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은 속편을 기원담으로 구성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2편에서 스타로드의 혈통을, <인피니티 워>는 가모라(조 샐다나)와 네뷸라(카렌 길런)의 양아버지를 다뤘었다. <홀리데이 스페셜>마저 맨티스와 스타로드의 인연을 소개했었다. 고로 이번 3편은 ‘로켓 라쿤(브래들리 쿠퍼)’의 과거를 소개한다. 영화는 그가 겪은 절망의 무의식을 탐험한다.
가모라를 잃은 록 덕후'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사회성이 제로인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직진 밖에 모르는 바보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대사 한 줄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그루트(빈 디젤)', 언니와 애증관계를 보이는 '네뷸라(카렌 길런)'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로켓을 돕는다. 이들은 서로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상실과 공포를 이겨내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영웅의 대립은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마주
1편 이후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토르 3, 4> 심지어 <앤트맨 3>까지 스페이스 오페라가 MCU의 컨벤션으로 자리 잡았다. 감독은 차별화하기 위해 프로덕션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솔라리스>, <스타트렉> 등 SF 클래식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시각적 경쟁력을 확보한다. 특히 공간이 좁아지는 근접전 묘사에서 두드러진다. 우주선 안에서 벌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러한 소품과 미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카이주 (괴수)의 활용, 서로의 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협동의 액션을 구성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드라마의 최종 목표는? 유대감
제임스 건은 <제2의 엔드 게임>이 되고자 장중한 스완송(마지막 노래)을 작곡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송가인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쓴 데서 그러한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완결을 향해 공포의 광시곡을 연주한다. 그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이별이 가져다주는 슬픔의 무게를 어떻게 덜어날까를 감독은 깊이 고민했다.
못난이들끼리 내뱉는 끊임없는 펀치라인은 스탠드 업 코미디처럼 웃긴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는 마블 영화마다 언제나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다. 그러나 제임스 건이 추구한 유머의 역할은 무의미한 농담 따먹기가 아니다. 캐릭터들의 인간적 결점을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들의 의기투합이 한층 뭉클하게 다가온다.
<엔드 게임>와 마찬가지로 액션보다 드라마에 공을 들인 것은 공짜가 아니다. 이 송별회는 선악의 대립 구도가 옅어지는 비용을 치른다.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 배분이 정교하게 계산되어 있으며 그들의 아픔, 콤플렉스, 과거를 치유하는 구원의 서사다. 단점투성이의 모자란 영웅들이 시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재확인하고 보편적인 인류애로 승화시킨다. 보는 이로 하여금 뭉클하게 하는 포인트가 생겼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에서 소외된 아담 워록(윌 폴터) 같은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성대한 피날레 그 너머에
멀티버스는 MCU에 족쇄가 됐다. ‘세대교체’라는 허울뿐인 미명 아래 러닝 타임은 늘어나고 쓸데없는 설정과 고유명사를 남발하고 있다. 이에 제임스 건은 시리즈의 피로감을 중화시키려 애썼다. 전편의 줄거리를 친절하게 대사로 브리핑해 주고, 캐릭터의 신분과 역할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아담 워록을 희생한 고육지책이 이해되는 시점이다.
그렇게 로켓이 겪는 아픔에 공감하도록 감독은 조율하고 있으나 이들의 모험은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건은 (DC로 떠나기 전에) 모든 인물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애정을 투영한다. 영화는 1,2편의 추억이 담긴 사진첩을 펼친다. 회고전이 열리는 순간, 악당과의 대결이 뒷전으로 밀리며, 긴장감이 느슨해졌다.
모든 가오갤 맴버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작별인사를 건낸다. <엔드게임>의 영광을 재현하는 한편, 이야기 볼륨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어떨 때는 가오갤다운 발칙함이 드러나다가도 이별을 의식한 리고리슴(rigorism, 엄숙주의)이 엄습한다. 그나마 마블 컨벤션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제임스 건의 창의성이 몇몇 구간에서 매료시키고 있을 뿐이다.특히 결말에서 더욱 그러하다.
★★★☆ (3.5/5.0)
Good : 뭉클한 순간들, 팬들을 울린다.
Caution : 예측대로 흘러가며 감정이 과잉된다.
●쿠키는 2개이며, 가오갤의 찐팬으로 짠했다. 제임스 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오갤 이후 올드팝 선곡이 대대적인 유행이 되었기 때문에, 제임스 건은 이번엔 2018년에 발표된 EHAMIC의 J-POP을 포함하여 21세기로 범위를 확장했다. 1, 4, 6, 8, 10. 13, 14, 16이 연대가 최근에 가까워진 곡들이다.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통일성이 느껴졌다. 랩송마저 제임스 건의 취향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1.“Creep” (Acoustic Version) – Performed by Radiohead
2.“Crazy On You” – Performed by Heart
3.“Since You Been Gone” – Performed by Rainbow
4.“In the Meantime” – Performed by Spacehog
5.“Reasons” – Performed by Earth, Wind and Fire
6.“Do You Realize??” – Performed by The Flaming Lips
7.“We Care a Lot” – Performed by Faith No More
8.“Koinu no Carnival” (From “Minute Waltz”) – Performed by EHAMIC
9.“I’m Always Chasing Rainbows” – Performed by Alice Cooper
10.“San Francisco” – Performed by The Mowgli’s
11.“Poor Girl” – Performed by X
12.“This Is the Day” – Performed by The The
13.“No Sleep Till Brooklyn” – Performed by Beastie Boys
14.“Dog Days Are Over” – Performed by Florence + The Machine
15.“Badlands” – Performed by Bruce Springsteen
16.“I Will Dare” – Performed by The Replacements
17.“Come and Get Your Love” – Performed by Redbone