함으로써 갈등을 제공하는 불쏘시개 역할로 제한받았다. 차세대 주역 '캐시(캐스린 뉴턴)' 역시 과학만능주의를 가리키는 도덕적 나침반으로만 기능한다.

 


4. <총평> 가슴 따뜻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앤트맨 3>는 지난 1,2편에 비해 짊어져야 할 이야기의 부담이 커졌다. 선과 악 양쪽 모두 3편에서 두 명의 주역을 소개해야 하는 데,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너무 많은 설정이 극의 진행을 방해한다.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과 영 어벤저스의 일원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에 너무 얄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하는 진정성 앞에서 모든 결점들을 눈감아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80년대 가족영화들 <아이가 커졌어요>, <구니스>, <이너스페이스>의 오마주가 귀여웠다.

  


★★☆ (2.5/5.0)  

    

Good : 페이즈 4보다는 한결 낫다.

Caution : 아기자기한 앤트맨의 개성은 사라졌다.     


●쿠키는 2개이며, 개봉 전에 케빈 파이기는 이미 폴 러드와 4편 제작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캐시 랭 역의 배우가 매번 교체되었다. 

■케빈 파이기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히어로 영화의 피로감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마블에서의 2년 차부터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이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코믹스 원작 영화의 유행은 언제 끝날까. 나는 그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내게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과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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